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주식투자에 대해 극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탓에, 은행에 돈을 맡겨두면 안전하고 주식에 투자하면 위험하다 여긴다. 그래서 누군가 주식투자를 하면 마치 '한탕을 노리는 사람' 혹은 '결국은 망해서 살림 거덜 낼 사람'으로 취급한다. 도박에 손대면 안 되는 것처럼 주식에도 손대면 안 된다는 이런 생각은 만연해 있다. 부동산을 샀다는 사람은 부러워하면서, 주식투자를 한다는 사람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부동산 투자와 달리 주식투자에는 굉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나는 전경련 경제연구원의 초대를 받아 노후준비에 대해 강연하면서 장기적 주식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연이 끝난 후 경제연구원장님이 흥미로운 말씀을 하셨다.

 

"다른 경제 강사님들은 주식에 투자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대표님은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하시네요."

 

경제를 잘 안다는 강사님들조차 주식투자를 반대하는 놀라운 현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금융문맹의 한 단면이다.

 

또 언젠가는 어느 대학교 주식 동아리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분명 주식 동아리였지만 동아리 회원 중 실제로 주식투자를 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물었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데 주식 동아리에는 왜 가입했어요?"

"취직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주식에 대한 지극히 잘못된 인식은 이처럼 곳곳에서 보인다. 학식 높고 똑똑한 이들이 많은 대학교의 기금들도 주식 등에 투자되지 않고 은행 예금에 머물러 있다.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 탓에 이자 수익이 거의 없는데도 말이다. 여러 증권 방송사의 PD나 앵커들 대부분도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며 나는 적잖이 놀랐다.

 

공직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주식을 많이 보유한 것이 결격사유가 되는가 하면 정치인들 간의 선거 토론에서도 한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를 공격하면서 주식 보유를 문제 삼는다. TV 드라마에서도 "주식 때문에 망했어."라는 대사가 흔히 등장한다. 나는 TV 토크쇼에 출연한 유명인사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주식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장면을 보며 너무 놀란 적도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개인들의 노후준비를 돕는 일을 하는 은행이나 보험회사 퇴직연금부서의 직원들조차 노후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6년 전 부임할 당시 메리츠자산운용의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조차 잘못된 금융지식을 가지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투자는 확장성을 기대하고 이루어진다.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그 기업의 매출과 이익, 자산 등이 증가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대부분의 기업별 매출액이 열 배 혹은 100배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매출액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자산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주식에 장기로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동산의 경우는 주식에 비해 확장성이 없다. 50평짜리 아파트는 구입 후 20년이 지나도 절대로 100평이 되지 않는다. 다만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월세가 꾸준히 오를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도 같이 오를 뿐이다. 장기적으로 주식투자의 수익률이 상승할 수 있는 이유는 이렇듯 부동산투자엔 없는 확장성 때문이다.

 

합리적인 주식투자가 부자로 가는 유일한 길임에도 상당수 한국인은 그 사실을 외면하는 데 익숙하다. 때문에 힘겹게 일해서 번 돈을 비효율적으로 소비하여 투자의 재원을 잃어버리는가 하면, 때로는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고 싶어 왜곡된 투자를 하다가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전 세계의 큰 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이 거부가 된 것은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한국 기업들의 거의 모두는 상장 기업이고 그 주식들은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럼에도 '주식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인식의 근거는 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의 기업들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노동과 자본이 골고루 일하게 할 기회를 직원들에게  부여하고자 했던 것이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 역할만 맡았던 직원들이 주식을 소유하게 되면 회사의 주인인 자본가 역할도 하게 된다. 노동자로 월급을 받으면서 자본가로서 회사의 이윤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을 노동자의 시각뿐만 아니라 기업가의 입장에서도 볼 수 있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한다. 그 이윤을 함께 나누려면 주식을 하루라도 먼저 매입해야하고 하루라도 오래 주식을 소유해야 한다.

 

한국 주식시장은 아직도 전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시장 중 하나다. 다음에 나오는 표들에서 알 수 있듯,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의미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은 한국의 경우 12배 수준으로 전 세계 평균인 16배보다 낮다.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8배 수준인데, 이는 전 세계 평균인 2.2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미국의 경우처럼 한국에도 퇴직연금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 끊임없이 자금이 투입되어 기업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고 투자한 사람들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말로 위험한 것은 주식투자가 아니라, 오히려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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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서 헤이우드라는, 197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미국의 유명한 농구 선수가 있다. 1970년에 MVP를 수상했고, 시애틀 슈퍼소닉스팀의 전설적 선수로 기억된다. NBA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헤이우드 선수는 한창 명성을 높이고 있을 때 나이키로부터 후원 제안을 받았다. 나이키 농구화를 신고 경기를 뛰어준다면 그 대가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여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하나는 현금 10만 달러, 다른 하나는 나이키 주식의 10%였다.

