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다가서고 흥분할 때 냉정하라

 

"주식을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돼요?" 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대답은 명확하다. "공포에 다가서고 흥분할 때 냉정하세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전투자로 다지고 또 다져진 내 경험이 해주는 말이다. 나만큼 주식투자로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1992년 자본시장 자유화, 1997년 IMF 외환위기,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위기까지 현장의 한가운데 있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천당과 지옥을 수도 없이 오갔다. 공간적으로도 미국, 중국, 유럽, 동아시아 등 투자를 안 해본 나라가 없다.

 

그 오랜 경험 끝에 얻어진 값진 깨달음이 있다. 바로 '위대한 기업이라면 끝까지 함께하라'라는 신념이다. 이 신념은 깨지지 않는 차돌처럼 강하다. 그리고 이제는 언제 과감해야 하고 언제 신중해야 할지 알 것 같다. 흥분과 공포를 이길 수 있는 겸손과 용기가 중요하다. 오랜 경험이 나에게 선사해준 고마운 선물이다. 이 선물을 독자들도 나누어 가졌으면 한다.

 

사실, 주식 매매 시점과 관련해서 피터 린치의 '칵테일파티 이론'만큼 와 닿는 얘기도 없는 것 같다. 칵테일파티 이론은 주식시장에 진정으로 다가설 때와 떠날 때에 대한 얘기다.

 

피터 린치의 칵테일파티 이론은 다음과 같다. 극심한 시장침체기는 1단계로, 칵테일파티에서 내가 펀드매니저라고 소개해도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화제를 스포츠, 선거, 날씨 등으로 바꾼다. 이러한 1단계에서는 주식을 꼭 사야 한다.

 

2단계는 주식시장이 좀 올랐을 때로, 사람들은 내가 펀드매니저라는 걸 알고 머뭇거리다가 "주식은 위험해요" 라면서 치과 의사에게로 간다. 여전히 주식을 사도 좋은 때다.

 

3단계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둘 만큼 주식시장이 올랐을 때다. 이때는 다들 펀드매니저 주위에 둘러서서 주식 이야기를 경청한다. 당연히 치과 의사도 와서 같이 듣는다. 이때부터는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

 

4단계는 시장이 흥분했을 때로, 사람들이 펀드매니저인 나에게 자기 종목을 얘기하면서 사라고 추천까지 한다. 이렇게 흥분했을 때가 적절한 매도 시점일 것이다. 그런데 흥분의 국면 말고도 주식을 팔아야 할 때가 있다. 다음의 네 가지 경우다.

 

첫째, 대체재가 등장할 때다. 달리 말하면 새로운 혁신의 등장인데 기존 산업을 송두리째 사라지게 할 만큼 위협적이다. 과거 이동통신이 출현했을 때 투자자는 이를 목격하자마자 유선통신회사를 팔았어야 했다. 넷플릭스는 비디오방을 없앴고 이제 극장의 존재마저 위협하고 있다. 테슬라 같은 전기차의 등장 또한 대단히 위협적이다. 대체재의 등장은 기존 산업의 주주들을 벌벌 떨게 할 것이다. 그 산업을 송두리째 없앨 혁신의 싹이 돋아날 때 과감히 팔아야 한다.

 

둘째, 경쟁자가 등장할 때다. 수요가 는다 해도 경쟁자가 더 많아진다면 팔아라. 조선업이 호황이던 2007~2008년에는 눈만 뜨면 서남해안에 조선소가 만들어졌다. 준공된 지 2년이 채 못 돼 문을 닫는 조선소들도 나왔다. 경쟁구도가 심화된다는 건 그만큼 무서운 일이다. 과도한 경쟁의 끝은 처참하다.

 

셋째, 잠재적 수요의 끝단이 보일 때다. 살 만큼 샀으면 더 살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시장 침투력이 고갈된 때가 바로 주식을 팔 시점이다. 1989년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살 때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정했다. '그 비싼 휴대전화를 내가 살 수 있다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살 것이다. 그러니 그때를 잠재수요의 임계점으로 보겠다.' 이 판단으로 나는 1995년 휴대전화는 사고 한국이동통신 주식은 팔았다.

 

넷째, 투자한 기업의 키값이 변할 때다. 투자할 때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키값)에 변화가 생기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을 살 때 지역적 확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는데 확장이 불가능해졌다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값이 변했기 때문에 주식을 팔 수 있다.

