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놀라운 결과를 필자의 경험과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알아보았다. 지금까지의 투자방법을 후회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진짜 가치투자가 수익을 낼 것인지 고민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왜 가치투자, 즉 회사의 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을 매매한 것이 다른 일반적인 방법보다 수익률 측면에서 앞서는 것일까? 투자론에 대한 강의나 재무학 관련 책을 읽어보면 증권시장은 효율적이어서 회사의 실적이나 중요한 정보는 주가에 바로 반영된다고 한다. 그 정보가 미리 반영되는 정도에 따라서 강형, 준강형, 약형 효율적 시장이라고 부른다. 투자 이론들은 모든 정보가 주가에 녹아있다는 논리로 결론을 맺는다.

 

뒤 페이지의 그림에서 2013년 삼성전자의 실적이 긍정적으로 발표되었던 시기의 주가를 보자. 꾸준히 상승하다가 갑자기 급락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이러한 사례가 대표적인 효율적 시장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주식시장은 이성이나 효율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이렇게 항상 효율적일까? 항상 모든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하여 가치투자로 세계적인 거부가 된 워런 버핏이 한 말씀 하셨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옳았다면 나는 단돈 1달러도 없는 빈털터리가 됐을 것이다."

 

필자 또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주식시장은 비이성적이고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주가 역시 비이성적이고 비효율적이기에 기회가 존재한다.

 

필자가 과거에 매매했던 '현대미포조선'을 보자. 2000년 당시 한 해의 배당수익률이 15% 수준에 이르렀고, 자산가치 대비한 주가수준도 극저평가, 수익가치 대비한 주가수준도 극저평가 구간이었다. 시장이 비이성적이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 이러한 저평가 기조는 2000년~2003년 초까지 거의 4년 가까이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긴 기간만큼 주가는 100배 상승하였다.

 

이렇게 시장이 움직이는 이유는 뭘까?

 

바로 지금 위치에서 주가수준을 판단하는 경향 때문이다. 즉 주가가 저평가되었다 할지라도 시장에 어떤 공포 분위기가 있다면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하게 된다. 일단 주가가 하락 추세로 돌아서면,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서 합리적인 사고를 무시한 채 '투매'에 동참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는 사이 주가는 더욱 저평가된 구간에서 움직이면서 투자자들에게 소외된다. 하지만 주가가 재평가를 받기 시작하면 주가는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그 회사의 적정한 주가수준까지 올라가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버슈팅 되면서 과도한 상승을 만들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중요하다. 주가가 적정한 주가 이상에 있더라도, 여러 가지 테마, 작전, 이슈에 의해서 과열권을 넘어 버블을  형성하기도 한다. 매 대선때마다 있었던 '대선 관련 테마주'들 역시 말도 안 되는 주가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하였고, 매년 특정 테마주들이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가 주가가 폭락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비이성적으로 급등한 주가는 버블을 형성한 후에 주가가 빠질 때에는 단 몇 거래일 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나는 급한 하락을 보이기도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그렇게 저평가된 주식이 항상 있겠느냐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하자. 주식시장에는 항상 비이성적인 매매가 존재하기 때문에 저평가된 종목들이 늘 존재하게 된다. 특히 대형주보다는 중형주, 중형주보다는 소형주에서 적절한 평가를 못 받는 종목들이 많이 발견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대형주의 경우에는 종목을 분석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리포트가 거의 매일 나온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정보가 반영되면서 적정한 주가수준에 근접하게 된다. 하지만 중소형주의 경우는 분석 리포트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가가 움직이지 못하고 저평가된 구간에 있는 경우가 많다. 보통 상장기업 2000여 개 중에서 증권사 전체 분석 리포트가 커버하는 종목 수가 500개가 안 된다고 한다. 그 만큼 빛을 보지 못하는 종목들이 많이 있다.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주를 주목하라

 

여기에다 중소형주는 거래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보니, 외국인 및 기관에서의 매매도 부족하고 개인도 선호하지 않는 상황이 된다. 그 결과 주가수준이 저평가된 상태로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렇게 거래량도 부족하여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그리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가치주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여 일정 시가총액 또는 거래대금 이상을 넘어서게 되면 갑자기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관련기사 및 종목 리스트가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주가를 불태우게 된다.

