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공포 영화의 클리셰는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과도한 빚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은 처음에는 날고 뛰지만, 나중에 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없다. 물론 주식시장에도 무리한 베팅을 하면서도 목숨을 부지하는 주인공들이 있다. 하지만 절대 자신을 그 주인공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영화 속 주인공이 한두 명이듯, 대부분의 투자자는 조연이나 엑스트라다. 그렇다고 해서 일개 개미 투자자에 지나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길 필요는 없다. 거대한 빚 레버리지는 투자계의 거물도 한 방에 몰락시키기 때문이다.

 

"혹시 주식 투자로 큰 부를 일궜다가 망하는 분들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프리즘투자자문의 홍춘욱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나는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그는 투자 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으면서 거물 투자자들을 많이 만나왔을 터였다. 내 질문에 홍춘욱 대표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잘 나가다가 망하는 사람은 많이 봤죠. 보통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그 이유입니다."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쉽게 말해서 무리한 '빚투'를 한다는 것이다. (중략) 빌 황의 경우와 투자 규모는 다르지만, 방송인 조영구의 주식 투자 실패담이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그는 연예계 대표 '주식 마이너스의 손'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투자 실패의 중심에도 무리한 빚이 있었다. 지금까지 그의 투자 손실을 추산해보면 무려 2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를 무리한 빚투로 이끈 것은 첫 투자의 작은 성공이었다. 지인의 권유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그는 처음에 2000만 원을 투자해서 1000만 원을 벌었다. 보름 만의 일이었다. 'easy money', 즉 쉽게 돈 버는 재미에 사로잡힌 그는 주식 담보 대출 등으로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다. 그렇게 15억을 투자해서 13억을 날렸다.

 

빚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이는 의외로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빚으로 하는 주식 투자가 최근 꽤 보편화되었다. 접근성이 좋은 마이너스 통장, 신용 대출 혹은 담보 대출 등 열린 대출의 기회는 일반인들의 빚투를 부추겼다. 대출을 활용한 논리는 '시드 머니가 많을수록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수익'은 과거에 꽤 괜찮은 수익을 냈던 경험이 기준치가 된다.

 

공포 영화의 주인공처럼 마지막까지 살아남기만 한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상관없다. 다만 투자자가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하는 게 있다. 시드 머니가 많을수록 더 큰 손실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상승장에 누려온 수익률이 기준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수익률은 일반적인 주식시장에서 달성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건강한 물고기여도 수질이 나쁘면 비실거린다. 훌륭한 기업에 투자해도 시장 전체가 흔들거리는 상황이면 높은 수익을 얻기 어렵다. 기업이 좋다고 주가가 마냥 오르는 건 아니다.

 

오랜 기간 주식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익률을 떠나서 망하지 않아야 한다.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계좌를 망친다. 공포 영화속 클리셰처럼 계좌가 사망에 이른다.

 

"잘 아는 지인이 내부 정보로 콕 집어준 종목이니까, 이번엔 다를 거야." (사망)

"저번에 수익률은 좋았는데 적은 시드 머니가 문제였어. 이번엔 영혼을 끌어모아...." (사망)

 

상승장에 얻었던 수익률을 기준으로 긍정의 사고 회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하락장이나 보합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초기 성공한 수익률에 사로잡혀 있으면 더 큰 열정을 투입하고, 그 열정은 빚을 투입한다.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긍정 회로에서 재빨리 선회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건 스스로 하락장을 경험해보면서 체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빚으로 주식을 사고, 추가 매수로 평단가를 낮추려 애쓰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 큰 대출을 받는다. 이는 주식 투자로 망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맛본 투자자는 주식에 과하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빚까지 끌어 투자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너무 큰 노력을 들이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 바꿔 표현하자면, 무리한 빚을 내서 주식 투자를 한다는 것은 과하게 열심히 한다는 것이기도 한데,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투자는 모든 가능성을 끌어모아 정성들여 한 땀 한 땀 짓듯이 하는 것이 아니다. 빚을 내가며 정성을 다하는 투자는 여유로운 일상을 좀먹는다.

 

요즘 많은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외친다. 그리고 저마다의 경제적 자유 기준을 세운다. 누구는 10억이고, 누구는 20억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경제적 자유는 조금 다르다. 자산의 규모보다 더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빚으로부터의 자유'다.

