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할부금이나 주택 대출금 등으로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가정이 많다는 보도를 보았다. 또한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대출을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진짜 큰 부자는 빚이 없다. 부자까진 바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빚이 없어야 한다.

 

내가 아파트를 투자하다가 큰 곤경에 처한 적이 있었다. 대출을 많이 받아 큰 아파트를 샀는데, 이후에 가게 수입이 현저히 떨어졌고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갑자기 방송 일을 쉬게 되었다. 방송 일과 장사의 공통점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잘 나가다가 어느 날 출연이 끊기고, 잘나가던 음식점이 어느 날부터 손님이 뚝 끊기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밤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대출이자 갚는 것이 너무나 버거웠다. 남편에게 말할 수도 없고 말해봐야 팔란 소리밖에 나오지 않으니 혼자 끙끙 앓았다. 무리를 해서 아파트를 산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팔려고 해도 그 당시 관례상 다운계약서를 썼기에 잘못하면 산 가격도 못 받을지 몰라 팔지도 못하고 속만 태웠다.

 

그 뒤부터 투자할 때는 절대 무리수를 두지 말아야 할 것을 명심, 또 명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탐나는 물건이 있을 땐 어쩔 수 없이 또 은행에 빚을 지게 된다. 그럴 경우에는 빚을 갚는데 주력하는 것을 최우선 방법으로 한다.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먼저 빚부터 갚아야 한다. 빚 무섭다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재테크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 약간의 불편과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미래의 희망과 목표를 향해 좋은 투자처가 나오면 매수해야 한다.

 

이때 수입이 생기면 무조건 50대 50법칙을 고수하면 빚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수입의 반은 무조건 빚을 갚는데 충당하고 그 나머지를 지출하면 된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부동산 매매가 잘 안되니 특히 지나친 대출을 삼가해야 한다. 몇 천 평을 개발하여 타운하우스를 지어 놓고 빚더미에 앉은 사람을 보았다. 멋지게 집을 지었는데도 분양이 되지 않아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20억이 넘는 대출금의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부동산은 잘못 손대면 재산이 아니라 큰 빚덩이가 될 수 있다. 이자가 많아 감당할 수 없을 때는 100억짜리 부동산이 있다 한들 땅거지가 될 수 있다. 최소한 이자를 감당할 수 있고 현금 회전이 될때 부동산에 자금을 묻고 대출을 받는 것이 좋다.

 

나는 부동산 투자를 할 때 부동산 가격의 70~80%는 자기 자본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가진 재산을 절대로 올인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다.

 

부동산이라는 것은 시세라는 개념보다는 물건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좋은 물건을 고를 줄 아는 안목을 키우려고 노력한다. 또 내가 잘 아는 지역에만 투자를 한다. 지역에 대해 이미 꿰뚫고 있을 때는 실패의 확률이 적다. 잘못 투자했을 경우 소개한 사람을 원망해보았자 소용없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나다.

 

팽현숙의 내조재테크

:

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가게를 시작했다.

워낙 아껴서 생활했기에 사실 생활비는 크게 들지 않았다. 노후를 위해 투자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그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했다.

 

강남에서의 도자기 가게를 시작으로 의상실, 레스토랑, 양수리에서 카페, 오리고기집, 호프집 등 다양한 음식점을 거쳐 현재 순댓국집까지, 결혼 후 계속 다양한 장사를 했다.

 

직접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린 양수리 카페가 가장 큰 성공을 했지만, 나머지도 다행히 크게 실패한 사업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게 비법을 많이 묻는다. 누구나 그대로만 한다면 실패하지 않을 방법이 내게는 있다.

 

'나는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쉴 때도 일했다.'

 

이것이 나의 필승 비법이다. 일요일에 쉬면 장사의 이문이 남을 수 없다는 철칙을 세웠다. 그래서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돈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순댓국집을 차리고나서 한때는 가게 근처에 강이 보이는 곳에 아파트를 사서 인테리어까지 예쁘게 꾸며 살았다. 그러나 덕소에서 여의도의 방송국으로 가야 하는 남편이 여간 불편해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새 단장한 덕소의 아파트는 임대를 주고 여의도 방송국 코앞에 아파트를 얻어 들어갔다. 지금도 나는 날마다 여의도에서 덕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운전을 해서 온다.

