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시절, 한국 부동산 시장은 끝났으며 일본처럼 거품이 빠지고 나면 우리도 그들처럼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너도나도 이야기할 때, 다른 한쪽에서는 모두가 외면하는 그 부동산을 하나둘씩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믿지 못할 은행 예금보다 부동산에 투자했던 것이다. 게다가 상업용 건물부터 주택, 토지까지 IMF 이전에 비하면 절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물건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높은 이자를 견디지 못하고 시장으로 나오는 급매물이나 경매 물건이었다. 부동산은 끝났다며 다들 부동산을 외면할 때 그들은 조용히 부동산을 사들였다.

 

마포구에 사는 K씨(당시 48세)도 당시 홍대 근처의 대지 96평에 4층짜리 수익성 상가를 구입했다. 2000년도만 해도 홍대 인근은 지금처럼 상권이 발달한 지역이 아니었다. 문화와 예술의 거리 정도였다. 신촌 상권에 밀려서 조용한 미대생이나 음악을 하는 젊은이들이 옹기종기 모여들고 상권이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때 15억 원에 산 건물이 불과 15년이 지난 지금 70억 원이 넘는다. 당시 300만 원 정도이던 월세가  지금은 2000만 원이 넘는다. 물론 2011년에 3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지만 리모델링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한편 서초동에 사는 Y씨(당시 51세)는 부동산이 아니라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1999년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금리가 다시 하락하고 이로 인해 은행 예금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을 때, Y씨는 가지고 있던 적금과 보유한 아파트를 정리해 총 7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IMF 당시만 해도 높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다른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을 때 등장한 것이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 주도의 '바이코리아'였다. 바이코리아 중심으로 국내에 1세대 펀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펀드는 생소한 금융상품이었다. 갈 데 없던 시중 자금이 뮤추얼 펀드와 수익형 증권으로 몰려들었다.

 

IMF 이후 국내 증시는 대부분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이때 들어온 자금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매수하는 '묻지 마' 투자자금이었다. 주가지수는 500에서 단번에 1000을 돌파했다. Y씨는 바로 이 시기에 예금과 부동산을 처분한 금액을 모두 펀드와 주식에 투자했다. 하루만 넣어 두어도 펀드 수익률 20~30%씩 올라가는 게 눈에 보였고 은행 창구에서는 펀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하여 고객들이 줄을 섰다. 노숙자도 펀드 통장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펀드의 열풍은 대단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시장도 얼마 가지 못했다. 2000년 말부터 국내 경제는 급격한 경기 침체를 맞게 되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이에 따른 생산율 급락과 재고비용의 증가 등으로 제2의 위기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위험을 알리는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1000포인트를 넘었던 주식 시장은 단번에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주식에 투자했다가 전 재산을 잃은 가장의 자살 소식이 뉴스에 나오고 한국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보도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압박을 받던 정부는 결국은 공적 자금 40조 원을 투입했다.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동아건설을 비롯한 50여 개의 기업이 퇴출당하거나 부도를 맞았다. 여기에 벤처기업의 몰락까지 이어졌다. Y씨도 펀드와 주식으로 승승장구하는 듯 하더니 얼마 안 가 반토막이 나고 퇴출하는 기업의 주식은 휴짓조각이 되었다.

 

이 일로 Y씨 가정은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가족이 합심해서 슬기롭게 위기를 넘겼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때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열심히 돈을 벌어 강남에 아파트도 새로 장만하고 자녀들도 다 성장해 크게 돈 들어갈 일은 없지만, 상당한 빚이 있고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반면 가격이 저렴할 때 구입한 부동산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고, 그로 인해 자산이 늘어난 K씨의 노후 대비는 완벽하다. 일 년에 두세 번씩 해외여행을 다니며 각종 여가활동과 취미생활을 하며 인생의 후반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가끔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하는 그는 웃으며 말한다.

 

"땅은 결코 거짓말을 안 해. 마누라는 도망가도 땅은 도망을 안 가지."

"그렇지만 부동산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야 물론이지. 어떤 경우냐 하면 말이야, 내 소득이 300만 원이야. 그런데 아파트를 6억 원을 주고 구입을 했어. 전세 보증금 3억 원에 은행에서 3억 원을 대출받아 샀다고 하면, 이자가 3%라고 쳐도 매달 이자로만 75만 원을 내야 해. 이건 제대로 된 투자가 아니지. 무리해서 부동산에 투자하면 결국 이자에 지쳐서 급매로 내놓게 되겠지. 그럼 전세 보증금마저 손실을 보는 일이 일어나는 거야."

 

요즘 전세 가격이 너무 올라서 전세가에 돈을 조금 더 보태 집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비싼 가격에 전세를 사느니 차라리 이번 기회에 내 집을 장만하자'는 분위기다. 부동산 투자는 물론 누구나 할 수 있고 모두에게 열려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유가 증권처럼 종잇조각이 되어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소득을 넘는 부채로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역으로 말하면, 그렇게만 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부동산으로 부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힘든 시절이지만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해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 길이 보인다. 나 역시 가진 것이라고는 1920만 원뿐인 초라한 사내였지만 소액 투자로 시작해 집도 사고 건물도 샀다.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리고 기적은 희망이 있을 때에만 이루어진다.

 

tip

 

* 은행이 내 재산을 보호해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내 재산은 내가 지키고 불려야 한다.

* 증권은 종잇조각이 되더라도 부동산은 땅이라도 남는다.

* 부동산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모두에게 열려 있다. 기적은 희망을 가질 때 이루어진다.

 

나는 매일 부동산으로 출근한다_ 김순길, 정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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