 

'퇴사를 하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냐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 빚이 없어야 해. 자산이 얼마인가를 떠나서 빚이 있으면 퇴사하기 어려워."

 

예전 직장 선배가 퇴사하면서 내게 했던 말이다. 사실 당시 갓 대리를 달았던 내게 그의 말은 와닿지 않았다. 10년 근속 후 퇴사 시점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가 말한 '빚이 없는 자유'를 실감했다. 나 역시 빚이 없었기에 퇴사할 수 있었다. 만약 빚이 있었다면 나는 회사를 떠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사회 초년생 시절 빚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다. S전자에 입사하면 마통을 만들 수 있다는 정보에 솔깃해 바로 3000만 원짜리 마통을 만들었다. 당시 나는 3000만 원이라는 공돈이 생긴 듯한 기분과 동시에 벌어서 갚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통한도를 꽉꽉 채워 3년 가까이 소비를 즐겼다. 결과적으로 200만 원 후반대의 월급으로 매달 300~400만 원 정도를 웃돌게 쓴 셈이다. 결국 카드값 연체는 말할 것도 없이 휴대폰 요금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때의 뼈저린 경험 때문인지, 나의 주식 투자 제1원칙은 '빚내서 투자하지 말 것'이다. 나의 투자는 존버가 일상이다. 갚으라고 닦달하는 곳이 없으니 시세에 쫓기지 않고 5년이고 10년이고 눌러앉을 수 있다. 탄탄한 기업을 선택하면 2~3년 안에 주식을 사고팔아야 할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빚 없이 여윳돈으로 투자하고,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안전 마진을 갖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경제적 자유'다.

 

사업 부도든 투자든 망하는 사람들에게는 '과도한 빚'이라는 공통적 그늘이 있다. 그들은 과도한 빚을 청산하기 위해 또 다른 빚을 만든다. 만약 빚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모험을 시작하겠다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추는 한 방향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상승장은 계속되지 않는다. 물론 하락장도 영원하지 않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주식시장의 파도를 견뎌낼 방파제를 마련했는가?

 

"강세장에서 최대의 도박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은 사람들은 거의 항상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약세장에서 가장 큰 손실을 보는 사람들이다."

 

가치 투자의 아버지 벤자민 그레이엄의 말이다. 지금 빚투를 하고 있다면, 혹은 생각하고 있다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말은 아닐까?

 

돈 버는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합니다_ 한주주

:

물론 이렇게 이야기해도 주택 가격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때문에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과거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변화 방향을 살펴보면 이 주장의 신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2004년이다. 당시 한국은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이 대규모 연체로 이어지면서 극심한 내수경기 부진을 겪고 있었다. 이에 한국은행은 3.75%에서 3.25%로 정책금리를 두 차례나 내렸다. 반면 미국은 2003년 초 이라크 전쟁을 고비로 경기가 본격 회복되자 1%까지 인하했던 정책금리를 2004년 인상하기 시작해, 2005년부터는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 역전되었다.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정책금리가 역전된 2005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급등하기는커녕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800원대까지 떨어졌다. 원화 가치만 상승한 게 아니다. 주식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2,000 포인트 돌파에 성공했고 주택 가격은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데 왜 우리나라 자산 가격이 급등했을까? 그 해답은 '변동환율제도'에 있다.

 

환율이 일정한 수준에 고정되는 '고정환율제도'에서는 미국과의 금리차가 매우 중요하다. 환율이 변동할 위험이 없어서 금리가 높은 곳으로 자금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금리가 1%인데 미국 금리가 3%라면, 투자자들은 당연히 한국에서 돈을 빌려 미국에 예금하려 들 것이다. 결국 한국 금리는 상승하고 미국 금리는 하락해서 두 나라의 금리가 동일해질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핫머니 자금이 이탈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예전에 높은 금리를 주는 중국에 유입되었던 돈이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이탈하니, 중국 정부가 핫머니 관리에 쩔쩔맬 수밖에 없다.