 

19대 대선 테마주로 이름을 날렸던 DSR의 경우다. 대선이 가시화 된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대선후보 A씨와 관련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는 요동쳤다. 그런데 DSR의 주가를 살펴보면, 2015년에서 2016년 초반까지 주식 거래가 거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하루에 1억 원이 채 안 되는 거래 가뭄 종목이었으나 2016년 중반 이후 대선 테마주에 얽히면서 주가가 급상승했다. 따라서 거래량도 늘어나고 뉴스 건수도 급증하게 되었다. 여기에 2016년 초까지는 관심을 가지지 않던 외국인도 지분을 높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가는 예상 외의 급등세를 만들었다.

 

이런 모든 상황을 보게 되면, 저평가된 가치주를 매수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처음에는 거래량이 부족하다 할지라도, 주가가 올라가면서 제값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슈화되고 증권사 리포트들이 쏟아지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게 된다. 차후에 목표 도달 시에는 거래량도 매수할 때와는 달리 충분하게 증가된 상황이 되어 유유히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가치투자가 일반인들이 하는 투자방법을 넘어서고, 주가지수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바로 이 점이 가치투자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치투자 대가들의 공통점

 

위에서 언급한 가치투자 대가들의 공통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그들은 가치투자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자기들만의 다양한 투자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워런 버핏처럼 공격적으로 가치투자를 하는 이도 있지만, 그레이엄처럼 약간은 방어적인 가치투자를 하기도 한다. 필자는 여기서 공통점 2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 단기수익률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한국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수익률을 크게 내고 싶어 한다. 1년에 10000%라는 말도 안 되는 수익률에 혹하기도 하고, 보수적인 투자자를 자청하면서도 연간 수익률 100%를 목표로 한다고도 한다. 한 해 정도는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인 장기수익률로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수익률이다.

 

장기라는 의미는 투자종목을 장기보유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산 전체에 대한 투자관점에서도 장기라는 표현을 적용할 수 있다. 안정적으로 꾸준히 자산 증가가 우상향할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해야 하며, 자산을 평가할 때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가치투자로서의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두 번째, 원리원칙을 고수한다.

 

본인은 가치투자 원칙을 지키려 해도, 주변 투자자들이나 지인들이 심리적으로 훼방을 놓는 경우가 많다. "가치투자는 재미없어." , "수익률이 별로야." , "오래 기다려야 해." 등 본인의 원칙을 흔드는 이야기들을 자주 듣게 된다. 필자 또한 그러한 경험이 많이 있다. 가끔 어떤 이들은 필자에게 강하게 어필하곤 한다.

 

"lovefund 당신은 왜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운 테마주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가?"

 

"이번에 A기업에 작전이 붙었대, 관심종목에 넣어 보라니까."

 

"lovefund 당신의 투자 방법은 갑갑해, 어떤 전문가는 한 달에 100%씩 수익을 내더라고."

 

이런 이야기에 필자가 흔들릴까?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설득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강한 어조로 담판을 짓기도 한다. 만일 필자가 그런 사람들의 조언 아닌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면, 어느 순간 원리원칙이 흔들려 나쁜 투자를 하고 결국 파산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가치투자의 대가들이 그랬듯이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였다. 원칙을 지키는 가치투자가 성공으로 가는 황금 열쇠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이기는 주식투자 불변의 법칙_ 이성수

 

 

 

 

 

 

 

:

일반 개인이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게 되면 '단기 트레이딩'에 관한 책을 많이 접하게 된다. 아마도 가장 먼저 접하는 책들이 '기술적 분석'에 관한 서적일 것이다. 차트분석이나 단기투자 서적, 눈으로 보기에는 매우 좋다. 현란하다. 마치 내가 그렇게 매매하면 단 몇 개월 만에 100%, 200% 수익을 내면서 승승장구 할 수 있을 것 같은 망상에 빠지게 된다.