 

다섯째, 다른 투자 대안이 생길 때다. 내가 갖고 있는 주식보다 더 좋은 기업을 만나면 팔 수 있을 것이다.

 

주식을 팔아야 하는 여러 사례를 들었다. 그러나 위대한 기업은 쉽게 일등 자리를 내놓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기업과 좋은 펀드에 투자했다면 흔들리지 말고 오래 투자하길 바란다. 오랫동안 투자자들을 지켜본 결과, 매매를 잘 못해서 실패한 경우보다는 좋은 기업과 빨리 헤어지고 나쁜 기업과는 오래 함께해서 실패한 경우가 많다. 위대한 기업과 좋은 펀드에 오래 투자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강방천의 관점

 

:

목표 수익률은 몇 퍼센트인가?

 

직접투자하는 사람들에게 목표 수익률을 물으면 대부분이 연평균 20~30%의 수익률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펀드 중 하나인 피터 린치의 마젤란 펀드 수익률이 13년간 29%였다. 워런 버핏은 어떨까? 50년 동안 21.6%였다. 버핏의 파트너십 시절은 제외된 수익률인데, 이 시절까지 포함하면 더 높을 것이다. 투자의 귀재도 아닌 우리가 그들만큼의 수익률을 장기적으로 올릴 수 있을까? 20% 이상의 연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브리지워터의 수익률

 

헤지펀드로 눈을 돌려보자.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수익률은 얼마일까?

 

1991년부터 2016년까지 26년 동안 퓨어알파 펀드의 수수료 적용후 수익률이 연평균 11,9%이다. 수수료가 연 2% 정도 되니 약 14% 정도 벌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했던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14%인 것이 현실이다. 연 복리로 10% 이상을 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브리지워터의 또 다른 펀드이자 이 책에서 다루게 될 올웨더 펀드의 수익률은 아래와 같다.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수익률이 연평균 7.8%인데, 수수료가 연 0.3~0.5%정도이므로 약 8.2%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겨우 연 8%밖에 안 되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연 8%를 꾸준히 10년을 낼 수 있는 펀드의 성적은 상위 10% 안에 들어간다.

 

연평균 수익률 8%를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복리로 9년 동안 연 8%의 수익률을 꾸준히 낼 수 있다면, 전체 투자금이 2배가 된다. 이것을 72의 법칙이라고 한다. 복리로 꾸준히 목표수익률을 낼 수 있을 때 투자금이 2배가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간단히 계산하는 법칙이다. 우리는 막연히 서울의 아파트가 아주 많이 올랐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정말 그럴까? 데이터를 확인해보자. KB시세 기준으로 2006년부터 2019년까지의 수익률을 구해보면 연평균 5.5%가 나온다.

 

물론 순수한 시세 데이터이므로 추가수익과 세금 같은 비용은 제외되었다. 연평균 5.5%는 작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장기간 연평균 5.5%를 유지한다면 높은 누적수익률로 이어진다. 서울의 부동산을 장기간 소유했던 사람들 역시 그런 수익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개인의 투자수익률은 어땠을까?

 

개인투자자의 수익률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연구는 한국재무관리학회에 2005년에 올라온 변영훈 교수의 연구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성과 분석>이다. 변영훈 교수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6년 동안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을 연구하였는데, 대형 증권사에서 제공받은 10,000개의 계좌를 전수조사한 것이니 어느 정도 통계적인 신뢰성이 있다. 계좌들을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개인투자자는 평균적으로 시장을 이기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종목 선택이나 타이밍에 대한 능력이 있는지 연구하였으나 양쪽에 대한 능력이 모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시장 대비 우월한 투자 성과를 보이는 개인이 존재하는 것은 확인되었으나 그들의 실적이 다음 해에도 지속되는 비율은 매우 낮았으며 수익이 안 좋은 투자자는 계속해서 수익이 끔찍한 수준에 머물렀다.

 

선물시장도 크게 다르진 않다. 2019년 11월 발표된 샤그의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 선물시장에서 데이트레이딩을 하는 개인 중 97%가 돈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에 6만 원 이상을 버는 사람은 시장참여자 중 상위 0.4%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매일 손익이 들쭉날쭉했다. 많은 사람이 데이트레이더가 되는 꿈을 꾸지만,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상위 0.4%도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그들이 버는 돈조차 월급생활자의 수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뮤추얼 펀드의 투자수익률

 

존 보글이 1970년부터 2016년까지 존재했던 모든 뮤추얼 펀드를 조사한 결과 미국 S&P500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둔 펀드는 0.5%에 불과했다. 동기간 미국 S&P500의 수익률이 연평균 10%이니 연평균 10%를 40년 동안 냈다면 금융전문가 증에서도 상위 1%의 성적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중략)

 

펀드회사에 맡기면 어떨까?