 

반면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나라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2016년 초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한때 1250원까지 상승했다가 그해 여름에는 1100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변화무쌍하게 움직였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어떤 나라의 금리 수준보다는 '환율의 방향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가 2%, 아니 10% 벌어진다 해도 환율의 변동성보다 적기 때문에 금리 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는 정책금리 차에 큰 신경 안 쓴다!

 

앞에서 한국 주식시장의 추세를 결정짓는 세력이 외국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의 이익이 개선된다 싶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매수해 결과적으로 다시 환율을 떨어뜨리곤 한다.

 

한미 금리 차가 역전된 2005년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 해에만 32.8억 달러의 주식 순매수를 기록한 바 있다. 즉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가 역전되건 상관없이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의 '실적'에 주목한 것이다. 같은 현상이 2016년에도 반복되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며 한미 금리 차가 급격히 줄어들었건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2016년 1~11월 동안 무려 121.5억 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결국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결정할 때 미국의 정책금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산시장에 거품은 없는지, 내수경기가 위축된 것은 아닌지 등 다양한 변수를 조합해서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특히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결정은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포인트다.

 

특히 일부 국책연구소에서 정책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금리가 인하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 대목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별게 아니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결정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며, 금리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같은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하나의 변수만 가지고 정책금리 결정을 예측할 수 있으면 그 수많은 채권 분석가와 펀드 매니저들은 왜 그렇게 채권 금리 예상에 어려움을 겪겠는가?

 

고슴도치가 되지 맙시다!

 

너무 쉽게 미래를 예측하고 단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그 진위를 의심하는 태도를 가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물며 직접 뛰어들어 시장에서 제 돈을 걸고 피 흘려가며 싸우지도 않는 국외자가 세상의 모든 것을 안다는 듯 이야기할 때는 '고슴도치와 여우' 우화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테틀록은 여러 다른 영역의 전문가 의견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걸프전쟁, 일본의 부동산 거품, 퀘백이 캐나다에서 분리될 가능성 등 1980년대와 1990년대 거의 모든 중요 사건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중략)

 

테틀록의 결론은 사회과학계를 엿 먹이는 것이었다. 그가 살펴본 전문가들은 직업이 뭐든 간에, 경험을 얼마나 오래 쌓았건 간에, 전공 분야가 뭐든 간에 하나같이 동전을 던져 판단할 때보다 낫지 않았다.(중략)

 

테틀록은 전문가가 제시한 답변을 바탕으로 이들을 이른바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양극단 사이의 스펙트럼 위에 분류했다. 고슴도치는 거창한 생각, 즉 세상에 대한 지배적 원칙을 믿으며 '긴장하고 성급하며 경쟁적인' A형 행동 양식 유형에 속한다.

 

여우는 이에 비해 수없이 사소한 생각을 믿으며 또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관심이 사방팔방으로 뻗어가는 산만하기 짝이 없는 유형이다. 여우는 뉘앙스의 차이, 불확실성, 복잡성, 대치되는 의견 등에 좀 더 관대한 측면이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고슴도치는 언제나 큰 녀석 하나를 노리는 사냥꾼이라고 한다면, 여우는 무언가를 부지런히 줍고 다니는 채집자다.

 

여우랑 고슴도치 중에 누구 예측이 더 정확할까?

목소리 큰 고슴도치들의 전망은 엉망진창인 반면, 여우의 전망이 월등히 정확하다. 물론 사회적으로는 고슴도치들이 훨씬 눈에 많이 띈다. 일단 목소리가 크고 극단적인 전망을 제시하니 대중매체의 관심을 끌기 좋지 않겠는가.

 

물론 어떤 인간이 항상 고슴도치로, 항상 여우로 살아가지는 않는다. 필자 역시 90년대 중반 증권업계에서 처음 이코노미스트 일을 시작했을 때는 악명 높은 고슴도치였다. 그러나 20년 넘게 이 업계에서 일을 하다보니 점점 여우로 변신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기에, 나도 근거 없는 자신감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어" 라고 이야기하면 이렇게 대꾸해보자.

 

"정말 그런지 데이터로 확인해봅시다."

 

인구와 투자의 미래_ 홍춘욱

: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38)
주식 (40)
부동산 (46)
전망 (6)
투자 (15)
법률 (3)
경매 (2)
연금 (1)
상속 (3)
좋은글 (22)

최근에 올라온 글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