 

헤이우드는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걸어 제안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물었다. 에이전트는 "작은 기업의 주식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당연히 현금 10만 달러를 선택하는 게 좋다." 라고 대답했다. 그는 에이전트의 조언에 따라 주식 대신 현금 10만 달러를 택했다.

 

시간이 흐른 후 헤이우드는 그것이 자기 인생에 있어 최악의 의사결정이었다고 후회했다. 그로부터 45년이 더 지난 현재 나이키의 시가총액은 1,100억 달러 정도에 이르렀다. 만약 당시 헤이우드가 10만 달러 대신 나이키 주식 10%를 택했다면 그 가치는 현재 110억 달러(약 13조 2,000억 원)가 되었을 것이다.

 

주식투자는 간단히 말해 그 기업의 동업자가 되는 것이다. 장기투자하면서 그 기업이 성장하기를 기다리는 과정인 것이다. 역량을 지닌 기업을 선택해 오랜 기간 투자하면 엄청난 성과가 주어질 수 있음을 헤이우드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각종 매스컴에 등장하는 소위 주식 전문가들로부터 "이번 주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니 주식을 매도하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등과 같은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식투자란 가격이 오르기 시작할 때 사고 내리기 시작할 때 팔아 이익을 남기는 기술이라 여긴다. 이러한 행위를 마켓 타이밍이라 하는데, 이런 시각에서 주식투자에 접근할 경우의 단점은 장기적으로 큰 자산을 만들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주식투자는 단순히 증권이라는 종이를 사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지분을 획득하는 것이다. 다만 오랫동안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르기에, 투자기간을 길게 유지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여러분의 자녀들을 부자로 만들려면 주식이나 펀드를 사주어야 하는 이유다.

 

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것은 현명한 투자 방법이 아니다. 많은 이들은 주식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지만 주식시장이 좋아지고 나빠지는 데는 무한한 변수가 존재한다. 세계 경제 여건이나 국내 경기뿐만 아니라 정치와 외교 상황, 심지어는 사람들의 심리 등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정확히 예측하여 살 때와 팔 때를 판단하고 이익을 남기겠다는 생각은 도박에 가깝다.

 

주식투자에서 마켓 타이밍을 좇는 사람들은 자신이 투자하려는 회사의 가치를 측정하지 않고 의미 없는 사고팔기를 거듭하며 수수료만 축낸다. 주가가 오를 때는 장밋빛 전망으로 성급하게 주식을 샀다가 주가가 조금이라도 내려가면 불안해하고, 더 손해를 보기 전에 빠져나와야겠다는 심리로 손절매를 해버린다.

 

이렇게 단기적 주식투자로 손실을 겪고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한 사람들과 그 주변인들은 주식투자 자체가 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런 편견은 점점 퍼져나가 사회를 금융문맹으로 만든다. 주식투자의 본질이 마켓 타이밍에 연연하는 단기투자라면 주식투자는 위험하고 불건전한 것이 맞다. 하지만 주식투자는 게임이나 기술이 아닌 철학이다. 그렇기에 좋은 기업을 선택하여 그 기업의 주인이 되고 그 기업과 오랫동안 함께함으로써 성장의 열매를 나누겠다는 장기적 안목의 가치관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좋은 기업을 골라 투자했다면 그 기업의 가치를 보고, 외부 환경이나 주식시장 상황에는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또한 긴 시간을 함께할수록 결과도 좋을 것이므로 특별한 매도 요인이 없다면 계속해서 투자해야 한다. 특별한 매도 요인이란 예를 들어 경영진이 비도덕적으로 변질되었다거나, 주가가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까지 이유 없이 폭등한다거나, 시대와 기술의 변화로 제품이 소용없어지는 등 기업 자체의 상황이 바뀌는 경우를 말한다.

