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될 기업의 주인이 되라
1996년도로 기억난다. 당시 이강파이낸셜서비스를 창업했던 동료 네 명과 함께 마카오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동료 중 한 명이 큰돈을 벌어 한턱 쏘겠다고 해서 갔던 여행이었다. 그 동료는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돈을 벌었다. 당시 한국이동통신은 외국인 한도에 묶여 있었으므로 국내에서는 1주당 30만 원에 거래되는 주식이 해외에서는 프리미엄 때문에 70만 원까지 거래되고 있었다.
그는 이 가격 차이에 착안했다. 그래서 국내 상장기업이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사게 하고, 그 주식으로 한국이동통신을 50만 원에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을 발행하게 했다. 그 상장기업은 교환사채를 외국투자자에게 비싸게 넘겨 큰 차액을 얻었다. 아마 한국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교환사채 발행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이렇게 큰돈을 벌었으니 그 즐거움을 함께하자고 해서 여행을 갔다.
마카오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쉬고 있는데 누군가가 "마카오까지 왔으니 카지노 게임이나 하자"라고 제안했다. 호기롭게 모두 카지노 앞에 도착했고, 여행경비를 부담했던 그 동료가 게임비까지 1천 달러씩이나 챙겨주었다. 그 돈을 들고 모두 기분 좋게 게임장으로 향했다. 나는 블랙잭 베팅이란 걸 했는데 게임의 룰도 잘 모르는 데다 어설픈 베팅으로 가져간 돈의 절반이나 잃었다.
오기가 발동했다. '내가 누구인가, 나름대로 투자에는 끼가 있는 사람 아니던가' 하며 평정심을 찾고 주변을 유심히 살펴봤다. 가만히 살피다 보니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베팅만 하면 따는 게 아닌가. 나는 그가 하는 대로 따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몇 번 하다 보니 원금을 회복하고서도 2배나 벌었다. 그 사람은 내가 따라 하는 걸 눈치 챘는지 자리를 옮겼고 나도 이 정도면 됐다 싶어 털고 일어났다. 물론 같이 간 동료들은 다 잃었다. 나는 딴 돈으로 기분 좋게 한턱 쏠 수 있었다.
'내가 주식투자를 왜 할까.' 당연히 부자 되기 위해서다. 그럼 '부자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카지노에서 했던 것처럼 돈 잘 버는 사람을 따라 하면 된다. 부자 될 국가, 부자 될 산업, 부자 될 기업과 함께하면 부자가 된다. 망할 국가와 없어질 산업, 쇠퇴할 기업과 함께하면 가난해진다. 그럼 '부자 될 기업과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그 회사의 직원이 되는 것이다. 자녀가 구글, 아마존 같은 회사의 직원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희망대로 된다면 좋겠지만 어지간해선 쉽지 않다.
둘째, 채권자로 함께하는 것이다. 이자도 따박따박 받고 원금도 제때에 회수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부자기업들은 워낙 우량해서 돈 빌릴 필요도 없고, 이자도 얼마 안 될 것이다.
셋째, 그 기업의 거래처가 되는 것이다. 부자기업과 거래한다면 같이 잘 나갈 것이고 돈 떼일까 걱정도 안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업과 사업할 기회를 잡기도 어렵고, 사업을 직접 해야 하니 만만치 않다.
넷째, 그 기업의 주주가 되는 것이다. 주식을 사면 그 기업의 주인이 된다.
네 가지 중에서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은 당연히 부자 될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가 될 기업의 주인이 되면 정말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렇다. 실제로 100년 전, 50년 전, 1년 전을 되돌아보면 당시 최고의 부자들은 한결같이 위대한 기업의 주주였다. 록펠러, 카네기 같은 역사적 부자들이 그 중인이다.
앞으로 1년 후, 50년 후, 100년 후에도 아마 최고의 부자들은 위대한 기업과 함께하는 주주들일 것이다. 물론 이들은 대주주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지분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나하고는 상관없는 얘기 아닌가"라고 할 수도 있다. 지분이 적다면 최고의 부자는 못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부자는 가능하다.
2008년 말에 애플과 아마존의 주주가 됐다 하자. 12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주주로 있다면 자산이 얼마나 늘었을까. 애플은 517배, 아마존은 136배나 올랐다. 이 정도면 지분이 적다 해도 꽤 괜찮은 것 아닌가. 앞으로 10년, 50년 후에도 또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마찬가지다. 이 질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반복될 것이다. 부자가 되는 가장 현명한 길은 부자가 될 기업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하면 좋은 점이 또 있다. 하고 싶은 사업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성격상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는 치밀하게 따진다. 그러나 결정하면 바로 직진이다. 그래서 실제 직접 한 사업들도 많다. 1999년 초에는 중국 ZTE와 합작해서 CDMA 휴대전화 제조회사를 공동 경영했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는 제주도에서 리조트 사업을 해봤다. 나무가 좋아 조경회사를 만들어 전남 신안 고향 땅에 수천 그루의 백일홍나무를 심기도 했다. 이외에도 직접 손댄 사업들이 몇 개나 더 있다.
물론 그때마다 사업을 할 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었고 더러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배운 것도 많았다. 사업 경험은 나를 차돌같이 단단한 투자자로 만들어준 밑거름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움도 있다. 그때 하고 싶던 일들을 주식투자를 통해 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자기 사업을 직접 하면 경영자만이 느낄 수 있는 보람과 성취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로 했다면 마음이 좀 더 편했을 테고, 하고 싶은 것을 더욱 많이 더욱 마음껏 했을 것 같다.
내 꿈을 대신 실현해줄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에 투자하면 된다. 큰돈이 없어도,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고맙게도 나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이 사업을 해준다. 온라인 유통 사업을 하고 싶어 아마존 주식을 샀다 하자. 세계적인 경영자 제프 베이조스 회장이 나 대신 자면서도 사업 고민을 해주지 않겠는가. 나의 꿈을 이뤄주고 내 재산을 키워주니 주식은 참으로 지혜로운 투자수단이다.
중국 사람들은 돈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영악할 정도로 돈 버는 방법을 잘 안다. 그들이 원하는 돈 버는 방법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수후수입, 자면서도 돈을 버는 것이다.
둘째, 피동수입, 남들이 대신 벌어주는 것이다.
셋째, 계통수입, 시스템이 돈을 벌어주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 있다면 매일같이 업고 다닐 것 같다. 그 업고 다닐 이가 바로 주식이다. 내가 잘 때도, 놀고 있어도, 신경 안 써도 편안하게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강방천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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