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말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은행에 있는 남자 후배들은 비교적 급여도 많고 저축도 많이 하는 편인데 다들 하는 얘기가 차장님처럼 맞벌이를 하는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겁니다. 차장님처럼 착하다거나 예쁘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조금 시무룩해 하면서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혼자 버는 것보다 둘이 버는 게 훨씬 더 빨리 가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으니까요. 남자도 훨씬 부담이 덜 할 거고요.
그러면서도 저는 꼭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를 위해서 아내에게 일을 시키지 말고, 자신을 위해 일하게 하라고요. 만약 아내가 일 대신 가정을 택했다면 이를 인정해 주라고요. 선택은 각자의 몫이며, 여자가 일보다 가정에서 더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
대부분 여자의 경우 신혼 초에는 맞벌이를 하다가도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기간에 아이를 위해 퇴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를 잘 넘겼어도 아이를 봐 줄 사람을 찾지 못해 그만두기도 하고 다시 나오긴 했는데 일과 살림, 육아까지 잘할 수는 없다 보니 지쳐서 퇴사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엄마라고 해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그만두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돌아보니 참으로 힘든 여정이었으나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 온 제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참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아이에게는 분명 엄마가 필요합니다. 성장 시기마다 부모가 해줘야 할 일이 있고, 초등학교 전까지 아이에게는 엄마의 역할이 절대적이지요. 어느 스님께서도 취학 전까지만은 엄마가 아이를 돌보라 강조하셨고 저도 공감하지만, 현실에서 이는 쉽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7년간 육아에만 전념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겁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나 간단한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겠지요.
이처럼 경력이 단절된 경우 내 적성이나 능력에 맞는 자리를 찾기란 힘들다고 보면 됩니다. 저와 친하던 동기도 10년 넘게 아이들을 키우고 최근 은행의 시간제 일자리에 도전했는데 겁을 많이 내더군요. 그러고는 결국 쓰라린 낙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친한 친구인데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이렇게 출산과 육아로 공백이 생기면 다시 사회에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나를 위해 일을 붙잡아야 합니다. 저도 육아 때문에 정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주위 사람들을 괴롭혀 가며 간신히 버텨 왔습니다. 저처럼 아이 하나는 그래도 쉽지요. 자녀가 둘 이상인 분들은 정말 매일이 전쟁일 겁니다.
제 친정어머니는 막냇동생을 낳고 사흘 만에 다시 일터로 나가셨습니다. 일곱이나 되는 자식을 위해 키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셨겠지만 당시에도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가끔 어머니께 힘들지 않았냐고 여쭤보면 '그래도 좋았다'고 추억하시네요. 일하는 순간마다 떳떳하고 자부심이 있었다고요. "너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일을 계속 해"라고 말씀하시지요. 저도 여자 후배들에게 친정이든 시댁이든 어린이집이든 아줌마의 손이든 아이를 맡기고 일을 놓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생각만큼 어리지 않다
이는 비단 경제적인 면만 보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여자가 일하면서 갖는 사회적인 지위를 생각해 보십시오. 일을 통해서 얻는 자존감과 성취감도 큽니다. 엄마가 집에 있다고 아이가 엄마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공부 잘하던가요? 조금 자란 아이들은 엄마가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자기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주부들은 모두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자기계발을 통해 자아실현의 꿈을 이루고 있나요?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들여다보면 맞벌이든 전업주부든 나름의 고민과 할 일로 하루가 훌쩍 갑니다. 그래서 저는 자존감 부분에서 일을 하는 것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엄마의 손길이 필요 없어졌을 때 겪을 허무감도 적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육아를 위해 집에 있더라도 사회생활에 미련이 남는다면 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가족을 원망하지 않게 됩니다.