 

주식 시황은 오르고 내리고를 수없이 반복한다. 하지만 주식의 시가총액은 예외가 있긴 하나 계속 증가한다. 펀더멘털이 우수한 기업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마켓 타이밍을 하는 투자는 현명하지 못한 투자 방법이다. 그리고 이런 투자가들은 절대로 부자가 되지 못한다.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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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퇴직연금에 이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다. 빈곤층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존재하긴 하지만, 연금의 성격이나 가입금액 등을 고려해볼 때 국민연금은 노후의 기본생계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국민연금으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생활을 위한 대비책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원한다면 연금을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중으로 마련해두는 것이 필수다. 현재 한국에서 이 세 가지에 모두 가입한 인구는 5%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기본적인 국민연금 외에 직장인들에게는 5단계에서 다루었던 퇴직연금이 더해진다. 퇴직연금을 장기적으로 잘 운용하면 노후에 든든한 버팀목으로 삼을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 미래의 월급이 상당폭으로 증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DC형, 그리고 은퇴까지 오랜 기간이 남아 있다면 주식형 펀드에 가능한 한 많이 투자되어야 한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직장인이 대상이고 그 회사의 정책과 연관되어 있어서 개인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폭에 제한이 따른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는 노후준비가 충분하지 않기에 개인이 선택하여 시작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안이 연금저축이다. 연금저축은 금융기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보험회사의 연금저축보험이고, 다른 하나는 증권회사나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다. 연금저축은 금융기관 방문 또는 휴대폰(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다. 연금저축보험과 연금저축펀드의 특징은 위의 표에 정리되어 있다.

 

연금저축의 장점

 

연금저축의 장점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세액공제 혜택, 즉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를 통해 본인이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총급여가 5,500만 원(종합소득의 경우 4,000만 원) 이하인 사람은 개인연금저축에 불입한 돈(최대 400만 원 한도)의 16.5%를 본인이 낸 세금에서 돌려받는다. 400만 원을 납입했다면 많게는 66만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과세이연 및 저율과세 혜택이다. 일반적인 금융상품은 매년 발생한 수익금에 15.4%의 소득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연금저축에 투자한 이에게는 매년 세금을 과세하지 않고 연금수령 시점으로 과세 시기를 늦춰준다. 또 하나의 큰 혜택은 연금수령 시 세율을 15.4%가 아닌 3.3~5.5%의 연금소득세로 낮춰준다는 것이다. 과세시기를 늦추고 세율까지 낮춰주면 개인의 자산증가 속도는 자연히 빨라진다. 운용기간 동안 세금으로 나갈 금액이 재투자되는 효과, 그리고 연금을 수령할 때 절약되는 세금 덕분이다.

 

세 번째는 분리과세 혜택이다. 은퇴 후에 얻는 대부분의 소득은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민연금이나 공무원 연금 등의 공적연금도 예외 없이 그 대상이다. 은퇴 후에도 대개의 사람들은 경제생활을 이어가기 때문에 추가적인 근로소득이나 임대소득, 금융소득 등이 발생하는데, 이 금액이 커질수록 소득세율도 올라간다. 소득세율은 구간별로 6~42%까지 나뉘고, 이에 따라 적지 않은 금액이 세금으로 부과된다. 하지만 연금저축 납입자는 연금수령 시 연 1,200만 원까지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어 분리과세, 즉 5.5~3.3%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한가지 팁을 주자면, 연금저축의 연간 가입한도는 1,800만 원에 불과하므로 해를 넘기지 않고 미리미리 가입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개인연금저축을 통해 혜택을 누리려면 5년 이상 납입해야 하고, 만 55세 이후에 연금 형태로 10년 이상 수령해야 한다. 이는 장기투자를 통한 노후준비를 강제하기 위함인데,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개인연금저축 제도는 세금 혜택 면에서 미국의 제도보다 훨씬 유리하다. 그럼에도 가입률이 낮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노후준비를 위한 방법으로 개인연금저축을 반드시 활용해보자.

 

연금저축보험보다 효과적인 연금저축펀드

 

