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월요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4.07.14 캐피털게인과 인컴게인_ 진율

캐피털게인, 또는 자본이득은 보유자산의 가치 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차익을 의미한다. 시세차익을 포함하는 개념이며, 자본이득의 경우에는 매각으로 이익을 실현하지 않았더라도 가치평가로 인한 차익도 포함된다. 자본이득이라는 표현보다는 캐피털게인이라는 영문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반대되는 개념인 인컴게인이라는 개념은 특정 자산을 소유하고 있음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의미한다. 채권의 이자수익이나 주식의 배당, 부동산의 경우 가치상승으로 인한 수익은 캐피털게인으로, 임대수익 등은 인컴게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주식은 대표적인 캐피털게인 추구 상품이며 채권은 대표적인 인컴게인 추구 상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의 투자대상군에 개별주식을 포함하지 않는다. 개별주식을 매입해서 꾸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2003년 국내 증권사에서 미국계 투자은행의 외화채권 담당으로 막 이직했던 당시에 같은 팀에 있던 한 이사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너 주식하니?"

 

국내 증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담당 업무가 무엇이든 대부분 어느 정도는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고, 회사에서도 권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준법감시는 상당히 엄격해서 주식 거래에 대해 일일이 신고하고 승인을 받은 다음 거래를 해야 했기에, 얼마 되지도 않지만 보유했던 주식을 모두 매각해서 그 순간에는 보유 주식이 없었던 상태였다. 새로운 일에 적응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조만간 다시 주식투자를 재개할 생각도 별로 없었기에 현재는 주식에 투자하고 있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그 이사님이 무심하게 다시 덧붙이셨다.

 

"주식하지 마라. 내가 십 년 넘게 채권시장에 있었는데, 채권하는 놈들 중에 주식해서 돈 벌었다는 놈을 본 적이 없다."

 

그때 이후로 적립식펀드나 거치식펀드와 같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한 적은 있어도 개별주식을 매입한 적은 없다. 돌이켜 보면, 그 이사님이 무심하게 던지셨던 한마디가 지금까지도 매우 고맙게 느껴진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시세차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시장심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채권쟁이였던 나로서는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낙관적인 심리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으니 아무리 복기를 해보아도 내가 개별주식을 매입해서 돈을 벌었을 가능성은 없다. 지난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차례의 금융위기를 지내면서 얼마나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지금 나의 자산을 지키는데 일부 도움을 주신 그분께 늘 고마운 마음이다.

 

우리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시세차익을 위한 금융시장, 주식시장이나 파생상품시장, 외환시장, 채권시장 등은 늘 대형 기관들과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 참여하는 약육강식의 세상이다. 케인즈가 비유하였듯이 "성공적인 투자는 다른 사람의 예상을 예상하는 것"이지만, 몇몇 대형 투자자의 예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예상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훨씬 크기에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런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로 지속적으로 시세차익을 얻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며, 그 희박한 가능성을 실현하는 사람이 우리일 거라고 가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1988년 2월 29일, 워렌 버핏은 투자자들에게 버크셔 헤더웨이의 1987년 실적을 보고하는 서신에서 다음과 같은 격언을 인용하였다.

 

"만약 당신이 30분 동안 포커 테이블에 앉아서 누가 호구인지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 호구는 당신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금융시장의 일원으로서 개인적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보아 왔지만, 놀랍게도 주식투자로 의미 있는 돈을 번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시장의 호구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우리 대부분은 아마도 그 시장의 호구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시세차익을 추구하려다 도리어 큰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며, 자산 중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시세차익을 위한 방향성 배팅에 배분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 인컴게인은 충분한 연구와 분석으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다. 따라서 당연히 수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지만, 꾸준한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에 투자했을 경우 채권의 만기까지 꾸준한 이자가 지급될 것이며, 발행사가 만기 이전에 부도가 나지 않는 이상 원금은 회수된다. 하지만, 그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주식투자 등의 방향성 투자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캐피탈게인에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보일 것이다.

 

투자에 있어서 캐피털게인과 인컴게인은 반드시 상호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주식투자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자주 간과되지만 배당수익이라는 인컴게인이 발생할 수 있으며, 채권투자의 경우 이자수익이라는 인컴게인이 확보되지만 만기가 긴 채권의 경우 금리변화에 따른 가격변동이 작지 않기에 캐피털게인도 추구할 수 있다.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대표적인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작은 상가나 오피스텔, 꼬마빌딩 등은 보유기간 동안에 임대수익이라는 인컴게인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목 좋은 위치에 자리한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에는 일정 기간 보유 이후에 높은 가격에 매도하여 상당한 캐피털게인도 얻을 수 있다. 평생을 채권쟁이로 살아온 나 같은 사람들이 특히 더 선호하는 투자방식이다. 미래와 노후를 위한 투자라면 수익형 부동산이 캐피털게인만 추구하는 투자보다는 더 안전하게, 인컴게인만 추구하는 투자보다는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어서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한 투자대상일 것이다.

 

끝없는 월요일_ 진율

: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38)
주식 (40)
부동산 (46)
전망 (6)
투자 (15)
법률 (3)
경매 (2)
연금 (1)
상속 (3)
좋은글 (22)

최근에 올라온 글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