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가치설은 간단히 말해, 모든 물건을 가치 있게 만든 것은 노동이란 주장이다. 가격의 대부분이 노동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 노동가치설은 마르크스에게 영향을 주었다. 노동자가 못사는 이유는 자본가가 노동자의 몫을 중간에 가로채서 떼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가 들고 일어나서 혁명을 일으켜 자본가를 없애야 한다는 게 프롤레타리아혁명이다.

 

그런데 노동가치설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노동가치설을 학문적으로 붕괴시킨 학파가 있었다. 오스트리아 한계효용학파가 등장하면서 노동가치설은 빛을 잃었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들어보자.

 

A는 자장면을 만들어서 판다. 그런데 A가 만든 자장면은 맛이 형편없다. 그런데 A는 자기가 자장면 기술을 익히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고, 또 자기는 대학까지 졸업한 사람이기 때문에 자장면 한 그릇당 3만 원은 받아야겠다고 주장한다. 노동가치설에 기반을 둔 주장이다. A는 자기 입장에서 대학을 마치고 기술을 익히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는지 강조하며, 자기도 먹고살려면 주거비, 생활비 등이 필요한데 이를 감안하면 적어도 시간당 얼마를 받아야 하니까 얼마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맛없는 자장면을 먹은 당신 입장에선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당신은 그 돈을 주려니 너무 억울하고,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정확하게 뭐가 잘못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여길 것이다.

 

그때 "짜잔~" 하고 당신을 구해주기 이해서 나타난 경제학자가 오스트리아의 한계효용학파다. 한계효용학파의 주장은, 사람은 한정된 돈을 가지고 자신이 제일 만족하는 방식으로 돈을 쓴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기 만족도에 따라서 돈을 지불하고,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한계효용학파는 가격이 공급자(노동자)가 아닌 수요자(소비자) 입장에서 결정된다고 본다.

 

이게 현대 경제학이 설명하는 가격 결정 방식이다. 노동가치설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한계효용학파에 따르면 노동자가 얼마나 힘들었냐는 중요하지 않다. 고객이 얼마나 만족했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고객은 자장면을 대졸자가 만들었든지 중졸자가 만들었든지 상관하지 않고 맛있는 자장면을 먹으려 할 것이고 자신의 만족도에 따라서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성공하려면 자신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고 타인의 요구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노동가치설에 입각해서 떼를 쓰는 노조가 많다. 팔리지도 않는 자동차를 만들어 회사가 적자인데도 임금은 무조건 올려야 한다고 떼를 쓰는 노조가 있다. 왜 그럴까? 결국 요약하면 자기 입장에서만 주장하는 게 노동가치설이고 상대방 즉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한계효용이론이다.

 

결국 당신이 얼마나 노력했느냐, 당신이 얼마나 고생했느냐, 그건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이 얼마나 만족했는지, 상대방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이게 중요하다.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해보자.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제조업 공장은 외국으로 이전될 것이고 서울에는 본사와 연구소만 남을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노조에서 주장하는 리카도의 노동가치설은 한계효용학파에 의해서 대체되었고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이론이다.

 

부의 인문학_ 브라운스톤

:

개인적으로 가난보다 더 가혹하고 무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난은 단순히 불편함으로 치부하고 그칠 문제가 아니다. 가난은 매우 치명적인 질병이며, 다른 모든 질병의 숙주가 되기도 한다.

 

가난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게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한다. 도리어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게 만든다. 이것이 가난이라는 질병이 지닌 가장 무서운 점이다.

 

충분히 살 수 있는데 아끼려고 일부러 사지 않는 것과, 돈이 없이서 사지 못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특히나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성장기에 겪는 가난은 자신감 상실, 학교 부적응, 폭력, 일탈 등의 거칠고 자극적인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 헛되어 보낸 학창시절이 이후의 삶에 얼마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가난은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든다. 화려한 곳에 가면 괜히 위축이 된다. 그러다보면 거부감이나 반감이 생기게 되고, 부유한 계층이나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잘나가는 이들에게 무언가 배우려는 태도보다는 시기와 질투를 하며, 자신의 가난을 합리화하고자 사회구조를 원망한다. 절도, 강도, 폭력, 살인 등의 범죄나 자살과 같은 일의 대부분은 가난, 즉 돈이 없어서 기인한다.

 

그렇기에 가난은 치명적인 질병이다. 반드시 고쳐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질병은 완치되지 않는다. 형편이 나아지는 것 같아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언제고 다시 재발하고 만다. 그뿐 아니다. 이 질병은 전염성도 지니고 있어 가족이나 주위 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세상에는 심각한 질병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이들이 굉장히 많다. 세상을 향한 독기어린 비판을 쏟아내고, 돈에 쪼들려 늘 근심이 가득하고, 열등감으로 스스로를 사랑하지도 못하는 사람들, 돈이 없어 연애도 못하고 공부도 할 수 없으며 병원에도 갈 수 없다. 아이를 낳거나 꿈을 좇을 용기도 없다.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 하루하루 돈의 노예로 살고 있다.

 

부모로부터 이 병을 물려받은 사람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완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의 2세에게도 자연스럽게 전염된다. 서러운 현실이지만 가난은 그렇게 대물림된다.

 

이제 인정해야 한다. 남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낭비는 그만둘 때다. 가난이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인정하자. 어떻게든 완치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난이 '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이다. 당신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근원은 대부분 돈이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고민의 대부분도 역시 돈에 의한 것이다. 가난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으면서, 이것이 병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치료 시도조차 하지 않으니 병은 악화될 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가난은 매우 치명적인 질병이다. 당신은 이 불편한 진실을 인정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리고 이 병을 고쳐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는가?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_ 유비(김수영)

:

당신 주위에는 부자라 일컬을 만한 사람이 존재하는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은 재벌급 부자들과 평생에 한 번조차 마주칠 일이 있을까 말까 할 정도다. 사람들은 결국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가 부자들을 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미디어를 통해서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 종종 그려지는 재벌의 모습은 한결같이 정형화되어 있다. 굳이 눈을 감고 상상하려 애쓰지 않아도 뻔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레퍼토리가 존재한다.