노후준비를 위해 내가 추천하는 것은 개인연금저축펀드다. 수수료가 가장 저렴하고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연금저축보험은 사업비가 높고 수익이 금리와 연계되어 있어 퇴직연금펀드에 비해 장기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단점은 연금저축보험 납입의 기간과 횟수를 모두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저축보험 가입자들 중에는 여러 이유로 2회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지 못해 중도해지하는 이들이 흔하다. 반면 연금저축펀드는 중간에 납입하지 못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많은 연금저축펀드 상품 중 어떤 것에 투자할지 결정할 때 꼭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펀드 선택 시에는 자신의 노후자금을 어떤 펀드가 가장 효율적으로 증가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펀드가 어떤 대상에 투자하는지, 또 운용사의 투자철학은 어떠한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주식의 매수와 매도를 자주 반복하는 펀드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 과거 단기간의 수익률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집착하지 말자. 짧은 기간 내의 수익률보다는 장기투자 철학이 훨씬 더 중요하니 말이다. 펀드가 부과하는 수수료 역시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더불어 운용수수료가 누적되면 자산증가 속도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각 펀드가 어느 정도의 수수료를 부과하는지 역시 꼼꼼히 비교하여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아래의 표는 금융감독원에서 세액공제, 그리고 연금수령 시 납부해야 할 연금소득세까지 고려하여 연금저축의 수익률을 계산한 뒤 발표한 내용이다. 자료를 보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은행 적금의 수익률은 연평균 2.6%인 데 비해 연금저축펀드의 수익률은 7.1%로 무려 2.7배나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할 때는 부부가 하나의 연금저축계좌에 함께 가입하기보다는 각각 개별적으로 가입하는 편이 세액공제나 과세이연 등 연금저축이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 연금수령 시 개인당 연 1,200만 원 이상이면 종합소득세 대상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봐도 부부가 개별 가입하여 1인당 연금수령액을 분산하는 편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연금저축펀드는 가장 훌륭한 노후준비 수단 중의 하나이므로 아직까지 가입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가입하고,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연 400만 원까지는 무조건 납입해야 한다. 1인당 가입가능한 금액은 연 1,800만 원까지이므로, 부부의 경우엔 합산하여 매년 3,6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주식투자나 주식형 펀드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인식을 바꿔 연금저축펀드만큼은 반드시 주식형 펀드로 가입하기를 강력히 권한다. 장기간의 주식투자를 통해 노후준비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연금저축펀드 이상으로 유리한 상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연금저축보험에 이미 가입되어 있다면 이미 납입한 자금을 하루빨리 연금저축펀드로 이전하는 것이 좋다.

 

연금저축보험과 연금저축펀드

 

많은 사람들이 변동성이 낮은 투자를 선호한다. 이는 개인연금에서 연금저축보험의 점유율이 약 70%로 가장 높고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펀드 순의 점유율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연금저축보험은 사업비 명목으로 매월 7~10%의 금액을 제하고 난 나머지 금액을 적립금으로 운용한다. 때문에 수익률을 고려했을 때, 가입한 후 원금에 도달하려면 최소 7년,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또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으면 해당 계약이 실효되기에 부활청약절차를 통해 계약을 다시 살려야 하고, 월 납입액을 줄이면 부분 해지가 적용되어 해지환급금의 일부만 돌려준다. 반면 연금저축펀드는 장기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고, 자유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실제로 연금저축 상품수익률 평균치 비교를 보면, 연금저축펀드가 7.75%(세액공제후)의 수익률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연금저축펀드는 납입이 유연해서 월 납입액을 조정할 수 있고, 납입을 잠시 중단하더라도 계약이 계속 유지된다. 현재 연금저축신탁이나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계약이전(계약이체)제도를 통해 연금저축펀드로 이전해야 한다.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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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를 하기로 했다면 일단 주식계좌부터 열어놓고 주식공부를 해야 한다. 무조건 증권회사의 전문가 도움을 받으려 하지말고 직접 공부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여러분보다 똑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엉터리 자료라도 좋으니 일단 읽기 시작하자. 기업에 대한 분석이 나오면 모르는 용어부터 공부해 나가면 된다.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다 보면 LG전자가 비싼지, 삼성전자가 비싼지 알 수 있게 된다. 곧 대박이 터진다면서 종목을 추천하는 사람들, 주식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면서 매매 타이밍을 알려 주는 사람들, 기업의 지배구조에는 관심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절대 귀담아 들어서는 안된다. 이런 조언들은 진주는 버리고 조개껍질만 취하라는 충고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불과 며칠 만에 이만큼 벌었다며 수익률을 자랑하는 사람들은 자산이 투자를 잘한 줄 알지만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하지만 정말로 투자를 잘해서 깜짝 놀랄 만큼 큰돈을 번 사람들은 주식투자의 이치를 아는 똑똑한 사람들, 작은 수익률을 버리고 오래 보유한 사람들이다. 삼성전자가 만 원도 안되던 시절에 사서 10%, 20% 수익을 올리고 판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8000% 이상의 수익이 될 것을 단 2만 원에 팔고 좋아한 것이다. 단기간의 고수익에 만족하면서 주식을 매도했던 사람들은 나중에 '아직 팔지 않고 가지고 있었더라면...' 하는 후회를 수십 번쯤 했을 것이다. 돈을 벌려면 좋은 주식을 사서 오래 보유하는 것이 최고다. 이 사실은 100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은 오래 가지고 있어야 돈을 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주식은 부동산과 달리 사고팔아야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주식을 오래 갖고 있으면 부동산보다 오히려 크게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당분간 이사할 생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사는 집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 많은 사람들이 기뻐한다. 평가자산이 늘어나는 것뿐인데도 금방 돈을 손에 쥔 것처럼 씀씀이가 커지는 사람도 있다. 물론 부동산 평가액이 높아진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지금 집을 팔 생각이 아니라면 꼭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먼 훗날에 집을 팔 때 가격이 오르는 것이 중요하지, 현재의 가격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집은 그대로 있는데 평가액이 올라가면 재산세만 올라가기 때문에 오히려 싫어하는 게 맞지 않을까?

