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이야말로 여전히 삶의 가장 좋은 도구라고 믿는다.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더 빠르고 정확한 자료를 찾아낼 수도 있지만 책이 주는 내밀한 정보를 따라갈 수는 없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한 달에 20여 권의 책을 산다. 관심사가 다양해서 독서량이 많은 편이다. 물리학 이론에 빠지면 관련된 책을 한꺼번에 주문하고 채권이 궁금하면 채권 책을 모조리 산다. 특정 작가에게 빠지면 절판된 책까지 중고를 찾아서라도 구해놓는다.

 

다행히 나는 책을 상당히 빨리 읽는 편이다. 300페이지 내외의 책은 두세 시간이면 읽는다. 필요하면 밑줄도 긋고 어떤 문장이나 단어를 읽고 나의 의견이 떠오르면 여백에 적어놓는다.  책의 내용과 다른 생각이 떠올라도 그냥 적어놓는다. 제목과 달리 내용이 부실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은 굳이 끝까지 읽지 않는다. 나는 작가와 책 제목을 잘 외우지 못해서 읽은 책을 또 사는 경우도 많다. 다행히 요즘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문을 하면 결제하기 전에 구매한 기록이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나의 서재에는 수천 권의 책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었을까? 아니다. 책은 당신을 부자로 만들지 못한다. 책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기면서 스스로 질문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당신은 부자의 길을 만난다.

 

흔히 책을 읽으면 저자에게 몰입되어 어디서 이런 대단한 생각이나 판단을 했을까 궁금해하며 지적 포로가 된다. 책에 나온 모든 글을, 사실을 넘어 진리로 받아들이고 자기의 생각을 버린다. 그러나 아무리 유명한 저자의 글이나 위대한 학자의 이론이라도 모두 옳을 수만은 없다. 성경도 오역과 빠진 부분이 있는데 저자에게 빠져 필사를 하고 저자보다 내용을 더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부분이 옳다는 것만 보고 그 밖의 모든 부분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기에 생기는 일이다. 그러면 어느 부분이 옳고 어느 부분이 틀린 것일까?

 

그것을 알려주는 '책'이 따로 있다. 책을 읽고 감화를 받은 뒤 정신에 지적 무게가 얹어지면서 오히려 자신을 초라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경우라면 독서량이 많아질수록 어깨가 내려가고 무릎이 바닥에 닿는다. 거인들의 등을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거인들의 엉덩이에 깔린 것이다. 이럴 때 어깨를 펴고 무릎을 세우면서 거인과 함께 걷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그 책은 바로 '산책'이다. 산책을 통해 살아 있는 책을 접하는 것이다. 의심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는 책은 아무리 읽어도 죽은 책이다.

 

산책을 통해 책으로 얻은 주제와 관점을 생각하며 자기 스스로의 기준으로 작가의 권위에 무조건 굴복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내려간 어깨와 굽어진 무릎을 펴고 스스로 홀로 서는 연습을 해야 한다. 책을 읽을 때마다 무릎은 다시 굽혀질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다리에 근육이 생기고 어깨가 펴지면서 스스로 우뚝 서는 날이 있을 것이다. 산책과 자문을 통해 의심하고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길을 걷거나 조용히 앉아 오늘 읽은 책의 내용을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그러면 아무리 위대한 선생이 쓴 책이라도 페이지를 늘리기 위해서 쓴 헛소리도 보이고 단순히 팔기 위한 목적에 따라 이론을 만들어낸 자기계발서도 보인다. 당신 마음의 무릎이 건강해졌기 때문이다. 산책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하니 하루에 만 보 이상 걷기 바란다.

 

돈의 속성_ 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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