 

잘 먹어서인지 키도 크고 이목구비 뚜렷한 부잣집 아들은 고급 스포차카를 몰고 다니며 유흥업소에서 흥청망청 돈을 낭비한다. 딸이라면 부모의 카드로 날마다 명품을 쇼핑하는 등 사치를 일삼는다. 사람 알기를 우습게 알고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으며 버르장머리가 없어 집에 들어가면 부모를 본 체도 하지 않는다. 부잣집 가장은 보통 재벌 회장으로 그려지는데, 인색하기 짝이 없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말종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조차 저지른 뒤 돈으로 입막음을 해버린다. 가족구성원 간에 따뜻한 사랑이나 화목한 모습은 찾을 수 없고, 불화와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결국 자식이 부모를 배신하고, 형제는 남남이 되며, 서로 재산 다툼을 하다 풍비박산이 나곤 한다.

 

반면 텔레비전 속 가난한 가정은 어떤가. 단칸방에 복작복작 살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생활한다. 자녀는 부모를 공경하고, 형제자매는 우애가 돈독하며, 가장은 보잘것없는 일이라도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 늘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기에 매사에 긍정적이고 열정적이다. 때로 돈이 없어 비참함을 느끼는 순간이 오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끈끈한 가족애로 극복한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진실일까? 안타깝지만 틀렸다. 현실은 이와 정반대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오히려 풍족한 가정이 삶의 만족도가 높기에 여유가 넘치고 다툼이 적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사랑을 받으며 자라난 부잣집 자녀는 온화하고 예의가 바르다. 일부 무례한 부자들의 모습만 강조되는 탓에 왜곡된 것이다. 반면 가난한 가정의 가족들은 돈에서 비롯된 갖가지 갈등으로 지긋지긋한 삶을 간신히 버텨내야 한다. 근심과 걱정이 떠나질 않고, 가족끼리 갈등을 겪다가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머릿속에는 어째서 왜곡된 부자상이 자리 잡게된 것일까. 이것이 바로 미디어, 대중매체의 힘이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려주는 시청자는 대한민국 상위 1% 재벌이 아니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보통의 서민이다. 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사랑을 받기 위해 제작진은 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리만족용 환상과 희망을 그려낸다. 그래서 소위 대박나는 드라마에는 늘 잘생긴 재벌집 아들과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의 러브스토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또 어떤가. 언제나 주인공은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서민이다. 현실은 고달프지만 곧 상황이 나아지길 꿈꾸며 힘들어도 웃는 사람들 말이다.

 

반면에 부자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드물다. 부자들일수록 더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공부했기 때문에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가 투자로 돈을 벌었다면 남들보다 더욱 발품을 팔았을 것이고, 사업으로 부를 이뤘다면 치열한 전략이 뒷받침됐을 것이다. 이러한 노하우는 꿈을 꾸는 모든 이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다큐멘터리에서 부유한 사람을 쉬이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럭셔리한 외제차를 끌고 화려한 고급 아파트에 살며 운전기사와 가정부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이 대중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일 것이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신 반감이 일어나고, 방송 후에는 온갖 악플이 달릴 것이다.

 

굉장한 모순이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는 응원과 격려와 위로를 보내면서, 부유하지만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는 시기와 질투어린 저주를 퍼붓는다. 돈 많으면 나쁜 놈이고, 가난하면 착한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착해서 가난한 것이고, 나빠서 부자가 된 것일까.

 

미디어에 속아선 안 된다. 진실은 불편한 법이다.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사람도, 악착같이 돈을 모아 부자가 된 사람도 당신으로부터 욕먹을 짓은 하지 않았다. 부자들은 나쁘다는 일반화의 오류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들은 남들보다 돈의 가치를 조금 더 일찍 깨닫고, 돈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했기에 그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뿐이다.

 

만약 당신이 치열하게 돈을 벌어 부자의 반열에 오른다면, 당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입장을 바꾸면 답이 보이기 마련이다.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_ 유비(김수영)

: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 일확천금의 꿈을 꿨다. 주식으로 대박 나서 하던 일을 다 때려치우는 달콤한 꿈 말이다. 처음에는 주식으로 돈을 조금 벌었다. 곧 기대에 휩싸였고, 힘들게 모은 돈을 모조리 주식에 넣었다. 어떻게 됐냐고? 주식 투자에 성공했다면 내가 지금껏 그림을 그릴 리가 없지 않나.(웃음) 결국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후 정신을 차렸고, 지금은 주식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아, 다 잊었는데 막 슬퍼지려고 한다. 아무튼.

 

주식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바로 '손절매'다. 손절매란 주가의 하락으로 손해가 났을 때,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실패를 인정하고 보유한 주식을 팔아버리는 것을 말한다.

 

내가 산 가격보다 주가가 내려가고 앞으로도 계속 내려갈 것이 예상된다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팔아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 당연한 것을 못 해서 더 큰돈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 눈앞에서 주가가 계속 내려가는데도 팔지 못하고, '물타기'를 하거나 '버티기'를 한다. 주가는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고 언젠가는 다시 오르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나 그 전략은 대부분 실패한다. 다 잃고 나서야 절반이라도 건질걸 하고 후회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일반에 나도 포함된다. 슬프다. 말로만 들으면 참 쉬운 손절매를 사람들이 못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지금까지 투자한 게 얼만데, 아까워서라도 포기할 수 없어.'

 

본전 생각에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을 두고 '콩코드 오류'라 부른다. 1976년 처음 취항한 콩코드는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으로 만든 세계 최초 초음속 여객기다.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어 만든 이 여객기는 처음부터 두 정부의 기술력을 자랑할 요량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효율과는 거리가 멀었다. 적은 탑승 인원, 높은 탑승 비용, 낮은 연비, 잦은 고장. 콩코드는 최악의 여객기로 불리며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콩코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자존심상 실패를 인정할 수 없었고,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아까워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자, 여론에 밀려 2003년 콩코드 프로젝트는 막을 내렸다.

 

포기는 비굴한 실패라고 배웠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현명한 삶을 살기 위해선 포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인내'나 '노력' 같은 기술을 이미 수도 없이 익히며 살았지만, 포기하는 기술은 배우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포기하지 말라고 배웠다. 그래서 포기하지 못해 더 큰 걸 잃기도 한다.

 

내가 연이은 입시 실패에도 계속 도전을 했던 건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같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콩코드 오류에 빠져 있었다. 내가 투자한 시간이 얼만데 하는 마음이었다. 아깝고 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서 다시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도전하는 동안은 실패가 아니니까. 그렇게 나는 실패를 유보하고 있었다. 4수 끝에 붙어서 다행이지, 그때도 떨어졌다면 나는 또다시 입시를 준비했을 것이다. 늘 이번이 마지막이라 다짐했지만, 떨어진 후엔 본전 생각에 과감히 포기하지 못했고 실패를 인정할 수 없었다.