 

지금 주가가 오르거나 내린다고 일희일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사할 계획이 전혀 없다면 살고 있는 집값이 올라간다고 좋아할 이유가 없는 것과 같다. 어차피 지금 당장 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집을 팔 시점이 됐을 때 오르는 것이 가장 좋다. 지금부터 집값이 올라버리면 오히려 그만큼 세금만 더 내야 하는데 좋아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집을 사놓은 후 집값이 떨어진다고 곧바로 집을 파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분명히 다시 오를 것이라는 믿음과 각종 세금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또 집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그 떨어진 집값이 제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기가 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 가격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주식투자자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 습관을 가지고 있다. 주식을 샀을 경우에는 정반대로 행동한다. 주식을 사놓고 주가가 떨어지면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한다. 주가가 올라도 팔지 못해 안달이다. 집은 한 번 사놓으면 좀체 팔지 않으면서 왜 주식은 쉽게 사고파는 것일까? 이런 습관부터 고쳐야 주식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주식도 부동산처럼 오래 보유해야 이익이라는 생각을 가져야만 제대로 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 5%, 10% 올랐다고 집을 팔아 치우지 않는 것처럼 주식에 투자할 때도 단기간에 5%나 10%를 남기려고 하지 말고 멀리 봐야 한다. 10년, 20년 후에 10배 혹은 100배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투자해라.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주가가 떨어져도 미소를 지으며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을 기뻐할 수 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용어가 있다. '손절매'라는 것이다.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15~20% 하락하면 바로 매도한다는 것인데, 충분히 회사를 연구해 좋다고 판단하고 샀다면 가격이 하락했을 때 더욱 사야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손절매의 이론적인 근거가 궁금하다. 주식투자의 과실을 충분히 맛볼 만큼 오래 보유하려면 사놓은 주식은 잊어라. 잊어버리기 위해서는 급히 쓸 일 없는 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물론 중간에 IMF나 경제위기, 911 미국 테러사건 같은 일로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투자 도중에 어떤 사유로 주식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것은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특히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매달 어느 정도의 금액을 계속 주식에 투자하거나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샐러리맨이라면, 주가가 내려가면 더 좋아할 일 아닐까? 같은 회사의 주식을 더 싸게, 말하자면 같은 금액으로 주식을 더 많이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너무 떨어졌다 싶을 때 평소보다 더 많이 투자한다면 예상 외의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 현명한 외국 투자자들은 주가가 이유 없이 크게 하락하면 당장 나에게 연락한다. '주가가 내려서 걱정이다. 환매해야 하는 것 아닌가?'를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런 기회에 더 사야 하는 것 아닌가?'를 묻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런 마인드를 가진 투자자들은 반드시 주식으로 돈을 번다. IMF 때 투자했던 사람들, 911 테러가 났을 때 투자했던 사람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지수가 900포인트 대까지 떨어질 때 투자했던 사람들은 모두 몇 달 사이에 큰 수익을 얻지 않았는가!

 

1997년 말 한국에 경제 위기가 왔을 때 월스트리트에 있는 많은 미국의 투자기관들이 내게 강의를 요청했다. 한국의 주식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보고 큰 투자 기회로 삼기 위해서였다. 나는 한국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의 저력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내가 운영하던 코리아펀드의 증자를 추진했다. 남들이, 특히 단기투자가들이 조바심을 내고 공포감을 느낄 때, 장기투자자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는 계속 올 것이다.

