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주위에는 부자라 일컬을 만한 사람이 존재하는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은 재벌급 부자들과 평생에 한 번조차 마주칠 일이 있을까 말까 할 정도다. 사람들은 결국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가 부자들을 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미디어를 통해서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 종종 그려지는 재벌의 모습은 한결같이 정형화되어 있다. 굳이 눈을 감고 상상하려 애쓰지 않아도 뻔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레퍼토리가 존재한다.
잘 먹어서인지 키도 크고 이목구비 뚜렷한 부잣집 아들은 고급 스포차카를 몰고 다니며 유흥업소에서 흥청망청 돈을 낭비한다. 딸이라면 부모의 카드로 날마다 명품을 쇼핑하는 등 사치를 일삼는다. 사람 알기를 우습게 알고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으며 버르장머리가 없어 집에 들어가면 부모를 본 체도 하지 않는다. 부잣집 가장은 보통 재벌 회장으로 그려지는데, 인색하기 짝이 없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말종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조차 저지른 뒤 돈으로 입막음을 해버린다. 가족구성원 간에 따뜻한 사랑이나 화목한 모습은 찾을 수 없고, 불화와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결국 자식이 부모를 배신하고, 형제는 남남이 되며, 서로 재산 다툼을 하다 풍비박산이 나곤 한다.
반면 텔레비전 속 가난한 가정은 어떤가. 단칸방에 복작복작 살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생활한다. 자녀는 부모를 공경하고, 형제자매는 우애가 돈독하며, 가장은 보잘것없는 일이라도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 늘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기에 매사에 긍정적이고 열정적이다. 때로 돈이 없어 비참함을 느끼는 순간이 오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끈끈한 가족애로 극복한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진실일까? 안타깝지만 틀렸다. 현실은 이와 정반대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오히려 풍족한 가정이 삶의 만족도가 높기에 여유가 넘치고 다툼이 적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사랑을 받으며 자라난 부잣집 자녀는 온화하고 예의가 바르다. 일부 무례한 부자들의 모습만 강조되는 탓에 왜곡된 것이다. 반면 가난한 가정의 가족들은 돈에서 비롯된 갖가지 갈등으로 지긋지긋한 삶을 간신히 버텨내야 한다. 근심과 걱정이 떠나질 않고, 가족끼리 갈등을 겪다가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머릿속에는 어째서 왜곡된 부자상이 자리 잡게된 것일까. 이것이 바로 미디어, 대중매체의 힘이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려주는 시청자는 대한민국 상위 1% 재벌이 아니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보통의 서민이다. 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사랑을 받기 위해 제작진은 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리만족용 환상과 희망을 그려낸다. 그래서 소위 대박나는 드라마에는 늘 잘생긴 재벌집 아들과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의 러브스토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또 어떤가. 언제나 주인공은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서민이다. 현실은 고달프지만 곧 상황이 나아지길 꿈꾸며 힘들어도 웃는 사람들 말이다.
반면에 부자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드물다. 부자들일수록 더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공부했기 때문에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가 투자로 돈을 벌었다면 남들보다 더욱 발품을 팔았을 것이고, 사업으로 부를 이뤘다면 치열한 전략이 뒷받침됐을 것이다. 이러한 노하우는 꿈을 꾸는 모든 이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다큐멘터리에서 부유한 사람을 쉬이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럭셔리한 외제차를 끌고 화려한 고급 아파트에 살며 운전기사와 가정부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이 대중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일 것이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신 반감이 일어나고, 방송 후에는 온갖 악플이 달릴 것이다.
굉장한 모순이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는 응원과 격려와 위로를 보내면서, 부유하지만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는 시기와 질투어린 저주를 퍼붓는다. 돈 많으면 나쁜 놈이고, 가난하면 착한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착해서 가난한 것이고, 나빠서 부자가 된 것일까.
미디어에 속아선 안 된다. 진실은 불편한 법이다.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사람도, 악착같이 돈을 모아 부자가 된 사람도 당신으로부터 욕먹을 짓은 하지 않았다. 부자들은 나쁘다는 일반화의 오류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들은 남들보다 돈의 가치를 조금 더 일찍 깨닫고, 돈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했기에 그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뿐이다.
만약 당신이 치열하게 돈을 벌어 부자의 반열에 오른다면, 당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입장을 바꾸면 답이 보이기 마련이다.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_ 유비(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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