 

현명한 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노력과 시간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더라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용기. 실패했음에도 새로운 것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현명한 포기는 끝까지 버티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체념이나 힘들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의지박약과는 다르다. 적절한 시기에 아직 더 가볼 수 있음에도 용기를 내어 그만두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이 이익이니까. 인생에도 손절매가 필요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작은 손해에서 그칠 일이 큰 손해로 이어진다. 무작정 버티고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겐 노력보다 용기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무모하지만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말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_ 하완

:

운용 기법

 

네로의 운용 기법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그는 운용 업계에서 누구보다도 더 보수적으로 거래한다. 지금까지 실적이 좋은 해도 있었고 나쁜 해도 있었지만, 정말로 '나쁜' 해는 거의 없었다. 그동안 매년 30만~250만 달러의 소득을 올린 덕분에 몇 년 동안 안정적으로 종잣돈을 모을 수 있었다. 평균적으로 매년 약 100만 달러의 소득을 올려 세후 50만 달러를 축적했다. 이 금액은 그의 예금계좌로 직행했다. 1993년에 그는 실적이 부진해 회사에서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다른 트레이더들의 실적이 훨씬 좋았으므로 그에게 할당된 자본은 대폭 삭감되었고, 회사에서는 그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래서 자신을 더 인정해주는 다른 회사에서 같은 일자리를 얻었다.

 

1994년 가을에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갑자기 통화를 긴축하자 세계채권시장이 붕괴했다. 실적 경쟁을 벌이던 트레이더들이 한꺼번에 큰 손실을 보았다. 그들은 현재 모두 시장을 떠나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네로는 그들과 달랐다.

 

네로는 왜 돈을 더 벌지 못할까? 거래 스타일 때문이거나, 아니면 성격 때문이다. 그는 극단적으로 위험을 회피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며 무리하지 않는다. 운용을 마치면 거래를 접고 따분한 대학으로 들어가야 한다. 위험이 증가할 때마다 그는 대학의 조용한 복도와, 싸구려 커피로 졸음을 쫓으며 논문을 수정하던 지루한 오전을 떠올린다. 그는 무척이나 따분했던 대학 도서관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늘 말한다.

 

"나는 여기서 장수하고 싶어."

 

네로는 많은 트레이더가 파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자신은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파산이란 단지 돈을 잃는다는 뜻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큰돈을 잃고 직장에서 쫓겨난다는 뜻이다(의사가 면허를 취소당하거나 변호사가 자격을 박탈당하는 꼴이다). 네로는 미리 정해놓은 손실한도에 도달하면 즉시 거래를 청산한다. 절대로 '무방비 옵션'을 매도하지 않는다. 막대한 손실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것이다.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예컨대 100만 달러 이상 손실이 발생할 위험은 절대로 감수하지 않는다. 손실한도는 항상 가변적이다. 그해의 누적이익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식으로 위험을 회피했기 때문에 그는 흔히 '천하무적'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의 다른 트레이더들만큼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회사에서는 이후 등장하는 존처럼 네로와 스타일이 다른 트레이더들에게 더 많은 돈을 할당했다.

 

네로는 "잔 손실은 괜찮아. 벌 때 크게 벌면 되지"라며 푼돈을 잃는 것에는 개의치 않는 기질이었다. 그는 트레이더를 순식간에 쓸어버리는 공황이나 폭락 같은 희귀사건에는 어떤 경우에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희귀사건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했다. 사람들이 왜 손실이 발생할 때 버티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그는 항상 "최고 겁쟁이인 스티보에게 배워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정확한 대답은 아니었다. 사실은 그가 확률 개념을 익힌 데다가 타고난 회의론자이기 때문이다.

 

네로가 다른 트레이더만큼 많이 벌지 못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의심이 많아서 자기 돈을 미국채 외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형 강세장에서도 돈을 벌지 못했다. 약세장으로 돌변하면 함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주식시장이 일종의 사기판이라고 생각해 절대로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다. 그가 주식투자로 부자가 된 주변 사람들과 다른 점은, 현금 흐름은 풍족하지만 자산총액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그가 보유한 미국채 가격은 변동되지 않았다).

 

네로는 주식투자자들이 현금 흐름상 엄청난 적자를 보이는 신생 IT 벤처 회사에 집단적으로 홀려 있다고 생각했다.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이 부자가 될 수도 있지만, 결국 승패는 시장에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냐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바로 그가 강세장에 의존하지 않는 것처럼 약세장일 때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그의 순자산은 투자 실적에 좌우되지 않는다. 네로는 투자가 아니라 저축으로 부자가 되고자 한다.

 

또한, 저축 자금에 대해서는 손톱만큼의 위험도 감수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상품에만 투자한다. 미국채는 안전하다. 미국 정부에서 발행하는 증권이며, 미국 정부는 얼마든지 지폐를 발행해서 부채를 상환할 수 있으므로 파산할 일이 없다.

 

근로 윤리에 얽매이지 않다

 

투자업계에서 14년 동안 활동하고 나서 39세가 된 네로는 자신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개인 포트폴리오에는 중기 미국채 수백만 달러가 있으므로, 장래에 대해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가 고유계정거래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고소득 직업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빡빡한 근무 시간을 꺼리는 그의 성향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일부 사람들은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무작정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 집중력을 잃고 지적 에너지도 소진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런 사람들은 결국 운에 휘말려 허우적거리게 된다. 네로는 근로 윤리 때문에 사람들이 신호 대신 소음에 집중하게 된다고 믿는다.

 

시간이 넉넉한 덕분에 네로는 취미생활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다. 왕성한 독서를 즐기고 체육관과 박물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므로 변호사나 의사를 찾을 일도 없었다. 여가 시간을 이용해 다시 통계학과로 돌아가서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더 간결한 용어로 논문을 써서 통계학 분야에서 '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로는 이제 1년에 한 번, 반학기짜리 세미나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뉴욕 대학 수학과에 개설된 '확률적 사고의 역사'라는 강좌인데, 독창성이 뛰어난 과목이라서 우수한 대학원생들이 많이 수강 신청한다. 그는 장래에 품위 있는 생활을 유지할 만큼 충분히 저축을 했으며 은퇴에 대비해서 비상계획까지 수립해놓았다. 미래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서 시장이 문을 닫게 되면 확률과 비결정론을 중심으로 과학과 문학을 다양하게 결합한 대중적인 수필을 쓸 생각이다. 네로는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자제력을 유지하면서 열심히 일한다면 누구나 넉넉한 인생을 살아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믿는다. 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단지 운에 불과하다. 엄청난 위험을 떠안든가, 아니면 이례적으로 운이 좋아야 한다. 적당한 성공은 실력이나 노력으로도 가능하지만, 크게 성공하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이건 비밀인데..