 

왜 주식인가_ 존 리

:

보통 주식투자라고 하면 적어도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의 목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거창한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듯 일상생활에서 쉽게, 자주 주식을 사라, 주식은 1주에 보통 몇천 원에서 몇만 원 정도로, 마음만 먹으면 매일 주식을 살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술 마시기를 좋아하고 자주 마신다. 술마실 돈을 아껴서 주식을 사라, 그 술을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사면 어떨까? 세 차례 마실 것을 두 차례로 줄이고 맥주 마실 돈으로 소주를, 군것질이나 불필요한 쇼핑, 외식 횟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주식을 살 수 있다. 금액이 크건 작건 상관없다. 아낀 금액을 증권계좌에 넣고 주식을 사라, 만 원이 있으면 만 원어치 주식을 사고, 10만 원이 있으면 10만 원어치를 사면 된다.

 

중요한 것은 매일 밥 먹듯이 꾸준히 주식을 사 모으는 것이다. 조금씩 아낀 돈으로 주식을 사 모으면 맥주 마시듯 커피 마시는 돈으로 맥주회사나 커피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다. 1주, 5주, 10주,,, 조금씩 사 모으는 초반에는 많아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주식은 수백 주, 수천 주로 불어난다. 주식배당과 배당금을 계속 재투자하면 아마도 5년, 10년, 20년이 지난 후에는 엄청난 부의 추적에 자신도 놀랄 것이다.

 

여유 자금은 그 돈이 없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돈이기 때문에 원치 않은 시점에 주식을 팔아야 하는 압박을 받지 않는다. 여유 자금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열심히 저축해서 마련한 종잣돈 정도를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라고 하면 그런 여유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여유 자금은 꼭 이런 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목돈일 필요도 전혀 없다. 그냥 내가 안 써도 될 돈을 모으면 금액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여유 자금이 된다. 몇 천 원만 있어도 살 수 있는 좋은 주식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가 저축으로 모은 돈이라 하더라도 조만간 사용해야 할 돈이라면 그것은 여유 자금이 아니다. 곧 입주할 아파트의 중도금이나 잔금, 자녀들의 미래를 위한 학자금이나 결혼자금, 전세보증금 등은 용도가 명확할 뿐만 아니라 때가 되면 써야 할 돈이기 때문에 여유 자금이 아니다.

 

가끔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결혼자금이나 빌린 돈, 심지어는 등록금으로 주식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이야기도 올라오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심지어 카드빚을 내거나 증권사에서 빌려 투자하는 사람도 있는데 신용을 이용해서 투자를 할 경우 주가가 예상시점에 예상한 만큼 올라 주지 않으면 매매로 인한 손해와 매매수수료 손해, 이자 부담으로 인한 손해까지 보게 된다. 투자를 하려다가 돈을 벌기는커녕 빚쟁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투자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여유 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해야 제대로 종목을 볼 수 있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다. 워렌 버핏은 증권거래소가 10년간 문을 닫아도 그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행복하지 않으면 그 주식을 사지 말라고까지 했다. 이런 여유를 가져야 투자에 성공한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치고 주식을 팔고 나서 주가가 크게 올라 미리 판 것을 후회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식을 샀는데 당장 현금이 필요해졌을 경우, 아무리 장기투자를 하고 싶고 주식가격이 하락했더라도 팔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대부분 몇년 후에 자신이 팔았던 주식이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전적으로 여유 자금이 아닌 돈으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투자가들이 범하기 쉬운 우는 단기간에 큰돈을 벌려는 욕심을 부리는 것과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주식은 오를 것 같아서 사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 싶어서 사야 한다. 주식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시장에서 여유 자금의 위력은 크다. 저평가됐다고 생각되는 가격대에서 주식을 산 후에 기다리는 것은 말은 쉽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여유 자금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주가의 움직임을 성급히 예상하고 여유 자금이 아닌 돈으로 주식을 사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예측과 반대로 주가가 움직일 경우 대가는 엄청나게 크다.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주식투자는 멀리 보고 반드시 여유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여유 자금으로 투자를 해야 주가의 단기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왜 주식인가_ 존 리

:

주식은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랜 기간 동안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들에게 아무리 장기투자를 하라고 해도 이해를 시키기는 쉽지 않다. 장기투자가 좋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어봤지만 마음에 직접 와 닿지가 않는다. 왜냐하면 주식은 단기간에 큰돈을 버는 수단이라는 관념이 너무나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에 큰돈을 벌려는 주식투자는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다. 운이 따른다면 도박으로도 간혹 큰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운이 좋을 수는 없다. 한두 번은 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도박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주식투자에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의 여부는 유망하다고 판단한 회사의 주식을 산 다음부터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달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매수한 순간부터 매도가격을 저울질한다. 그리고 주식투자를 잘 한다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한다. 주식을 매수한 사람이 하는 질문은 당연히 "언제 매도하는 것이 좋은가?"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좋은 회사의 주식은 사고난 후 잊어버리고 계속 가지고 있어야 나중에 큰 돈을 번다.