 

필자도 처음 주식투자를 접했을 때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서점에 가면 비주얼이 화려한 차트로 가득 차 있는 기술적 분석 관련 책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 방법대로 매매를 해보기도 하고, 개인투자자는 초단타를 해야 한다는 책에 심취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오히려 투자자금은 야금야금 줄어들고, 매매할 때마다 쌓이는 긴장감에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필자 역시 주식투자 초창기엔 '스캘핑' 매매에 잠시 빠졌던 것이다. 그런데 스캘핑은 긴장도가 극단에 이르러, 학창시절에도 경험하지 못하였던 장중 6시간의 '초집중' 상태에서 심리적인 부담과 신체적 이상반응도 경험하였다. 1분 1초도 쉬지 않고 호가창에 매수준문과 매도주문 버튼을 재빠르게 누르고, 주문이 원하는 대로 잘 안 될 때는 눈이 터질 것 같은 스트레스와 화가 밀려온다. 원하는 대로 주가가 움직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하락한다든가 방향을 잡지 못하면 마음이 초조해 진다. 이렇게 하루에 수십 번 매매를 하고, 장이 끝나는 3시가 되면 곧바로 화장실로 뛰어가야만 하였다(참고로 지금은 3시 30분에 증시가 끝나지만 2016년 이전에는 3시에 시장이 마감되었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몸에 이상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리고 온몸에 기운이 빠지고 모든 일이 귀찮은 상태가 된다. 마치 초보자가 무리하게 마라톤을 한 것처럼 온몸이 쑤시고 머리는 아프고 눈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생활을 수개월 한 필자는 '단기매매는 수익이 문제가 아니라 건강에 더 큰 문제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당시 필자는 그래도 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초 스캘핑을 전문으로 하던 필자의 지인과 저녁에 맥주 한잔을 한 적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원샷"을 부르며 맥주 잔을 들었는데, 그 지인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왜 그렇게 손을 떠냐?"고 물으니, 그날 100번에 가까운 초단타 매매를 하다 보니 저녁이 돼도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얼굴엔 피로가 가득했다. 그만큼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크게 받았던 것이다. 이런 단기매매, 단타매매, 스캘핑은 몸에 스트레스를 준다는 부작용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더 큰 부작용은 계좌 수익률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는다는 것이다.

 

일단 비용 측면에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주식투자의 경우 매도할 때마다 거래소 종목은 0.15%씩 증권거래세 및 농특세가 붙게 되어 총 0.3%의 세금이 발생되고, 코스닥 종목은 0.3%의 증권거래세가 발생된다. 즉, 매도할 때마다 0.3%의 거래세가 발생되는 것이다.

 

만일 투자금액이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 하루에 한 번 매매할 경우, 대략 20거래일인 한 달이면 세금으로만 6%가 발생된다. 그 금액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1년이면 투자금의 72%가 세금으로 날아가게 된다.

 

1년에 수익률 72%를 만드는 것은 현실에서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필자가 예전 하루에 수십 번의 매매를 하던 시절, 하루에 10%~20%의 수익률을 세금으로 날린 경험이 있다.

 

여기에 증권수수료도 감안해 본다면 비용적인 측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최근 가장 싸다는 0.015%의 수수료라 하더라도, 하루에 한 번 매매할 경우 한 달이면 0.3%의 수수료, 1년이면 3.6%의 수수료가 발생된다. 최근 은행금리를 생각해 보면 3.6%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될 것이다.

 

2017년 9월 현재, 은행권 중 1년 예금금리를 가장 후하게 주는 곳이 2%란 점을 감안해 본다면, 수수료 비용과 거래세로 수십 %를 버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단기 트레이딩의 경우 심리적으로 부담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냉철한 매매를 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필자 또한 단기 트레이딩에 심취했을 때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었다. 실제 매매상황에서 스트레스 상태 즉, 신체적으로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펑펑 분비되는 상태에서는 '감정적'이고 '직관적'으로 판달할 수밖에 없다.