 

극적인 사건을 겪은 후에 네로는 확률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 그는 이 사실을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관찰력이 예리한 사람이라면 네로가 이상할 정도로 의심이 많다는 사실을 감지할 것이다. 그의 생활은 보기보다 투명하지 않다. 네로는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논의할 것이다.

 

행운에 속지 마라_ 나심 니콜라스 탈렙

:

요즘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말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은행에 있는 남자 후배들은 비교적 급여도 많고 저축도 많이 하는 편인데 다들 하는 얘기가 차장님처럼 맞벌이를 하는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겁니다. 차장님처럼 착하다거나 예쁘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조금 시무룩해 하면서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혼자 버는 것보다 둘이 버는 게 훨씬 더 빨리 가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으니까요. 남자도 훨씬 부담이 덜 할 거고요.

 

그러면서도 저는 꼭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를 위해서 아내에게 일을 시키지 말고, 자신을 위해 일하게 하라고요. 만약 아내가 일 대신 가정을 택했다면 이를 인정해 주라고요. 선택은 각자의 몫이며, 여자가 일보다 가정에서 더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

 

대부분 여자의 경우 신혼 초에는 맞벌이를 하다가도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기간에 아이를 위해 퇴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를 잘 넘겼어도 아이를 봐 줄 사람을 찾지 못해 그만두기도 하고 다시 나오긴 했는데 일과 살림, 육아까지 잘할 수는 없다 보니 지쳐서 퇴사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엄마라고 해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그만두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돌아보니 참으로 힘든 여정이었으나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 온 제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참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아이에게는 분명 엄마가 필요합니다. 성장 시기마다 부모가 해줘야 할 일이 있고, 초등학교 전까지 아이에게는 엄마의 역할이 절대적이지요. 어느 스님께서도 취학 전까지만은 엄마가 아이를 돌보라 강조하셨고 저도 공감하지만, 현실에서 이는 쉽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7년간 육아에만 전념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겁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나 간단한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겠지요.

 

이처럼 경력이 단절된 경우 내 적성이나 능력에 맞는 자리를 찾기란 힘들다고 보면 됩니다. 저와 친하던 동기도 10년 넘게 아이들을 키우고 최근 은행의 시간제 일자리에 도전했는데 겁을 많이 내더군요. 그러고는 결국 쓰라린 낙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친한 친구인데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이렇게 출산과 육아로 공백이 생기면 다시 사회에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나를 위해 일을 붙잡아야 합니다. 저도 육아 때문에 정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주위 사람들을 괴롭혀 가며 간신히 버텨 왔습니다. 저처럼 아이 하나는 그래도 쉽지요. 자녀가 둘 이상인 분들은 정말 매일이 전쟁일 겁니다.

 

제 친정어머니는 막냇동생을 낳고 사흘 만에 다시 일터로 나가셨습니다. 일곱이나 되는 자식을 위해 키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셨겠지만 당시에도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가끔 어머니께 힘들지 않았냐고 여쭤보면 '그래도 좋았다'고 추억하시네요. 일하는 순간마다 떳떳하고 자부심이 있었다고요. "너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일을 계속 해"라고 말씀하시지요. 저도 여자 후배들에게 친정이든 시댁이든 어린이집이든 아줌마의 손이든 아이를 맡기고 일을 놓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생각만큼 어리지 않다

 

이는 비단 경제적인 면만 보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여자가 일하면서 갖는 사회적인 지위를 생각해 보십시오. 일을 통해서 얻는 자존감과 성취감도 큽니다. 엄마가 집에 있다고 아이가 엄마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공부 잘하던가요? 조금 자란 아이들은 엄마가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자기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주부들은 모두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자기계발을 통해 자아실현의 꿈을 이루고 있나요?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들여다보면 맞벌이든 전업주부든 나름의 고민과 할 일로 하루가 훌쩍 갑니다. 그래서 저는 자존감 부분에서 일을 하는 것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엄마의 손길이 필요 없어졌을 때 겪을 허무감도 적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육아를 위해 집에 있더라도 사회생활에 미련이 남는다면 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가족을 원망하지 않게 됩니다.

 

저는 폭풍 같았던 시기가 지나고 아이가 조금씩 자기 일을 할 나이가 되었을 때, 엄마 없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천천히 집안일을 가르쳤습니다. 전자레인지 돌리는 법, 커피포트에 물 끓이는 법, 간단한 청소와 정리정돈도요. 지금은 제법 라면도 끓이고, 설거지도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지 않고, 믿고 맡기는 것만큼 한다는 것을 저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일하는 엄마를 도울 수 있도록 계속 가르쳐야 합니다. 또 엄마가 일한다는 사실을 존경하도록 해야 합니다. 엄마는 엄마이기 전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요. 이건 엄마 자신을 위해서라고요.

 

엄마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만 보이면 결국 가족들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다면 아이들도 일하는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일하는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입니다.

 

독서를 추억으로

 

1980년대 초 제가 막 초등학교에 들어갈 시기는 먹고 살기도 바쁜 때였습니다. 저는 유치원을 다니지도 못 했고 한글도 언니들의 도움으로 겨우 뗐지요. 당시 집에는 부모님께서 사주신 50권의 계몽사 전집이 있었는데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꿈이고 이상의 날개였습니다. 비오는 날 언니들과 마루에 엎드려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었던 추억은 제 보물이지요.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는 것만큼이나 독서가 추억이 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축과 마찬가지로 독서도 습관입니다. 주말에 야외로 나들이하는 것도 좋지만, 한 달에 한 번쯤은 서점에 나와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떨까요?

 

은행 동료의 자녀 중 특히 영재가 많고, 명문대에 입학시킨 분들도 많아서 여쭤보면 대부분이 다그치기보다 좋은 책을 주변에 두고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보면 저절로 아이의 수준이 높아졌다고요.