 

구리에 차렸던 레스토랑이나 양수리에 차렸던 카페도 항상 집과는 멀어 나는 매일 장거리 운전을 해야 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항상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집안일을 마치고 일하러 간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잠이 부족했다. 운전 중에 졸릴 때도 많았다. 내가 부지런하긴 하지만 몸이 약하도 보니, 피로를 쉽게 타고 특히 운전 중에 졸음이 밀려왔다. 그럴 때 나는 나중에 우리 가족이 꿈을 이뤄 편안한 생활을 하는 상상을 하며 허벅지를 꼬집고 뺨을 후려치면서 운전을 한다.

 

나는 바지런하신 외할머니 손에서 크면서 선천적으로 부지런함을 배웠다. 나는 잠시도 손을 쉬지 않는 편이다. 집에서도 쉬지 않고 집안일을 하고, 가게에서도 손님이 없으면 직접 기른 채소를 다듬고 김치를 담글 정도이다. 손으로 뭘 만드는 것도 좋아해 손뜨개로 이것저것 짜서 지인들에게 선물을 주곤 한다. 가만히 있으면 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살다 보니 몸은 좀 고되었지만, 남편만 바라보지 않게 되니 마음이 편했다.

 

가게를 잠시 쉬면서 집에서 남편에게만 기대고 있을 때는 일찍 들어오지 않는 것도, 술 먹고 들어오는 것도, 남편의 말 한마디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어 힘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하루 24시간 바쁘게 집안일과 가게 일에 몸과 마음이 바쁘다 보니 오히려 남편에게 측은지심이 생겼다.

 

어깨가 쳐진 남편들이 참 불쌍했다. 사회생활이 뜻대로 되지 않는데 가장으로서 아이들하고 아내가 자기만 쳐다보고 있다면 그것도 갑갑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일을 해보니 돈을 벌고 일한다는 것,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남자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창업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다. 장사를 시작할 때 귀가 얇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장사 경험은 없는 데 돈은 벌고 싶은 마음에 가진 돈을 올인하는 것도 큰 위험이 따른다. 다년간 가게를 운영하고 계약에 이르기까지 발품을  판 경험으로는, 절대 가게 넘기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가게를 소개하는 부동산의 말도 마찬가지다. 특히 매상이나 권리금은 무조건 반토막을 내서 흥정을 시작하라고 귀뜸해주고 싶다.

 

"이만한 자리에 그 정도 권리금은 기본입니다."

 

"여기 있는 테이블에 손님이 차면 하루 매상이 기가 막히죠"

 

이 말은 권리금을 받으려는 지극히 상투적인 말이다. 그러나 초보자들은 이 말에 혹하여 비싼 권리금을 주고 가게를 덜컥 계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부동산에서 자주 쓰는 상투적인 말이 있다.

 

"권리금이 왜 많겠습니까? 장사가 잘 된다는 이야기죠."

 

그럴 땐 다음과 같이 응수해야 한다.

 

"장사가 잘 되면, 그럼 왜 내놓아요?"

 

가게를 넘길 때 매상을 많이 부풀려서 말하기 마련인데, 마음에 드는 가게가 있다면 나는 매상 장부를 보여 달라고 했다. 가게 안에서 직접 음식을 먹으며 오는 손님도 파악하거나 가게 밖에서도 드나드는 손님을 세보면 장부를 보기 전에 이미 매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권리금이 큰 가게일수록 매상이나 권리금에 거품이 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가게를 열 때 권리금이 거의 없는 곳을 택했다. 권리금은 가게를 비워줄 때 돌려받을 수 있는 보장이 없고, 제대로 산정되어 있지 않는 게 기본이므로 가능한 안 내고 들어가야 한다. 최대한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해서 권리금을 깎아야 한다.

 

권리금 다음으로 신경써야 하는 게 인건비다.

나는 연예인으로서 내 얼굴을 간판으로 장사하지 않겠다고 작정했다. 따라서 나는 직접 주방에서 홀, 카운터까지 내 손을 거칠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내가 한 시간만 부지런을 떨어 가게에 나오면 종업원 한 사람 몫이 줄어든다.

 

처음 가게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꼭 지키는 철칙이 있다. 가게에서 나오는 수입은 공금이기에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 한 달 치 수입을 정산해 직원들 월급날에 나도 월급 사장이라는 생각으로 월급을 챙겨간다. 단 한 번도 나는 월급날 전에 공금을 가져간 적이 없다. 장사가 잘 된 달은 직원들에게 보너스도 주고 나 스스로에게도 보너스를 지급한다.

