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랜 기간 동안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들에게 아무리 장기투자를 하라고 해도 이해를 시키기는 쉽지 않다. 장기투자가 좋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어봤지만 마음에 직접 와 닿지가 않는다. 왜냐하면 주식은 단기간에 큰돈을 버는 수단이라는 관념이 너무나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에 큰돈을 벌려는 주식투자는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다. 운이 따른다면 도박으로도 간혹 큰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운이 좋을 수는 없다. 한두 번은 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도박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주식투자에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의 여부는 유망하다고 판단한 회사의 주식을 산 다음부터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달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매수한 순간부터 매도가격을 저울질한다. 그리고 주식투자를 잘 한다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한다. 주식을 매수한 사람이 하는 질문은 당연히 "언제 매도하는 것이 좋은가?"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좋은 회사의 주식은 사고난 후 잊어버리고 계속 가지고 있어야 나중에 큰 돈을 번다.
어떤 회사에 관해 낙관적인 결론을 내리고 주식을 샀을 경우 매도해야 할 때는 크게 두 가지뿐이다.
첫 번째는 주가가 처음 살 때에 비해 과도하게 올라 그 회사의 실질 가치보다 훨씬 더 비쌀 때다. 회사의 가치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평가되었다면 매도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회사 경영이나 영업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의 미래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될 때다. 주식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사는 것이고, 기업의 가치란 기업이 현재와 미래에 벌어들이는 이익의 합이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이 가치가 크다면 보유하는 것이고, 작다면 매도하면 된다. 좋은 기업은 가치가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다. 나는 이런 기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런 기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인적자원이 훌륭하여 산업 트렌드를 선도하는 회사가 많고, 나라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면 이런 기업들이 점점 많아진다. 이런 기업을 발견한다면 장기투자해야 한다. 위의 두 가지 이유가 아니라면 급히 쓸 돈이 필요해서 주식을 파는 것 외에는 주식을 단기에 팔 이유가 없다.
만약 당신이 장사가 잘되는 지역에 있는 가게를 인수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가게가 아주 장사가 잘된다면 당신은 인수비용의 20%나 30%의 이익만 남기고 팔겠는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 그런 거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잘 되고 운영을 잘하고 있다면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실현할 이유가 전혀 없다. 사업을 잘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파는 것은 장사가 아주 잘되는 가게를 약간의 웃돈만 받고 파는 것과 매 한가지다.
가끔 한국에 와서 TV를 보면 전문가들이 나와서 주식투자에 관해 조언을 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종종 있다. 주로 '오늘의 투자전략'에 관한 것들로 현금 비중을 늘리라는 둥, 관망하다가 저점에 사라는 둥, 아니면 차트를 보여 주면서 주식매수 시점이 아니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반면 투자자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사항, 예를 들어 회사의 펀더멘털이나 사업에 관한 조언은 지극히 적다. 물론 오늘의 투자전략을 알려 주는 프로그램의 의도는 시청자들을 돕겠다는 것이겠지만 불행하게도 그것은 좋은 조언이 아니다. 하루나 이틀 사이에 기업의 가치가 달라질 리 없는데 오늘 하루의 전략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명색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런 조언을 하는 데 대해 나는 이해하거나 찬성할 수가 없다.
하루하루 매매전략을 세워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매일매일 주식가격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것을 맞춰서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시간 낭비고,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식투자로 성공하려면 기업의 기본가치에 근거해서 투자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이런 방식의 투자만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내가 코리아펀드를 운용한 15년 동안 코리아펀드의 거래량회전율은 10% 정도였다. 회전율이 10%라는 것은 1년 동안 전체 펀드 자산 중 주식을 사고판 금액의 비율이 10%라는 뜻으로,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한 번 매수한 주식은 평균 10년 이상 보유한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은 오히려 코스피 상승률 대비 연 평균 10% 이상 꾸준히 초과했다.
사람들이 단기투자에 집착하는 것은 너무 많은 뉴스와 정보 속에서 주관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없고, 기업에 투자하면서도 기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세의 흐름만 보기 때문이다. 날마다 바뀌는 주가만 보기 때문에 어떤 사업을 하는 기업인지,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기업인지 아닌지, 경영진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관심이 없다. 이렇게 어떻게든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남들보다 먼저 팔아 단기수익을 올리고, 주가가 내리면 남보다 먼저 팔아 손실을 줄이겠다는 생각이라면 도박과 무엇이 다른가?