 

같이 공부하던 선배 중에는 퇴근 후 저녁은 굶더라도 책 한 권은 꼭 읽어 주는 것을 신조로 삼은 분이 계십니다. 그 자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재로 선발되어 교육을 받더군요. 사교육비를 왕창 들이기보다 꾸준히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경제적인 자녀 교육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도 아이가 어릴 때는 추억에 젖어 전집을 몇 번 구매한 적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책이란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읽어야 하는데 전집은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거나 다 읽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일수입니다. 요즘 애들이 또 얼마나 바쁩니까? 그래서 저는 책은 아이가 직접 고르도록 합니다.

 

책장에 책이 좀 고르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책이라면 만화책이든 뭐든 사주세요. 부모 입장에서 좋은 책과 아이 입장에서 좋은 책은 분명히 다르니까요. 꼭 사야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도서관에도 다양하고 좋은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엄마들이 조금 부지런만 떨면 비용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좋은 책을 빌려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라면 함께 책을 읽으세요. 같은 공간에서 엄마와 함께 읽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경험이 됩니다. 엄마들은 아이가 어릴 땐 책을 읽어 주면서도, 본인을 위해서 독서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육아, 가사 직장일로 지쳐 시간이 없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저녁에 TV 드라마 한 편만 줄이고 주말에 침대에 덜 누워있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여자를 위로하는 독서의 힘

 

결혼을 해도 외롭고 힘들 때가 있지요. 이땐 뭐든지 읽으세요. 소설도 좋고, 잡지도 좋고, 자기계발서나 재테크책도 괜찮습니다. 내 마음을 달래는 것에 투자하는 것만큼 경제적인 일은 없습니다.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면 허기진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집니다.

 

쇼핑 중독에 걸린 여성들 대부분이 공허하거나 우울한 상태라는 분석을 보았습니다. 이게 다 마음에서 오는 병입니다. 쓰지도 않을 물건들을 사 모으기보다는 책 안에서 위로와 답을 찾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저도 직장생활과 결혼생활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겪었겠습니까? 그나마 책을 읽어서 도움을 받고 노하우를 찾은 것입니다.

 

경제활동을 그만두고 여가를 즐기는 순간에도 책 읽는 습관은 친구들과 수다 떠는 일만큼 여자들에게 필요한 일입니다. 책 한 권 값으로 얻는 지혜가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학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격은 지식이 아니라 그 사람이 쌓아올린 지혜에서 나옵니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으신 여러분은 멋진 여성입니다.

 

마담 리치의 재테크 시크릿_ 동명희

:

스물아홉에 깨달은 0과 1의 차이

 

꿈은 이루어진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었다면 애초에 자연이 우리를 꿈꾸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존 업다이크

 

"지금 쉬면 나의 가능성은 0퍼센트이지만 나가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내 가능성은 그때부터 1퍼센트가 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0과 1에는 거대한 차이가 있다. 몇년 전 후배에게 0과 1의 차이에 대해 들었는데, 지금은 항상 곁에 두고 새기는 좌우명이 되었다. 나태해질 때마다 나를 정신 차리게 하는 죽비 같은 말이다. 이 말을 들은 것은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0퍼센트, 움직이면 1퍼센트

 

중국에서의 사업 실패로 수억 원의 빚을 지고 정말 땡전 한 푼 없는 거지가 되어 한국에 돌아온 나는 고민도 사치로 느껴질 만큼 모든 것이 절박하고 불안정한 상태였다.

 

'지금 당장 죽거나 아니면 1원이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하루에도 수백 번 죽고 싶을 만큼 현실은 괴롭고 참혹했지만 나만 바라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아들 성준이 때문이라도 그럴 수는 없었다. 보험이라도 하나 들어놨어야 그나마 맘 편히 죽을 텐데 있던 보험도 모두 해지했고, 당장 보험에 가입할 돈도 수중에 없었다.

 

귀국하자마자 친구 소개로 대형 휴대폰 회사의 대표님을 뵈었고, 그분이 그동안 내 경력과 능력을 인정해줘서 좋은 조건으로 입사를 할 수 있었다. 3개월 동안 일반 평사원과 똑같이 휴대폰 판매사를 하고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그때 내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내 꽃다운 이십대가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스물세 살에 시작한 영업으로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하고, 레스토랑 사업과 식당 운영으로 수십억 원의 돈을 만졌다. 덕분에 <러브스위치>, <생방송 투데이>, <생생 정보통>, <중앙일보>를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얻은 내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뭐, 나보고 휴대폰 사업에 투자하라고? 휴대폰은 내 이미지와 맞지 않아서 싫어."

 

이십대 후반 휴대폰업계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많은 투자를 요청받고 내게 동업을 제안했었다. 그때 돈을 떠나서 이미지가 나쁜 휴대폰에는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근데 서른을 코앞에 앞둔 지금 기본급 90만 원의 휴대폰 판매 사원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렇게 나는 휴대폰 판매사, 일명 '폰 팔이'가 되었고 다행히 그동안 영업을 하며 터득한 방법들로 입사 첫 달부터 지인들의 도움 없이도 80대 이상을 판매했다. 덕분에 50명이 넘는 젊고 팔팔한 20대 판매사들 속에서 석달 동안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

 

석 달 후 나는 점장으로 임명되었다. 지방 대형 마트 안에 입점한 작은 매장으로 발령받은 것도 그때쯤이다. 한 달 총판매량이 40대도 채 되지 않는, 회사에서 가장 부진한 실적을 내는 작은 매장이었다.

 

인센티브로 먹고 사는 영업직에서 최악의 실적을 내는 매장으로 발령을 낸다는 것은 회사에서 내 능력을 시험하는 게 아니라면 퇴사를 권유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수입을 만들어야 했다. 작은 매장 규모와 직원도 한 명뿐이었지만 최대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외부 영업과 각종 마케팅 방법을 총동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판매량을 3배 정도 올려 현재의 직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결국 회사에서는 평택에서 가장 잘한다는 판매사 한 명을 일주일간 지원해주었다.

 

평택에서 일주일간 지원 온 직원은 20대 중반이 조금 넘은 나이에 성격좋고 판매도 잘하는 회사의 에이스였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일이 끝나면 매일 여자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즐긴다는 것이었다. 이 지역에 연고도 지인도 한 명 없으면서 매일 다른 여자들과 술을 마신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한 번은 비결이 궁금해 물어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아는 여자가 많아?"

"저는 그만큼 노력을 해요!"

"아니, 무슨 노력을 어떻게 하는데?"

"페이스북에서 매일 여자들한테 쪽지를 100개씩 보내고, 댓글을 엄청 많이 달고 친구 추가도 계속 신청해요."