 

어떤 회사에 관해 낙관적인 결론을 내리고 주식을 샀을 경우 매도해야 할 때는 크게 두 가지뿐이다.

 

첫 번째는 주가가 처음 살 때에 비해 과도하게 올라 그 회사의 실질 가치보다 훨씬 더 비쌀 때다. 회사의 가치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평가되었다면 매도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회사 경영이나 영업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의 미래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될 때다. 주식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사는 것이고, 기업의 가치란 기업이 현재와 미래에 벌어들이는 이익의 합이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이 가치가 크다면 보유하는 것이고, 작다면 매도하면 된다. 좋은 기업은 가치가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다. 나는 이런 기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런 기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인적자원이 훌륭하여 산업 트렌드를 선도하는 회사가 많고, 나라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면 이런 기업들이 점점 많아진다. 이런 기업을 발견한다면 장기투자해야 한다. 위의 두 가지 이유가 아니라면 급히 쓸 돈이 필요해서 주식을 파는 것 외에는 주식을 단기에 팔 이유가 없다.

 

만약 당신이 장사가 잘되는 지역에 있는 가게를 인수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가게가 아주 장사가 잘된다면 당신은 인수비용의 20%나 30%의 이익만 남기고 팔겠는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 그런 거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잘 되고 운영을 잘하고 있다면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실현할 이유가 전혀 없다. 사업을 잘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파는 것은 장사가 아주 잘되는 가게를 약간의 웃돈만 받고 파는 것과 매 한가지다.

 

가끔 한국에 와서 TV를 보면 전문가들이 나와서 주식투자에 관해 조언을 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종종 있다. 주로 '오늘의 투자전략'에 관한 것들로 현금 비중을 늘리라는 둥, 관망하다가 저점에 사라는 둥, 아니면 차트를 보여 주면서 주식매수 시점이 아니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반면 투자자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사항, 예를 들어 회사의 펀더멘털이나 사업에 관한 조언은 지극히 적다. 물론 오늘의 투자전략을 알려 주는 프로그램의 의도는 시청자들을 돕겠다는 것이겠지만 불행하게도 그것은 좋은 조언이 아니다. 하루나 이틀 사이에 기업의 가치가 달라질 리 없는데 오늘 하루의 전략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명색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런 조언을 하는 데 대해 나는 이해하거나 찬성할 수가 없다.

 

하루하루 매매전략을 세워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매일매일 주식가격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것을 맞춰서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시간 낭비고,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식투자로 성공하려면 기업의 기본가치에 근거해서 투자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이런 방식의 투자만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내가 코리아펀드를 운용한 15년 동안 코리아펀드의 거래량회전율은 10% 정도였다. 회전율이 10%라는 것은 1년 동안 전체 펀드 자산 중 주식을 사고판 금액의 비율이 10%라는 뜻으로,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한 번 매수한 주식은 평균 10년 이상 보유한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은 오히려 코스피 상승률 대비 연 평균 10% 이상 꾸준히 초과했다.

 

사람들이 단기투자에 집착하는 것은 너무 많은 뉴스와 정보 속에서 주관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없고, 기업에 투자하면서도 기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세의 흐름만 보기 때문이다. 날마다 바뀌는 주가만 보기 때문에 어떤 사업을 하는 기업인지,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기업인지 아닌지, 경영진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관심이 없다. 이렇게 어떻게든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남들보다 먼저 팔아 단기수익을 올리고, 주가가 내리면 남보다 먼저 팔아 손실을 줄이겠다는 생각이라면 도박과 무엇이 다른가?