 

미국에서도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펀드투자 붐이 일어났다. 직접 투자에 지치고 실패한 개인들이 펀드매니저에게 자신의 자금을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투자자들의 지갑은 두툼해지지 못했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난 인물이 뱅가드그룹의 창업자 존 보글이다. 그는 대부분 펀드가 시장수익률도 못 내는 사실을 지적하며, 인덱스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책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에서 1970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시장에 존재했던 모든 뮤추얼 펀드를 전수조사했다.

 

[그림 2-6]은 그가 전수조사한 결과이다. 첫 번째로 주목할 점은 전체 펀드 중 80%나 되는 281개의 펀드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이다. 펀드가 왜 사라졌을까?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잘 나온다면 굳이 펀드를 폐쇄할 이유가 없다. '나는 운이 좋으니까 내가 고르는 펀드는 폐쇄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는 운이 좋으니까 다음 주에 로또에 당첨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355개 펀드 중에 확실한 수익을 낸 펀드는 단 2개이며 그 펀드를 고를 확률은 0.5%에 불과하다. 백번 양보해서 운이 좋아서 '확실한 수익펀드' 그룹에 있는 2개의 펀드를 샀더라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이 펀드에 초창기에 가입한 사람들만이 수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자금이 몰려서 펀드의 사이즈가 커진 이후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은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없었다.

 

피터 린치가 운용한 것으로 유명한 '확실한 수익 펀드' 중의 하나인 마젤란 펀드의 장기 수익률과 S&P500의 수익률을 비교해보자. [그림 2-7]에 따르면, 1990년까지는 S&P500보다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지만 1990년을 기점으로 S&P보다 낮은 수익률을 보인다. 또 다른 '확실한 수익 펀드' 중의 하나인 콘트라 펀드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그림 2-8]에 따르면, 콘트라 펀드는 2010년이후 자금이 본격적으로 몰리면서 S&P500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확실한 수익 펀드인 마젤란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조차 절반 정도만 수익을 거두었다고 한다. 어째서일까? 많은 개인투자자가 펀드의 수익률이 높을 때 들어갔다가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졌을 때 돈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인투자자의 투자 결정은 수익률과는 어긋나는 판단을 내릴 때가 많다. 개인투자자들은 펀드매니저가 투자하는 방식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큰 불안감을 느껴 펀드를 매도했을 것이다. (중략)

 

금융전문가를 전적으로 믿으면 안 된다

 

필자는 소위 '금융전문가'들의 판단에 전적으로 따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약 4년간 귀한 시간과 수업료를 치르는 과정에서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금융상품의 판매시스템에 있다.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데 중간에 낀 사람들이 너무 많다.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은행, 증권사 같은 판매사에서 판매수수료를, 상품을 직접 운용하는 운용사에서는 운용수수료를 가져간다. 이들이 가져가는 판매수수료는 고객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런 구조에서는 고객과 운용사 그리고 판매사의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금융상품들은 대개 운용자금에 대해 연 2~3%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렇게 2~3%를 떼주다 보면 고객에게 가는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자산관리사나 PB들이 고객에게 올해 수익이 높을 것이라 판단되는 상품을 찾아줄 수 있다면 좋겠으나 그들에게도 그런 상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전망을 잘하는 곳이라고 해도 올해 어떤 자산군이 오를지, 한국주식이 오를지 미국주식이 더 많이 오를지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다. 결국 대부분의 자산관리사와 PB는 자신이 많은 수수료를 벌 수 있는 상품의 판매에 더 집중한다.

 

절대수익 투자법칙_ 김동주(김단테)

:

주식은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랜 기간 동안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들에게 아무리 장기투자를 하라고 해도 이해를 시키기는 쉽지 않다. 장기투자가 좋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어봤지만 마음에 직접 와 닿지가 않는다. 왜냐하면 주식은 단기간에 큰돈을 버는 수단이라는 관념이 너무나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에 큰돈을 벌려는 주식투자는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다. 운이 따른다면 도박으로도 간혹 큰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운이 좋을 수는 없다. 한두 번은 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도박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주식투자에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의 여부는 유망하다고 판단한 회사의 주식을 산 다음부터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달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매수한 순간부터 매도가격을 저울질한다. 그리고 주식투자를 잘 한다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한다. 주식을 매수한 사람이 하는 질문은 당연히 "언제 매도하는 것이 좋은가?"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좋은 회사의 주식은 사고난 후 잊어버리고 계속 가지고 있어야 나중에 큰 돈을 번다.