 

정말 대단한 친구였다. 하루 저녁 술자리를 위해 매일 낯선 여자들에게 쪽지를 100개씩 보낸다니! 얼마나 대단한 노력과 열정인가. 예전부터 SNS를 하지 않은 나에게는 참 놀라운 사실이었다. 속으로는 '참 대단한 또라이를 만났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쪽지를 보내면 답장해주고 만나는 사람들이 있어? 그게 진짜 가능해?"

"점장님, 0과 1의 차이를 아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저의 가능성은 0퍼센트지만 제가 여자들에게 쪽지를 하나라도 보내면 저의 가능성은 1퍼센트가 되는 거예요."

"띵~"

 

망치로 머리를 강하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0과 1의 차이라니. 순간적으로 정말 머리에 망치를 맞은 것처럼 강한 충격을 받았다. 비록 여자들과의 만남을 주제로 얘기하다가 나온 말이었지만 지금까지 내 좌우명으로 삼을 만큼 심장을 뒤흔들고 그동안 나태해졌던 나를 반성하게 해주는  명언이었다.

 

"내가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는 가능성 0퍼센트의 사람이 되지만, 무엇이든 하나라도 시도한다면 1퍼센트의 사람이 된 것이고 그것을 꾸준히 지속하면 100퍼센트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그 친구가 무심코 툭 던진 한마디는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준 너무나 소중한 가르침이 되었다. 나에게 큰 감동과 가르침을 주었던 그 후배는 지금 평택에서 꽤 잘나가는 휴대폰 매장을 3개나 운영하는 수억 원 매출의 멋진 사장님이 되었다.

 

인생도 영업도 배움의 연속이다

 

나는 지금도 수강생들을 코치하거나 강의, 경영 컨설팅 등 모든 일을 할 때마다 이 말을 자주 사용한다. 0과 1의 차이는 열정과 노력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많이 사용하지만 배움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 가장 많이 사용한다. 얼핏 보기에는 정말 작은 차이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0이라는 숫자에는 '곱하기'라는 좋은 기회가 와도 결국은 또 0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기회나 아이디어가 생긴다 해도 내가 아는 것이 없다면 결국엔 아무런 성과도 만들어낼 수 없다.

 

나 역시 여러 가지 배움을 위해 수천만 원 이상의 수강료를 투자했고, 그때마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뭐야  겨우 저거였어? 와~진짜 별거 아니네! 누구나 배우기만 하면 할 수 있겠구나.'

 

하지만 정말 작은 차이가 영업과 비즈니스의 승패를 좌우한다.

가난했지만 그때 나를 위해 투자한 고가의 수강료를 한 번도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0이라는 나 자신이 배움을 통하여 1로 바뀔 수 있었고, 거기에 나만의 색깔을 더하고 노력을 곱해 내가 원하는 성공의 숫자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미래가 아닌 눈앞의 현실만 보고 배움을 게을리했다면 이렇게 빨리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처음 하루에 300만 원짜리 강의를 듣고 500만 원, 1000만 원짜리 강의를 듣는다고 했을 때 모두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쟤 드디어 미쳤구나. 등신같이 어디 가서 사기나 당하고, 빚쟁이가 돈도 안 갚고 헛바람 들어서 미친 짓 하고 다니네."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걸 증명해 보일 수 있었다. 나는 1이라는 배움을 통해 내 자신을 바꿀 수 있었고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수억 원의 빚을 청산했다. 그 결과, 최고의 영업자로 연 3억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1인 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다. 요컨대 투자 대비 수백, 수천 배의 이익을 거둔 것이다.

 

"위안이 되는 사이가 가장 무서운 사이다."

 

나의 책쓰기 멘토인 '한책협'의 김태광 대장이 내게 해준 말이다.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것을 보여 위로하고 격려해주면 결국에는 고만고만한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내가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고 성공하고 싶으면 일단 그런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또 나를 바꿔줄 수 있는 멘토나 코치,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지금  당신이 있는 곳에서 당신의 의식을 바꿔주고 변화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비싼 수업료를 내고라도 더 높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것이다.

 

배움에 인색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찾아보면 무료 강연과 소규모로 진행하는 강의가 꽤 많다. 강연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강연자를 만나고 거기에 참석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배움과 에너지와 열정을 얻어라.

 

그리고 책은 언제나 최고의 선생님이다. 한 권의 책 속에는 그 저자의 모든 인생과 생각, 노하우, 노력, 열정이 집약되어 있다. 당신은 그 최고의 작품을 2만 원도 채 안되는 가격과 2~3시간 정도의 노력을 들여 읽으면서 한 사람의 인생에서 겪었던 모든 것을 배우고 공부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투자 대비 최고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것은 단언하건대 한 권의 좋은 책이다.

 

0으로는 아무 성과도 만들어낼 수 없지만 1이 되는 순간 당신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모든 것이 현실로 만들어질 것이다.

 

나는 인생에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영업에서 배웠다_ 안규호

:

자동차 할부금이나 주택 대출금 등으로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가정이 많다는 보도를 보았다. 또한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대출을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진짜 큰 부자는 빚이 없다. 부자까진 바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빚이 없어야 한다.

 

내가 아파트를 투자하다가 큰 곤경에 처한 적이 있었다. 대출을 많이 받아 큰 아파트를 샀는데, 이후에 가게 수입이 현저히 떨어졌고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갑자기 방송 일을 쉬게 되었다. 방송 일과 장사의 공통점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잘 나가다가 어느 날 출연이 끊기고, 잘나가던 음식점이 어느 날부터 손님이 뚝 끊기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밤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대출이자 갚는 것이 너무나 버거웠다. 남편에게 말할 수도 없고 말해봐야 팔란 소리밖에 나오지 않으니 혼자 끙끙 앓았다. 무리를 해서 아파트를 산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팔려고 해도 그 당시 관례상 다운계약서를 썼기에 잘못하면 산 가격도 못 받을지 몰라 팔지도 못하고 속만 태웠다.

 

그 뒤부터 투자할 때는 절대 무리수를 두지 말아야 할 것을 명심, 또 명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탐나는 물건이 있을 땐 어쩔 수 없이 또 은행에 빚을 지게 된다. 그럴 경우에는 빚을 갚는데 주력하는 것을 최우선 방법으로 한다.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먼저 빚부터 갚아야 한다. 빚 무섭다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재테크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 약간의 불편과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미래의 희망과 목표를 향해 좋은 투자처가 나오면 매수해야 한다.