 

즉, 내 나름의 매매기준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그러다 자칫 나쁜 투자결과가 발생되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비용적인 측면에서의 손실뿐만 아니라, 매매 실패에 따른 정신적 피로감이 누적되어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현상이 이어진다.

 

결국 필자는 초창기 시절, 마음의 평화와 투자수익의 극대화를 위해서 '단기매매'를 모두 버리게 된다. 그 이후 가치투자를 중요한 투자기준으로 잡고 가치투자와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관리를 하다 보니, 수익률이 저절로 올라갔다. 가치투자를 한 뒤로는 습관도 성격도 느긋하게 바뀌었다. 20대 초반만 하더라도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깜빡거리면 빠르게 달려서 건너던 필자는, 언제부턴가 '다음신호에 건너지 뭐.'라는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시간을 이기는 주식투자 불변의 법칙_ 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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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분들이 너무 쉽게 접하고 너무도 가볍게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레버리지투자, 즉 빚내서 하는 투자이다.

 

친구에게 돈을 빌리거나 카드 대출을 받는 것과 같은 매우 원시적인 방법도 있지만,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미수, 신용융자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업체에서 제공하는 주식투자자금 대출도 모두 빚내서 투자하는 범주에 들어가게 된다. 빚을 내서 투자하게 되면, 당연히 내가 가진 돈보다 더 큰 돈으로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의 투자 가능 자금이 1000만 원 정도 있을 때, 10% 수익률이 생긴다면 100만 원을 벌게 되지만,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와서 5천만 원으로 투자했다면 500만 원의 수익금이 발생하게 된다. 저절로 "와우"라는 감탄사가 입에서 나오게 된다. 내 돈 1000만 원이 순식간에 1500만 원이 된 것이다. 만약 1억을 빌렸다고 하자. 이자를 내더라도, 10% 수익률로는 내가 가진 자금만큼 수익금이 생기게되므로 본인 투자금 대비 100% 수익률을 내게 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서 상한가 한 번만 "딱" 먹게 되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내 주식자금 1천만 원에 대출 4천만 원을 받아서 5천만 원을 투자하였을 때, 만일 10% 손실이 발생할 경우, 500만 원의 적자상황이 생긴다. 대출 4000만 원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내 자금 500만 원만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즉, 내 순투자자금의 50%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만약 어떤 간 큰 사람이 9천만 원을 빌려서 1억 원으로 매매했다고 가정해보자. 수익률이 -10%라면, 1천만 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빚 9천만 원은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내 돈 1천만 원은 연기처럼 사라지는 끔찍한 상황이 발생한다.

 

투자만 잘 하면 대출을 받는 편이 훨씬 이익이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식투자를 할 때 있어서 꼭 기억해야할 것은 '투자자는 인간이라는 감정의 동물'이란 것이다.

 

그러하기에 원금손실에 대한 '공포심리'가 극단에 이르게 된다. 내 돈으로만 투자할 때는 주식계좌의 자산이 단순히 숫자로만, 혹은 장난감처럼 보이다가도, 빚을 내고 대출을 받아서 투자한 자금의 경우는 이상하게 '쫓기는 돈'으로 보이는 심리적 현상이 나타난다.

 

수익을 내지 못 하면, 그 몇 배의 손실이 현실화 된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이 돈을 날리게 되면 다시 재기하기 힘들 것이다. 이 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등등 투자기준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많은 심리적 불안 상태가 발생한다.

