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가운데는 부동산 투자의 고수들도 많았고 초보자들도 많았다. 성공한 사람도 많았고 실패한 사람도 많았다. 그들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부동산 투자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욕심이고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안목이라는 점이다.
지인 가운데 부동산 투자에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는 고수 한 명이 있다. 얼마 전에 그가 또 일을 냈다. 서교동 메세나폴리스 주상복합아파트 옆에 건물 한 채를 올린 것이다. 그곳은 제2종 주거지역으로 원래 빌라가 있던 자리였다.
107평 남짓한 낡은 빌라인데 3분만 걸어 나가면 합정역인 데다 평지이고 입지가 좋았다. 그래서인지 평당 3700만 원이나 했다. 아무리 위치가 좋다 해도 상가도 아닌 빌라 가격으로는 과한 금액이었다. 주변 빌라는 2500만 원에서 많아야 300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가 사옥을 짓기 위해 매입하려 했지만 가격 때문에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그가 계약을 했다. 그것도 평당 4000만 원에, 다들 미쳤다고 했다. 동네 땅값만 올려놓았다고 욕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 것 같았다. 후회는커녕 자신감이 엿보였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입주민들을 한 집 두 집 내보내더니 빌라를 부수고 지하 2층 지상 6층짜리 건물을 지었다. 완공된 건물은 근사했다. 동네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그 건물로 인해 주변 상권까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지금 그 건물은 평당 7000만 원 이상이 나간다. 완공된 지 채 1년이 안 되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이것이 고수들이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남들은 빌라를 빌라로만 본다. 볼품없고 낡은 빌라가 터무니없이 가격만 높다고 투덜댄다. 하지만 고수들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를 보고 판단한다. 또한 가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싸다고 싼 것이 아니고 비싸다고 비싼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반면 초보자는 무조건 싼 부동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정해져 있고 모든 투자의 원칙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싸게 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미래가치만큼 중요하지 않다.
이를테면 같은 평형의 강남구 3억 원짜리 물건과 강서구의 1억 7000만 원짜리 물건이 있다. 강남구의 경우 전세 2억 5000만 원에 실투자액 5000만 원, 강서구의 경우 전세 1억 5000만 원에 실투자액 2000만 원이 필요하다. 이때 초보자는 십중팔구 강서구 물건을 선택한다. 물론 가격만 본 것은 아니다. 주택이 밀집되어 있고 인구도 적지 않아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그 이상은 내다보지 못한다.
강서구는 주거 지역이다. 주택 간 경합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옆에 좋은 주택이 지어지면 가격이 떨어진다. 이에 비해 강남구는 경합하는 물건이 없다. 배후에 테헤란로 같은 업무 지역과 먹자 타운같은 상업 지역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주택의 희소성이 매우 높고 그래서 늘 대기 수요가 있다.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향후 매매차익을 동시에 실현할 수도 있다.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얻고자 할 때는 배후지가 중요하다. 배후지란 '경제적 중심지의 세력 범위에 드는 주변 지역'으로 '중심지로부터 재화와 용역을 제공받는 지역'을 의미한다. 즉 주거환경이 쾌적한 곳이 아니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한마디로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이다. 소액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이런 곳을 택해야 한다.
요약하면, 지금 눈에 보이는 가격이 아니라 앞으로의 가격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그 밝은 눈은 남들보다 3시간 먼저, 3시간 늦게까지 움직이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얻을 수 있는 자산이다.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열심히 돌아다니면 된다. 매일 부동산으로 출근하라. 귀한 물건이 당신에게 손짓할 것이고, 당신은 그 손을 뿌리치지 않으면 된다.
나는 매일 부동산으로 출근한다_ 김순길, 정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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