 

이때 수입이 생기면 무조건 50대 50법칙을 고수하면 빚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수입의 반은 무조건 빚을 갚는데 충당하고 그 나머지를 지출하면 된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부동산 매매가 잘 안되니 특히 지나친 대출을 삼가해야 한다. 몇 천 평을 개발하여 타운하우스를 지어 놓고 빚더미에 앉은 사람을 보았다. 멋지게 집을 지었는데도 분양이 되지 않아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20억이 넘는 대출금의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부동산은 잘못 손대면 재산이 아니라 큰 빚덩이가 될 수 있다. 이자가 많아 감당할 수 없을 때는 100억짜리 부동산이 있다 한들 땅거지가 될 수 있다. 최소한 이자를 감당할 수 있고 현금 회전이 될때 부동산에 자금을 묻고 대출을 받는 것이 좋다.

 

나는 부동산 투자를 할 때 부동산 가격의 70~80%는 자기 자본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가진 재산을 절대로 올인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다.

 

부동산이라는 것은 시세라는 개념보다는 물건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좋은 물건을 고를 줄 아는 안목을 키우려고 노력한다. 또 내가 잘 아는 지역에만 투자를 한다. 지역에 대해 이미 꿰뚫고 있을 때는 실패의 확률이 적다. 잘못 투자했을 경우 소개한 사람을 원망해보았자 소용없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나다.

 

팽현숙의 내조재테크

:

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가게를 시작했다.

워낙 아껴서 생활했기에 사실 생활비는 크게 들지 않았다. 노후를 위해 투자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그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했다.

 

강남에서의 도자기 가게를 시작으로 의상실, 레스토랑, 양수리에서 카페, 오리고기집, 호프집 등 다양한 음식점을 거쳐 현재 순댓국집까지, 결혼 후 계속 다양한 장사를 했다.

 

직접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린 양수리 카페가 가장 큰 성공을 했지만, 나머지도 다행히 크게 실패한 사업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게 비법을 많이 묻는다. 누구나 그대로만 한다면 실패하지 않을 방법이 내게는 있다.

 

'나는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쉴 때도 일했다.'

 

이것이 나의 필승 비법이다. 일요일에 쉬면 장사의 이문이 남을 수 없다는 철칙을 세웠다. 그래서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돈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순댓국집을 차리고나서 한때는 가게 근처에 강이 보이는 곳에 아파트를 사서 인테리어까지 예쁘게 꾸며 살았다. 그러나 덕소에서 여의도의 방송국으로 가야 하는 남편이 여간 불편해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새 단장한 덕소의 아파트는 임대를 주고 여의도 방송국 코앞에 아파트를 얻어 들어갔다. 지금도 나는 날마다 여의도에서 덕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운전을 해서 온다.

 

구리에 차렸던 레스토랑이나 양수리에 차렸던 카페도 항상 집과는 멀어 나는 매일 장거리 운전을 해야 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항상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집안일을 마치고 일하러 간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잠이 부족했다. 운전 중에 졸릴 때도 많았다. 내가 부지런하긴 하지만 몸이 약하도 보니, 피로를 쉽게 타고 특히 운전 중에 졸음이 밀려왔다. 그럴 때 나는 나중에 우리 가족이 꿈을 이뤄 편안한 생활을 하는 상상을 하며 허벅지를 꼬집고 뺨을 후려치면서 운전을 한다.

 

나는 바지런하신 외할머니 손에서 크면서 선천적으로 부지런함을 배웠다. 나는 잠시도 손을 쉬지 않는 편이다. 집에서도 쉬지 않고 집안일을 하고, 가게에서도 손님이 없으면 직접 기른 채소를 다듬고 김치를 담글 정도이다. 손으로 뭘 만드는 것도 좋아해 손뜨개로 이것저것 짜서 지인들에게 선물을 주곤 한다. 가만히 있으면 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살다 보니 몸은 좀 고되었지만, 남편만 바라보지 않게 되니 마음이 편했다.

 

가게를 잠시 쉬면서 집에서 남편에게만 기대고 있을 때는 일찍 들어오지 않는 것도, 술 먹고 들어오는 것도, 남편의 말 한마디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어 힘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하루 24시간 바쁘게 집안일과 가게 일에 몸과 마음이 바쁘다 보니 오히려 남편에게 측은지심이 생겼다.

 

어깨가 쳐진 남편들이 참 불쌍했다. 사회생활이 뜻대로 되지 않는데 가장으로서 아이들하고 아내가 자기만 쳐다보고 있다면 그것도 갑갑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일을 해보니 돈을 벌고 일한다는 것,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남자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창업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다. 장사를 시작할 때 귀가 얇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장사 경험은 없는 데 돈은 벌고 싶은 마음에 가진 돈을 올인하는 것도 큰 위험이 따른다. 다년간 가게를 운영하고 계약에 이르기까지 발품을  판 경험으로는, 절대 가게 넘기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가게를 소개하는 부동산의 말도 마찬가지다. 특히 매상이나 권리금은 무조건 반토막을 내서 흥정을 시작하라고 귀뜸해주고 싶다.

 

"이만한 자리에 그 정도 권리금은 기본입니다."

 

"여기 있는 테이블에 손님이 차면 하루 매상이 기가 막히죠"

 

이 말은 권리금을 받으려는 지극히 상투적인 말이다. 그러나 초보자들은 이 말에 혹하여 비싼 권리금을 주고 가게를 덜컥 계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부동산에서 자주 쓰는 상투적인 말이 있다.

 

"권리금이 왜 많겠습니까? 장사가 잘 된다는 이야기죠."

 

그럴 땐 다음과 같이 응수해야 한다.

 

"장사가 잘 되면, 그럼 왜 내놓아요?"

 

가게를 넘길 때 매상을 많이 부풀려서 말하기 마련인데, 마음에 드는 가게가 있다면 나는 매상 장부를 보여 달라고 했다. 가게 안에서 직접 음식을 먹으며 오는 손님도 파악하거나 가게 밖에서도 드나드는 손님을 세보면 장부를 보기 전에 이미 매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권리금이 큰 가게일수록 매상이나 권리금에 거품이 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가게를 열 때 권리금이 거의 없는 곳을 택했다. 권리금은 가게를 비워줄 때 돌려받을 수 있는 보장이 없고, 제대로 산정되어 있지 않는 게 기본이므로 가능한 안 내고 들어가야 한다. 최대한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해서 권리금을 깎아야 한다.