 

어떤 회사에 관해 낙관적인 결론을 내리고 주식을 샀을 경우 매도해야 할 때는 크게 두 가지뿐이다.

 

첫 번째는 주가가 처음 살 때에 비해 과도하게 올라 그 회사의 실질 가치보다 훨씬 더 비쌀 때다. 회사의 가치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평가되었다면 매도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회사 경영이나 영업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의 미래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될 때다. 주식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사는 것이고, 기업의 가치란 기업이 현재와 미래에 벌어들이는 이익의 합이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이 가치가 크다면 보유하는 것이고, 작다면 매도하면 된다. 좋은 기업은 가치가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다. 나는 이런 기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런 기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인적자원이 훌륭하여 산업 트렌드를 선도하는 회사가 많고, 나라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면 이런 기업들이 점점 많아진다. 이런 기업을 발견한다면 장기투자해야 한다. 위의 두 가지 이유가 아니라면 급히 쓸 돈이 필요해서 주식을 파는 것 외에는 주식을 단기에 팔 이유가 없다.

 

만약 당신이 장사가 잘되는 지역에 있는 가게를 인수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가게가 아주 장사가 잘된다면 당신은 인수비용의 20%나 30%의 이익만 남기고 팔겠는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 그런 거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잘 되고 운영을 잘하고 있다면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실현할 이유가 전혀 없다. 사업을 잘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파는 것은 장사가 아주 잘되는 가게를 약간의 웃돈만 받고 파는 것과 매 한가지다.

 

가끔 한국에 와서 TV를 보면 전문가들이 나와서 주식투자에 관해 조언을 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종종 있다. 주로 '오늘의 투자전략'에 관한 것들로 현금 비중을 늘리라는 둥, 관망하다가 저점에 사라는 둥, 아니면 차트를 보여 주면서 주식매수 시점이 아니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반면 투자자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사항, 예를 들어 회사의 펀더멘털이나 사업에 관한 조언은 지극히 적다. 물론 오늘의 투자전략을 알려 주는 프로그램의 의도는 시청자들을 돕겠다는 것이겠지만 불행하게도 그것은 좋은 조언이 아니다. 하루나 이틀 사이에 기업의 가치가 달라질 리 없는데 오늘 하루의 전략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명색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런 조언을 하는 데 대해 나는 이해하거나 찬성할 수가 없다.

 

하루하루 매매전략을 세워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매일매일 주식가격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것을 맞춰서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시간 낭비고,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식투자로 성공하려면 기업의 기본가치에 근거해서 투자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이런 방식의 투자만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내가 코리아펀드를 운용한 15년 동안 코리아펀드의 거래량회전율은 10% 정도였다. 회전율이 10%라는 것은 1년 동안 전체 펀드 자산 중 주식을 사고판 금액의 비율이 10%라는 뜻으로,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한 번 매수한 주식은 평균 10년 이상 보유한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은 오히려 코스피 상승률 대비 연 평균 10% 이상 꾸준히 초과했다.

 

사람들이 단기투자에 집착하는 것은 너무 많은 뉴스와 정보 속에서 주관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없고, 기업에 투자하면서도 기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세의 흐름만 보기 때문이다. 날마다 바뀌는 주가만 보기 때문에 어떤 사업을 하는 기업인지,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기업인지 아닌지, 경영진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관심이 없다. 이렇게 어떻게든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남들보다 먼저 팔아 단기수익을 올리고, 주가가 내리면 남보다 먼저 팔아 손실을 줄이겠다는 생각이라면 도박과 무엇이 다른가?