 

주식을 단기적으로 사고파는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수수료에 있다. 우리가 주식을 매매하면 각종 수수료가 붙는다. 예를 들어 매매수수료와 세금을 합쳐 0.5%를 내야 한다고 가정할 때, 200번 거래를 하면 수수료 총액은 0.5X200=100%, 즉 원금 만큼 수수료가 나가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1000만 원의 돈으로 하루에 한 번씩 주식을 사고팔 경우 거래일로 계산하면 열 달이면 거래횟수가 200번이 된다. 열 달이면 원금 만큼 매매수수료가 나가게 되는 것이다. 미수까지 사용해서 하루에 한 번 이상 매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얻은 수익보다 나간 수수료가 더 많을 것이다. 이쯤되면 증권사 수익을 위해 주식투자를 하는지 자신의 수익을 위해 주식투자를 하는지 헷갈릴 정도다. 빈번한 매매를 한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1년에 수수료를 얼마나 지불했는지 확인해 보면 놀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주식을 자주 사고팔 이유가 없다. 주가를 예측해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단기투자는 주식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측이 가능하다. 주식의 가격은 언젠가는 그 회사의 적정 가치에 수렴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것에 투자하는 것과 예측 불가능한 요행에 투자하는 것, 이것이 바로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이다. 많은 투자가들이 투자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투기를 한다. 주식투자로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그야말로 '투자'를 해야 한다. 씨앗을 심어 두고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가 맺기를 기다리는 '투자'말이다.

 

아직도 장기투자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왜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확신시켜 줄 다른 실례를 들어 보자.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도 빌 게이츠와 함께 큰 자선사업을 많이 하는 세계적인 부자 워렌 버핏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피터 린치와 함께 가치투자의 귀재로 유명한 워렌 버핏은 그 많은 돈을 대부분 주식투자로 벌었다. 워렌 버핏은 투자지주회사 벅셔 해서웨이를 이끌고 있는데, 만일 30년 전에 누군가가 벅셔 해서웨이를 1만 달러를 넣어 두었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 그 돈이 얼마로 불어나 있을 것 같은가? 무려 4700만 달러다. 1만 원을 넣어 두었을 경우 4700만 원, 100만 원을 넣어 두었을 경우 47억 원이 된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4700배라는 수익률이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벅셔 헤서웨이뿐만 아니다. 1992년 내가 코리아펀드를 맡아 운용을 시작할 때 2만 원 남짓했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2010년 현재 8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삼성전자 주식을 지금까지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갑부가 되었다.

 

삼성전자 말고도 SK텔레콤이나 포스코, 삼성화재, 농심, 신세계 등 수십 배, 수백 배 오른 주식이 얼마든지 있고, 오랫동안 보유만 하고서도 큰 수익을 올린 사례는 이 외에도 수없이 많다. 지금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주식은 얼마든지 있다. 가지고만 있어도 5년, 10년 후에 회사가 성장하면서 저절로 부자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장기투자의 매력이다. 그런 종목을 열심히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매일 주식을 사고파는 것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은 똑똑한 것 같지만 헛수고만 하는 것이다.

 

장기투자를 강조하면 간혹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가 계속 좋아지면 상관없는데 만약 과거 일본처럼 20년 이상 대세 하락장이 오면 어떻게 합니까? 20년 전에 일본의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손해를 보고 있지 않나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만약 여러분이 한국의 10년, 20년 후를 어둡게 본다면 한국 주식에 투자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는 다릅니다. 당시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구조조정을 게을리 했고, 아직도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도 더 후진적인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장래는 일본보다 훨씬 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침체한다면 주식을 더 싸게 살 기회로 삼으면 됩니다."

 

IMF 때를 예로 들며 10년 전에 주식을 샀다면 10년 후에 휴지 조각이 됐을 거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때는 사람들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기업들까지 도산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지적일 수 있다. 공부하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는 말이다. IMF 기간 중 많은 기업이 파산했지만 내가 운용한 코리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은 단 하나도 무너지지 않았다. 펀더멘털에 기초해서 투자했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은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빛이 나고 가치를 증명한다. 부채가 많고 경영진이 똑똑하지 않은 기업은 위기에 쓰러질 수밖에 없지만 부채가 적고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은 위기에 잘 견디고 오히려 좋아질 때를 대비한 투자를 한다. 이런 준비 덕분에 경기가 회복했을 때 다른 기업들보다 큰 차이로 앞서 달려 나갈 수 있다.

 

사실 1997년 IMF 경제위기도 주식을 초저가로 살 수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 당시 주식에 과감하게 투자했던 사람들은 결국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니 여유 자금이 생기면 무조건 주식을 사는 것이 정답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유 자금으로 주식을 샀다면, 지금 주가가 올라가고 떨어지고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10년이나 20년 후, 자기가 은퇴해서 노후자금을 필요로 할 때 올라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

 

왜 주식인가_ 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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