저는 폭풍 같았던 시기가 지나고 아이가 조금씩 자기 일을 할 나이가 되었을 때, 엄마 없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천천히 집안일을 가르쳤습니다. 전자레인지 돌리는 법, 커피포트에 물 끓이는 법, 간단한 청소와 정리정돈도요. 지금은 제법 라면도 끓이고, 설거지도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지 않고, 믿고 맡기는 것만큼 한다는 것을 저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일하는 엄마를 도울 수 있도록 계속 가르쳐야 합니다. 또 엄마가 일한다는 사실을 존경하도록 해야 합니다. 엄마는 엄마이기 전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요. 이건 엄마 자신을 위해서라고요.
엄마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만 보이면 결국 가족들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다면 아이들도 일하는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일하는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입니다.
독서를 추억으로
1980년대 초 제가 막 초등학교에 들어갈 시기는 먹고 살기도 바쁜 때였습니다. 저는 유치원을 다니지도 못 했고 한글도 언니들의 도움으로 겨우 뗐지요. 당시 집에는 부모님께서 사주신 50권의 계몽사 전집이 있었는데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꿈이고 이상의 날개였습니다. 비오는 날 언니들과 마루에 엎드려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었던 추억은 제 보물이지요.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는 것만큼이나 독서가 추억이 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축과 마찬가지로 독서도 습관입니다. 주말에 야외로 나들이하는 것도 좋지만, 한 달에 한 번쯤은 서점에 나와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떨까요?
은행 동료의 자녀 중 특히 영재가 많고, 명문대에 입학시킨 분들도 많아서 여쭤보면 대부분이 다그치기보다 좋은 책을 주변에 두고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보면 저절로 아이의 수준이 높아졌다고요.
같이 공부하던 선배 중에는 퇴근 후 저녁은 굶더라도 책 한 권은 꼭 읽어 주는 것을 신조로 삼은 분이 계십니다. 그 자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재로 선발되어 교육을 받더군요. 사교육비를 왕창 들이기보다 꾸준히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경제적인 자녀 교육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도 아이가 어릴 때는 추억에 젖어 전집을 몇 번 구매한 적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책이란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읽어야 하는데 전집은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거나 다 읽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일수입니다. 요즘 애들이 또 얼마나 바쁩니까? 그래서 저는 책은 아이가 직접 고르도록 합니다.
책장에 책이 좀 고르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책이라면 만화책이든 뭐든 사주세요. 부모 입장에서 좋은 책과 아이 입장에서 좋은 책은 분명히 다르니까요. 꼭 사야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도서관에도 다양하고 좋은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엄마들이 조금 부지런만 떨면 비용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좋은 책을 빌려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라면 함께 책을 읽으세요. 같은 공간에서 엄마와 함께 읽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경험이 됩니다. 엄마들은 아이가 어릴 땐 책을 읽어 주면서도, 본인을 위해서 독서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육아, 가사 직장일로 지쳐 시간이 없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저녁에 TV 드라마 한 편만 줄이고 주말에 침대에 덜 누워있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여자를 위로하는 독서의 힘
결혼을 해도 외롭고 힘들 때가 있지요. 이땐 뭐든지 읽으세요. 소설도 좋고, 잡지도 좋고, 자기계발서나 재테크책도 괜찮습니다. 내 마음을 달래는 것에 투자하는 것만큼 경제적인 일은 없습니다.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면 허기진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집니다.
쇼핑 중독에 걸린 여성들 대부분이 공허하거나 우울한 상태라는 분석을 보았습니다. 이게 다 마음에서 오는 병입니다. 쓰지도 않을 물건들을 사 모으기보다는 책 안에서 위로와 답을 찾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저도 직장생활과 결혼생활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겪었겠습니까? 그나마 책을 읽어서 도움을 받고 노하우를 찾은 것입니다.
경제활동을 그만두고 여가를 즐기는 순간에도 책 읽는 습관은 친구들과 수다 떠는 일만큼 여자들에게 필요한 일입니다. 책 한 권 값으로 얻는 지혜가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학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격은 지식이 아니라 그 사람이 쌓아올린 지혜에서 나옵니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으신 여러분은 멋진 여성입니다.
마담 리치의 재테크 시크릿_ 동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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