 

주식을 단기적으로 사고파는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수수료에 있다. 우리가 주식을 매매하면 각종 수수료가 붙는다. 예를 들어 매매수수료와 세금을 합쳐 0.5%를 내야 한다고 가정할 때, 200번 거래를 하면 수수료 총액은 0.5X200=100%, 즉 원금 만큼 수수료가 나가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1000만 원의 돈으로 하루에 한 번씩 주식을 사고팔 경우 거래일로 계산하면 열 달이면 거래횟수가 200번이 된다. 열 달이면 원금 만큼 매매수수료가 나가게 되는 것이다. 미수까지 사용해서 하루에 한 번 이상 매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얻은 수익보다 나간 수수료가 더 많을 것이다. 이쯤되면 증권사 수익을 위해 주식투자를 하는지 자신의 수익을 위해 주식투자를 하는지 헷갈릴 정도다. 빈번한 매매를 한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1년에 수수료를 얼마나 지불했는지 확인해 보면 놀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주식을 자주 사고팔 이유가 없다. 주가를 예측해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단기투자는 주식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측이 가능하다. 주식의 가격은 언젠가는 그 회사의 적정 가치에 수렴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것에 투자하는 것과 예측 불가능한 요행에 투자하는 것, 이것이 바로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이다. 많은 투자가들이 투자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투기를 한다. 주식투자로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그야말로 '투자'를 해야 한다. 씨앗을 심어 두고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가 맺기를 기다리는 '투자'말이다.

 

아직도 장기투자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왜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확신시켜 줄 다른 실례를 들어 보자.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도 빌 게이츠와 함께 큰 자선사업을 많이 하는 세계적인 부자 워렌 버핏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피터 린치와 함께 가치투자의 귀재로 유명한 워렌 버핏은 그 많은 돈을 대부분 주식투자로 벌었다. 워렌 버핏은 투자지주회사 벅셔 해서웨이를 이끌고 있는데, 만일 30년 전에 누군가가 벅셔 해서웨이를 1만 달러를 넣어 두었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 그 돈이 얼마로 불어나 있을 것 같은가? 무려 4700만 달러다. 1만 원을 넣어 두었을 경우 4700만 원, 100만 원을 넣어 두었을 경우 47억 원이 된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4700배라는 수익률이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벅셔 헤서웨이뿐만 아니다. 1992년 내가 코리아펀드를 맡아 운용을 시작할 때 2만 원 남짓했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2010년 현재 8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삼성전자 주식을 지금까지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갑부가 되었다.

 

삼성전자 말고도 SK텔레콤이나 포스코, 삼성화재, 농심, 신세계 등 수십 배, 수백 배 오른 주식이 얼마든지 있고, 오랫동안 보유만 하고서도 큰 수익을 올린 사례는 이 외에도 수없이 많다. 지금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주식은 얼마든지 있다. 가지고만 있어도 5년, 10년 후에 회사가 성장하면서 저절로 부자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장기투자의 매력이다. 그런 종목을 열심히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매일 주식을 사고파는 것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은 똑똑한 것 같지만 헛수고만 하는 것이다.

 

장기투자를 강조하면 간혹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가 계속 좋아지면 상관없는데 만약 과거 일본처럼 20년 이상 대세 하락장이 오면 어떻게 합니까? 20년 전에 일본의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손해를 보고 있지 않나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만약 여러분이 한국의 10년, 20년 후를 어둡게 본다면 한국 주식에 투자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는 다릅니다. 당시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구조조정을 게을리 했고, 아직도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도 더 후진적인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장래는 일본보다 훨씬 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침체한다면 주식을 더 싸게 살 기회로 삼으면 됩니다."

 

IMF 때를 예로 들며 10년 전에 주식을 샀다면 10년 후에 휴지 조각이 됐을 거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때는 사람들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기업들까지 도산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지적일 수 있다. 공부하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는 말이다. IMF 기간 중 많은 기업이 파산했지만 내가 운용한 코리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은 단 하나도 무너지지 않았다. 펀더멘털에 기초해서 투자했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은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빛이 나고 가치를 증명한다. 부채가 많고 경영진이 똑똑하지 않은 기업은 위기에 쓰러질 수밖에 없지만 부채가 적고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은 위기에 잘 견디고 오히려 좋아질 때를 대비한 투자를 한다. 이런 준비 덕분에 경기가 회복했을 때 다른 기업들보다 큰 차이로 앞서 달려 나갈 수 있다.

 

사실 1997년 IMF 경제위기도 주식을 초저가로 살 수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 당시 주식에 과감하게 투자했던 사람들은 결국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니 여유 자금이 생기면 무조건 주식을 사는 것이 정답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유 자금으로 주식을 샀다면, 지금 주가가 올라가고 떨어지고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10년이나 20년 후, 자기가 은퇴해서 노후자금을 필요로 할 때 올라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

 

왜 주식인가_ 존 리

: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38)
주식 (40)
부동산 (46)
전망 (6)
투자 (15)
법률 (3)
경매 (2)
연금 (1)
상속 (3)
좋은글 (22)

최근에 올라온 글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