 

권리금 다음으로 신경써야 하는 게 인건비다.

나는 연예인으로서 내 얼굴을 간판으로 장사하지 않겠다고 작정했다. 따라서 나는 직접 주방에서 홀, 카운터까지 내 손을 거칠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내가 한 시간만 부지런을 떨어 가게에 나오면 종업원 한 사람 몫이 줄어든다.

 

처음 가게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꼭 지키는 철칙이 있다. 가게에서 나오는 수입은 공금이기에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 한 달 치 수입을 정산해 직원들 월급날에 나도 월급 사장이라는 생각으로 월급을 챙겨간다. 단 한 번도 나는 월급날 전에 공금을 가져간 적이 없다. 장사가 잘 된 달은 직원들에게 보너스도 주고 나 스스로에게도 보너스를 지급한다.

 

작은 가게지만 현재 우리 순댓국집에서 열 사람이 벌어간다고 생각하면 뿌듯해진다. 직원들이 모두 열심히 일하는 만큼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팽현숙의 내조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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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것도 되도록이면 한방에, 할 수만 있다면 힘들이지 않고 부자가 되길 바란다. 그러나 다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내가 이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내가 돈을 좀 벌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으로 판단한 것이다.

 

"팽현숙 씨는 어떻게 그렇게 쉽게 돈을 많이 벌었어요?"

 

"솔직히 부동산 투기나 뭐 그런 거 하지 않고 집을 몇 채씩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개는 돈이 없거나 집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도 아니면 낭비벽을 고칠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이거나.

 

내가 경험하고 보고 배운 바로는, 결코 부자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그래도 나는 운이 좋으니까 언젠가는 한방에 안타를 날릴 거라고 믿어', '로또 당첨이 되거나 조상이 숨겨 놓은 땅을 찾아가라는 연락이 올지도 몰라' 라고 말하는 얼간이가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과감하게 펀치를 날려주겠다.

 

"정신 차려 이것들아!"

 

거듭 말하지만 부자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진짜 부자는 젊은 시절에는 부지런히 벌고 노후에야 부자로 삶을 누린다.

개그맨을 할 때는 젊은 시절 그렇게 화려했던 연예계 선배들이 나이를 먹어서는 초라한 모습으로 지내는 것을 보고 자연스레 젊어서부터 노후를 생각하게 되었다. 노후에 제대로 모양새를 갖춘 선배가 되려면 젊어서는 모양새를 버리고 일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한결같이 부자가 되려면 돈의 액수와 상관없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은 돈으로 시작해 많은 시간을 들여 부자가 된 사람들은 이 말의 진리에 감탄할 줄로 믿는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중에 하나다. 결국 재테크는 시간에 돈을 오래 묻어 둘 수 있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나는 백일 된 첫 아이를 떼어놓고 장사 길에 나섰다. 어미 노릇을 방기했다는 자책에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장사에 매달렸다. 하지만 처음에는 별 소득이 없이 접었다.

 

'경험 부족이야. 내가 앞으로 한 10년 장사한다면 그 다음부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때 그렇게 스스로를 독려했다. 지금 나는 장사만 21년째 하고 있다. 그 시간 동안 답을 얻기는 했다. 장사는 결코 오래 한다고 쉬워지지 않는다는 답이다.

 

이 세상에 쉬운 장사란 없다. 그러나 이력이 쌓인 만큼 그에 비례해 노하우도 쌓인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 노하우를 쌓은 게 진정한 재테크라고 장사꾼인 나는 말할 수 있다.

 

어느 분야 어느 계통을 막론하고 자기만의 노하우가 없다면 빈껍데기나 다름 아니다. 노하우를 가진 사람은 몸값이 올라가고 노하우를 가진 기업은 주가가 업그레이드되게 마련이다.

 

부자가 되고 싶지만 지금은 돈이 없어 재테크를 못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주말마다 여행도 자주 하고 즐길 걸 다 즐긴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연신 언젠가는 부자가 되겠다고 읊조린다.

 

"저축을 하고 싶은데 지금은 여유가 없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그땐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해야지."

 

나는 속으로 비웃는다.

 

'지금 저축을 하지 않는데 나중이 어딨니?'

 

저축도 습관에서 비롯된다. 저축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시장에 가도 견물생심이 생기지 않는다. 백화점에서 아무리 빅 세일을 해도 과소비를 하지 않는다. 자기 통장에 늘어나는 수익을 보면서 희열을 느껴본 사람은 하나 더 준다고 해서 열일 제쳐두고 대형 할인마트의 끼워 팔기 물건을 사기 위해 카드를 긁지 않는다.

 

'나중에' 라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치고 크게 되는 것 못 봤다. 푼돈을 모을 땐 모아야 한다. 그래야 목돈이 되고, 목돈이 있어야 원하는 꿈을 이룰 수가 있다. 목돈이 없으면 시간이 주는 중요한 가치와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저금이라는 것은 하면 할수록 신기하게도 사고 싶은 물건도 없어지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지고 속이 든든하면서 안 먹어도 배가 부르는 습성이 있나 보다. 그렇게 계속 하면 된다.

 

나의 특별한 재테크 방식은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동산은 무조건 장기 보유한다. 부동산은 오래 놔두어야 돈이 된다. 절대 짧은 시간에 돈이 되지 않는다. 내가 저걸 100만 원 주고 산걸 뻔히 아는데, 금새 150만 원에 팔면 누가 사겠는가. 땅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서 주인이 신경 써서 꾸미면, 그만큼의 노력을 쳐 준다. 그러다보면 전체적으로 땅값도 오르고, 평균 땅값 오른 것에 더해 가치를 더 올릴 수 있다. 그렇게 10~20년 땅을 가지고 있는 것은 투자이지, 투기는 아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복리 저축이다. 나는 장기 적금도 상당히 많이 하는 편이다.

저축과 투자는 되도록 빨리 시작해야 한다. 물론 단기간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이 이 특수한 사람들을 쫓아 단시일에 부자가 되려다 보면 오히려 가랑이가 찢어질 수 있다.

 

나는 장사를 시작할 때도 '내 인건비만 나오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하루도 빠짐없이 일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로 과한 욕심을 버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묵히고 시간과의 싸움으로 여유롭게 장기간 묵힌다.

 

부자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법이 없으니 지혜롭게 묵힌 투자가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게 나의 소신이다.

 

팽현숙의 내조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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