주식을 단기적으로 사고파는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수수료에 있다. 우리가 주식을 매매하면 각종 수수료가 붙는다. 예를 들어 매매수수료와 세금을 합쳐 0.5%를 내야 한다고 가정할 때, 200번 거래를 하면 수수료 총액은 0.5X200=100%, 즉 원금 만큼 수수료가 나가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1000만 원의 돈으로 하루에 한 번씩 주식을 사고팔 경우 거래일로 계산하면 열 달이면 거래횟수가 200번이 된다. 열 달이면 원금 만큼 매매수수료가 나가게 되는 것이다. 미수까지 사용해서 하루에 한 번 이상 매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얻은 수익보다 나간 수수료가 더 많을 것이다. 이쯤되면 증권사 수익을 위해 주식투자를 하는지 자신의 수익을 위해 주식투자를 하는지 헷갈릴 정도다. 빈번한 매매를 한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1년에 수수료를 얼마나 지불했는지 확인해 보면 놀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주식을 자주 사고팔 이유가 없다. 주가를 예측해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단기투자는 주식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측이 가능하다. 주식의 가격은 언젠가는 그 회사의 적정 가치에 수렴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것에 투자하는 것과 예측 불가능한 요행에 투자하는 것, 이것이 바로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이다. 많은 투자가들이 투자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투기를 한다. 주식투자로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그야말로 '투자'를 해야 한다. 씨앗을 심어 두고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가 맺기를 기다리는 '투자'말이다.
아직도 장기투자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왜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확신시켜 줄 다른 실례를 들어 보자.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도 빌 게이츠와 함께 큰 자선사업을 많이 하는 세계적인 부자 워렌 버핏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피터 린치와 함께 가치투자의 귀재로 유명한 워렌 버핏은 그 많은 돈을 대부분 주식투자로 벌었다. 워렌 버핏은 투자지주회사 벅셔 해서웨이를 이끌고 있는데, 만일 30년 전에 누군가가 벅셔 해서웨이를 1만 달러를 넣어 두었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 그 돈이 얼마로 불어나 있을 것 같은가? 무려 4700만 달러다. 1만 원을 넣어 두었을 경우 4700만 원, 100만 원을 넣어 두었을 경우 47억 원이 된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4700배라는 수익률이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벅셔 헤서웨이뿐만 아니다. 1992년 내가 코리아펀드를 맡아 운용을 시작할 때 2만 원 남짓했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2010년 현재 8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삼성전자 주식을 지금까지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갑부가 되었다.
삼성전자 말고도 SK텔레콤이나 포스코, 삼성화재, 농심, 신세계 등 수십 배, 수백 배 오른 주식이 얼마든지 있고, 오랫동안 보유만 하고서도 큰 수익을 올린 사례는 이 외에도 수없이 많다. 지금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주식은 얼마든지 있다. 가지고만 있어도 5년, 10년 후에 회사가 성장하면서 저절로 부자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장기투자의 매력이다. 그런 종목을 열심히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매일 주식을 사고파는 것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은 똑똑한 것 같지만 헛수고만 하는 것이다.
장기투자를 강조하면 간혹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가 계속 좋아지면 상관없는데 만약 과거 일본처럼 20년 이상 대세 하락장이 오면 어떻게 합니까? 20년 전에 일본의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손해를 보고 있지 않나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만약 여러분이 한국의 10년, 20년 후를 어둡게 본다면 한국 주식에 투자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는 다릅니다. 당시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구조조정을 게을리 했고, 아직도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도 더 후진적인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장래는 일본보다 훨씬 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침체한다면 주식을 더 싸게 살 기회로 삼으면 됩니다."
IMF 때를 예로 들며 10년 전에 주식을 샀다면 10년 후에 휴지 조각이 됐을 거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때는 사람들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기업들까지 도산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지적일 수 있다. 공부하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는 말이다. IMF 기간 중 많은 기업이 파산했지만 내가 운용한 코리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은 단 하나도 무너지지 않았다. 펀더멘털에 기초해서 투자했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은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빛이 나고 가치를 증명한다. 부채가 많고 경영진이 똑똑하지 않은 기업은 위기에 쓰러질 수밖에 없지만 부채가 적고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은 위기에 잘 견디고 오히려 좋아질 때를 대비한 투자를 한다. 이런 준비 덕분에 경기가 회복했을 때 다른 기업들보다 큰 차이로 앞서 달려 나갈 수 있다.
사실 1997년 IMF 경제위기도 주식을 초저가로 살 수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 당시 주식에 과감하게 투자했던 사람들은 결국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니 여유 자금이 생기면 무조건 주식을 사는 것이 정답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유 자금으로 주식을 샀다면, 지금 주가가 올라가고 떨어지고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10년이나 20년 후, 자기가 은퇴해서 노후자금을 필요로 할 때 올라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
왜 주식인가_ 존 리
'주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라_ 주식농부 박영옥 (0) | 2019.05.26 |
---|---|
사적 시장 가치를 계산하라_ 브라운스톤 (0) | 2019.05.04 |
가치투자는 왜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가_ 이성수 (0) | 2018.05.02 |
단기투자로 돈 번 사람 있으면 나와 봐라_ 이성수 (0) | 2018.05.01 |
빚을 내는 순간, 지옥문이 열린다_ 이성수 (0) | 2018.05.01 |
투자기간은 기업가치가 결정한다_ 존 리 (0) | 2018.01.15 |
여유 자금은 오늘 아낀 돈이다_ 존 리 (0) | 2018.01.15 |
주식투자, 액수보다 방법_ 동명희 (0) | 2017.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