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분들이 너무 쉽게 접하고 너무도 가볍게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레버리지투자, 즉 빚내서 하는 투자이다.

 

친구에게 돈을 빌리거나 카드 대출을 받는 것과 같은 매우 원시적인 방법도 있지만,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미수, 신용융자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업체에서 제공하는 주식투자자금 대출도 모두 빚내서 투자하는 범주에 들어가게 된다. 빚을 내서 투자하게 되면, 당연히 내가 가진 돈보다 더 큰 돈으로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의 투자 가능 자금이 1000만 원 정도 있을 때, 10% 수익률이 생긴다면 100만 원을 벌게 되지만,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와서 5천만 원으로 투자했다면 500만 원의 수익금이 발생하게 된다. 저절로 "와우"라는 감탄사가 입에서 나오게 된다. 내 돈 1000만 원이 순식간에 1500만 원이 된 것이다. 만약 1억을 빌렸다고 하자. 이자를 내더라도, 10% 수익률로는 내가 가진 자금만큼 수익금이 생기게되므로 본인 투자금 대비 100% 수익률을 내게 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서 상한가 한 번만 "딱" 먹게 되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내 주식자금 1천만 원에 대출 4천만 원을 받아서 5천만 원을 투자하였을 때, 만일 10% 손실이 발생할 경우, 500만 원의 적자상황이 생긴다. 대출 4000만 원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내 자금 500만 원만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즉, 내 순투자자금의 50%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만약 어떤 간 큰 사람이 9천만 원을 빌려서 1억 원으로 매매했다고 가정해보자. 수익률이 -10%라면, 1천만 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빚 9천만 원은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내 돈 1천만 원은 연기처럼 사라지는 끔찍한 상황이 발생한다.

 

투자만 잘 하면 대출을 받는 편이 훨씬 이익이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식투자를 할 때 있어서 꼭 기억해야할 것은 '투자자는 인간이라는 감정의 동물'이란 것이다.

 

그러하기에 원금손실에 대한 '공포심리'가 극단에 이르게 된다. 내 돈으로만 투자할 때는 주식계좌의 자산이 단순히 숫자로만, 혹은 장난감처럼 보이다가도, 빚을 내고 대출을 받아서 투자한 자금의 경우는 이상하게 '쫓기는 돈'으로 보이는 심리적 현상이 나타난다.

 

수익을 내지 못 하면, 그 몇 배의 손실이 현실화 된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이 돈을 날리게 되면 다시 재기하기 힘들 것이다. 이 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등등 투자기준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많은 심리적 불안 상태가 발생한다.

 

그 결과, 작은 이익에 잦은 매매를 하게 되고 반대로 작은 손실에도 심리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 어찌할지 모르고 투자의 냉철함은 사라지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계좌에 있는 평가금액을 보면 자신의 순투자금이 50%로 줄어 있다. 그러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무리한 매매를 감행한다거나, 눈앞에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은 상태에서 묻지마 매매를 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주식투자관련 대출상품, 증권사 신용융자 서비스의 경우, 일정 증거금 이하로 자산이 감소하게 되면 '강제매매'가 일어나게 된다. 이 강제매매는 주식관련 대출 또는 신용융자서비스 계약을 할 때, 강제조항으로 들어가 있다. 그렇기에 업체에서 제시한 기준금액에 미달될 경우, 친절하게 증권사 또는 대출업체에서 전화가 온다. 증거금이 부족해졌다고 걸려오는 전화이기 때문에 이를 '마진콜'이라고 부른다.

 

"언제까지 추가로 입금하지 않으시면, 리스크관리시스템(RMS)이 강제청산 하게 됩니다."

 

그런데 투자자 중에 마진콜 상황이 되었을 때 입금할 만한 현금을 추가로 가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때가 되면 손실이 현실화된다는 공포에 빠지게 되면서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추가로 돈을 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런 상황이 되면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렵게 되고, 결국 추가증거금을 입금하지 못해 계좌의 주식은 모두 강제청산 된다. 강제청산 시엔 '하한가'로 매도 주문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본인이 원하지 않는 가격대에서 억울하게 매도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경우, 투자심리 측면에서 냉정하게 매매를 할 수 없기에 손실로 귀결된다는 점, 또한 시스템 측면에서 주식관련 빚을 내어주는 증권사의 신용융자와 주식자금 대출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가격에 강제로 매도하기 때문에 큰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자의 지인 W군은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직장에 갓 들어간 W군은 목돈을 만들어 집에서 독립하고자 하였다. 그는 주식투자를 하면 단숨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름 회계 쪽 업무도 알기에 기업분석은 잘 하겠다는 요량으로 그렇게 주식투자를 시작하였다. 처음, 학창시절에 모아놓은 100만원으로 공부 삼아 투자할 때는 수익이 좋았다. 매매할 때마다 꼬박꼬박 10%씩 수익을 내는 본인의 모습이 대견스럽기까지 하였다.

 

자신감이 붙은 W군은 투자금을 늘리고 싶었다. 하지만 월급은 한정되어 있는데, 갑자기 자금을 대기가 어려웠다. 그는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제도와 신용카드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2천여만 원을 빌려서 투자금액을 늘렸다.

 

"너무 무리하지 마라. 빚내서 하지 말고 차근차근 쌓아올려라."라고 필자가 조언했지만, 그는 이번에 100% 수익을 내면 작은 원룸 보증금이 되니 독립할 수 있다며 과감한 베팅을 한다. 막상 계좌에 목돈이 들어오고 보니, 욕심이 더 생겼다. 2천만 원으로 주식을 사고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추가로 매수하면 더 큰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W군은 빚으로 만든 2천여만 원으로 주식을 사고 주식담보대출을 받아서 거의 3천여만 원을 투자하게 된다. 이제부터 승승장구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던 W군은 한두 달 뒤 필자에게 급하게 전화를 한다. "증거금이 부족해서 몇 시까지 입금해야 하니 돈을 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종목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니 조만간 감자사건이 예상되는 종목이었다. 그 종목은 연일 급락하는 상황. 필자는 냉정하게 "지금이라도 다 털고 나와라. 깡통계좌를 넘어 거지 된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W군은 필자의 말에 매우 자존심이 상했는지 오기가 생겼는지, 그렇게 매도할 수는 없다면서 억지로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증거금을 채웠다. 그러나 결국 W군의 그 종목은 감자사건을 거치면서 어마어마한 재산상의 손실을 넘어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빚으로 투자'의 최종 결말이다.

 

필자는 투자 강연회에서 "절대로 빚내서 투자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증권 관련업계가 주최하는 강연회일 경우 필자의 이런 논조로 인해 가끔은 껄끄러운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시간을 이기는 주식투자 불변의 법칙_ 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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