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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12 행운에 속지 마라_ 나심 니콜라스 탈렙

운용 기법

 

네로의 운용 기법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그는 운용 업계에서 누구보다도 더 보수적으로 거래한다. 지금까지 실적이 좋은 해도 있었고 나쁜 해도 있었지만, 정말로 '나쁜' 해는 거의 없었다. 그동안 매년 30만~250만 달러의 소득을 올린 덕분에 몇 년 동안 안정적으로 종잣돈을 모을 수 있었다. 평균적으로 매년 약 100만 달러의 소득을 올려 세후 50만 달러를 축적했다. 이 금액은 그의 예금계좌로 직행했다. 1993년에 그는 실적이 부진해 회사에서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다른 트레이더들의 실적이 훨씬 좋았으므로 그에게 할당된 자본은 대폭 삭감되었고, 회사에서는 그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래서 자신을 더 인정해주는 다른 회사에서 같은 일자리를 얻었다.

 

1994년 가을에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갑자기 통화를 긴축하자 세계채권시장이 붕괴했다. 실적 경쟁을 벌이던 트레이더들이 한꺼번에 큰 손실을 보았다. 그들은 현재 모두 시장을 떠나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네로는 그들과 달랐다.

 

네로는 왜 돈을 더 벌지 못할까? 거래 스타일 때문이거나, 아니면 성격 때문이다. 그는 극단적으로 위험을 회피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며 무리하지 않는다. 운용을 마치면 거래를 접고 따분한 대학으로 들어가야 한다. 위험이 증가할 때마다 그는 대학의 조용한 복도와, 싸구려 커피로 졸음을 쫓으며 논문을 수정하던 지루한 오전을 떠올린다. 그는 무척이나 따분했던 대학 도서관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늘 말한다.

 

"나는 여기서 장수하고 싶어."

 

네로는 많은 트레이더가 파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자신은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파산이란 단지 돈을 잃는다는 뜻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큰돈을 잃고 직장에서 쫓겨난다는 뜻이다(의사가 면허를 취소당하거나 변호사가 자격을 박탈당하는 꼴이다). 네로는 미리 정해놓은 손실한도에 도달하면 즉시 거래를 청산한다. 절대로 '무방비 옵션'을 매도하지 않는다. 막대한 손실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것이다.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예컨대 100만 달러 이상 손실이 발생할 위험은 절대로 감수하지 않는다. 손실한도는 항상 가변적이다. 그해의 누적이익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식으로 위험을 회피했기 때문에 그는 흔히 '천하무적'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의 다른 트레이더들만큼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회사에서는 이후 등장하는 존처럼 네로와 스타일이 다른 트레이더들에게 더 많은 돈을 할당했다.

 

네로는 "잔 손실은 괜찮아. 벌 때 크게 벌면 되지"라며 푼돈을 잃는 것에는 개의치 않는 기질이었다. 그는 트레이더를 순식간에 쓸어버리는 공황이나 폭락 같은 희귀사건에는 어떤 경우에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희귀사건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했다. 사람들이 왜 손실이 발생할 때 버티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그는 항상 "최고 겁쟁이인 스티보에게 배워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정확한 대답은 아니었다. 사실은 그가 확률 개념을 익힌 데다가 타고난 회의론자이기 때문이다.

 

네로가 다른 트레이더만큼 많이 벌지 못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의심이 많아서 자기 돈을 미국채 외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형 강세장에서도 돈을 벌지 못했다. 약세장으로 돌변하면 함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주식시장이 일종의 사기판이라고 생각해 절대로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다. 그가 주식투자로 부자가 된 주변 사람들과 다른 점은, 현금 흐름은 풍족하지만 자산총액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그가 보유한 미국채 가격은 변동되지 않았다).

 

네로는 주식투자자들이 현금 흐름상 엄청난 적자를 보이는 신생 IT 벤처 회사에 집단적으로 홀려 있다고 생각했다.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이 부자가 될 수도 있지만, 결국 승패는 시장에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냐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바로 그가 강세장에 의존하지 않는 것처럼 약세장일 때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그의 순자산은 투자 실적에 좌우되지 않는다. 네로는 투자가 아니라 저축으로 부자가 되고자 한다.

 

또한, 저축 자금에 대해서는 손톱만큼의 위험도 감수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상품에만 투자한다. 미국채는 안전하다. 미국 정부에서 발행하는 증권이며, 미국 정부는 얼마든지 지폐를 발행해서 부채를 상환할 수 있으므로 파산할 일이 없다.

 

근로 윤리에 얽매이지 않다

 

투자업계에서 14년 동안 활동하고 나서 39세가 된 네로는 자신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개인 포트폴리오에는 중기 미국채 수백만 달러가 있으므로, 장래에 대해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가 고유계정거래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고소득 직업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빡빡한 근무 시간을 꺼리는 그의 성향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일부 사람들은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무작정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 집중력을 잃고 지적 에너지도 소진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런 사람들은 결국 운에 휘말려 허우적거리게 된다. 네로는 근로 윤리 때문에 사람들이 신호 대신 소음에 집중하게 된다고 믿는다.

 

시간이 넉넉한 덕분에 네로는 취미생활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다. 왕성한 독서를 즐기고 체육관과 박물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므로 변호사나 의사를 찾을 일도 없었다. 여가 시간을 이용해 다시 통계학과로 돌아가서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더 간결한 용어로 논문을 써서 통계학 분야에서 '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로는 이제 1년에 한 번, 반학기짜리 세미나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뉴욕 대학 수학과에 개설된 '확률적 사고의 역사'라는 강좌인데, 독창성이 뛰어난 과목이라서 우수한 대학원생들이 많이 수강 신청한다. 그는 장래에 품위 있는 생활을 유지할 만큼 충분히 저축을 했으며 은퇴에 대비해서 비상계획까지 수립해놓았다. 미래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서 시장이 문을 닫게 되면 확률과 비결정론을 중심으로 과학과 문학을 다양하게 결합한 대중적인 수필을 쓸 생각이다. 네로는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자제력을 유지하면서 열심히 일한다면 누구나 넉넉한 인생을 살아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믿는다. 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단지 운에 불과하다. 엄청난 위험을 떠안든가, 아니면 이례적으로 운이 좋아야 한다. 적당한 성공은 실력이나 노력으로도 가능하지만, 크게 성공하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이건 비밀인데..

 

극적인 사건을 겪은 후에 네로는 확률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 그는 이 사실을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관찰력이 예리한 사람이라면 네로가 이상할 정도로 의심이 많다는 사실을 감지할 것이다. 그의 생활은 보기보다 투명하지 않다. 네로는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논의할 것이다.

 

행운에 속지 마라_ 나심 니콜라스 탈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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