 

그 결과, 작은 이익에 잦은 매매를 하게 되고 반대로 작은 손실에도 심리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 어찌할지 모르고 투자의 냉철함은 사라지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계좌에 있는 평가금액을 보면 자신의 순투자금이 50%로 줄어 있다. 그러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무리한 매매를 감행한다거나, 눈앞에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은 상태에서 묻지마 매매를 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주식투자관련 대출상품, 증권사 신용융자 서비스의 경우, 일정 증거금 이하로 자산이 감소하게 되면 '강제매매'가 일어나게 된다. 이 강제매매는 주식관련 대출 또는 신용융자서비스 계약을 할 때, 강제조항으로 들어가 있다. 그렇기에 업체에서 제시한 기준금액에 미달될 경우, 친절하게 증권사 또는 대출업체에서 전화가 온다. 증거금이 부족해졌다고 걸려오는 전화이기 때문에 이를 '마진콜'이라고 부른다.

 

"언제까지 추가로 입금하지 않으시면, 리스크관리시스템(RMS)이 강제청산 하게 됩니다."

 

그런데 투자자 중에 마진콜 상황이 되었을 때 입금할 만한 현금을 추가로 가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때가 되면 손실이 현실화된다는 공포에 빠지게 되면서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추가로 돈을 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런 상황이 되면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렵게 되고, 결국 추가증거금을 입금하지 못해 계좌의 주식은 모두 강제청산 된다. 강제청산 시엔 '하한가'로 매도 주문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본인이 원하지 않는 가격대에서 억울하게 매도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경우, 투자심리 측면에서 냉정하게 매매를 할 수 없기에 손실로 귀결된다는 점, 또한 시스템 측면에서 주식관련 빚을 내어주는 증권사의 신용융자와 주식자금 대출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가격에 강제로 매도하기 때문에 큰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자의 지인 W군은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직장에 갓 들어간 W군은 목돈을 만들어 집에서 독립하고자 하였다. 그는 주식투자를 하면 단숨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름 회계 쪽 업무도 알기에 기업분석은 잘 하겠다는 요량으로 그렇게 주식투자를 시작하였다. 처음, 학창시절에 모아놓은 100만원으로 공부 삼아 투자할 때는 수익이 좋았다. 매매할 때마다 꼬박꼬박 10%씩 수익을 내는 본인의 모습이 대견스럽기까지 하였다.

 

자신감이 붙은 W군은 투자금을 늘리고 싶었다. 하지만 월급은 한정되어 있는데, 갑자기 자금을 대기가 어려웠다. 그는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제도와 신용카드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2천여만 원을 빌려서 투자금액을 늘렸다.

 

"너무 무리하지 마라. 빚내서 하지 말고 차근차근 쌓아올려라."라고 필자가 조언했지만, 그는 이번에 100% 수익을 내면 작은 원룸 보증금이 되니 독립할 수 있다며 과감한 베팅을 한다. 막상 계좌에 목돈이 들어오고 보니, 욕심이 더 생겼다. 2천만 원으로 주식을 사고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추가로 매수하면 더 큰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W군은 빚으로 만든 2천여만 원으로 주식을 사고 주식담보대출을 받아서 거의 3천여만 원을 투자하게 된다. 이제부터 승승장구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던 W군은 한두 달 뒤 필자에게 급하게 전화를 한다. "증거금이 부족해서 몇 시까지 입금해야 하니 돈을 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종목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니 조만간 감자사건이 예상되는 종목이었다. 그 종목은 연일 급락하는 상황. 필자는 냉정하게 "지금이라도 다 털고 나와라. 깡통계좌를 넘어 거지 된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W군은 필자의 말에 매우 자존심이 상했는지 오기가 생겼는지, 그렇게 매도할 수는 없다면서 억지로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증거금을 채웠다. 그러나 결국 W군의 그 종목은 감자사건을 거치면서 어마어마한 재산상의 손실을 넘어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빚으로 투자'의 최종 결말이다.

 

필자는 투자 강연회에서 "절대로 빚내서 투자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증권 관련업계가 주최하는 강연회일 경우 필자의 이런 논조로 인해 가끔은 껄끄러운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시간을 이기는 주식투자 불변의 법칙_ 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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