 

작은 가게지만 현재 우리 순댓국집에서 열 사람이 벌어간다고 생각하면 뿌듯해진다. 직원들이 모두 열심히 일하는 만큼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팽현숙의 내조재테크

:

부자 되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것도 되도록이면 한방에, 할 수만 있다면 힘들이지 않고 부자가 되길 바란다. 그러나 다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내가 이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내가 돈을 좀 벌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으로 판단한 것이다.

 

"팽현숙 씨는 어떻게 그렇게 쉽게 돈을 많이 벌었어요?"

 

"솔직히 부동산 투기나 뭐 그런 거 하지 않고 집을 몇 채씩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개는 돈이 없거나 집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도 아니면 낭비벽을 고칠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이거나.

 

내가 경험하고 보고 배운 바로는, 결코 부자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그래도 나는 운이 좋으니까 언젠가는 한방에 안타를 날릴 거라고 믿어', '로또 당첨이 되거나 조상이 숨겨 놓은 땅을 찾아가라는 연락이 올지도 몰라' 라고 말하는 얼간이가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과감하게 펀치를 날려주겠다.

 

"정신 차려 이것들아!"

 

거듭 말하지만 부자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진짜 부자는 젊은 시절에는 부지런히 벌고 노후에야 부자로 삶을 누린다.

개그맨을 할 때는 젊은 시절 그렇게 화려했던 연예계 선배들이 나이를 먹어서는 초라한 모습으로 지내는 것을 보고 자연스레 젊어서부터 노후를 생각하게 되었다. 노후에 제대로 모양새를 갖춘 선배가 되려면 젊어서는 모양새를 버리고 일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한결같이 부자가 되려면 돈의 액수와 상관없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은 돈으로 시작해 많은 시간을 들여 부자가 된 사람들은 이 말의 진리에 감탄할 줄로 믿는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중에 하나다. 결국 재테크는 시간에 돈을 오래 묻어 둘 수 있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나는 백일 된 첫 아이를 떼어놓고 장사 길에 나섰다. 어미 노릇을 방기했다는 자책에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장사에 매달렸다. 하지만 처음에는 별 소득이 없이 접었다.

 

'경험 부족이야. 내가 앞으로 한 10년 장사한다면 그 다음부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때 그렇게 스스로를 독려했다. 지금 나는 장사만 21년째 하고 있다. 그 시간 동안 답을 얻기는 했다. 장사는 결코 오래 한다고 쉬워지지 않는다는 답이다.

 

이 세상에 쉬운 장사란 없다. 그러나 이력이 쌓인 만큼 그에 비례해 노하우도 쌓인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 노하우를 쌓은 게 진정한 재테크라고 장사꾼인 나는 말할 수 있다.

 

어느 분야 어느 계통을 막론하고 자기만의 노하우가 없다면 빈껍데기나 다름 아니다. 노하우를 가진 사람은 몸값이 올라가고 노하우를 가진 기업은 주가가 업그레이드되게 마련이다.

 

부자가 되고 싶지만 지금은 돈이 없어 재테크를 못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주말마다 여행도 자주 하고 즐길 걸 다 즐긴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연신 언젠가는 부자가 되겠다고 읊조린다.

 

"저축을 하고 싶은데 지금은 여유가 없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그땐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해야지."

 

나는 속으로 비웃는다.

 

'지금 저축을 하지 않는데 나중이 어딨니?'

 

저축도 습관에서 비롯된다. 저축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시장에 가도 견물생심이 생기지 않는다. 백화점에서 아무리 빅 세일을 해도 과소비를 하지 않는다. 자기 통장에 늘어나는 수익을 보면서 희열을 느껴본 사람은 하나 더 준다고 해서 열일 제쳐두고 대형 할인마트의 끼워 팔기 물건을 사기 위해 카드를 긁지 않는다.

 

'나중에' 라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치고 크게 되는 것 못 봤다. 푼돈을 모을 땐 모아야 한다. 그래야 목돈이 되고, 목돈이 있어야 원하는 꿈을 이룰 수가 있다. 목돈이 없으면 시간이 주는 중요한 가치와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저금이라는 것은 하면 할수록 신기하게도 사고 싶은 물건도 없어지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지고 속이 든든하면서 안 먹어도 배가 부르는 습성이 있나 보다. 그렇게 계속 하면 된다.

 

나의 특별한 재테크 방식은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동산은 무조건 장기 보유한다. 부동산은 오래 놔두어야 돈이 된다. 절대 짧은 시간에 돈이 되지 않는다. 내가 저걸 100만 원 주고 산걸 뻔히 아는데, 금새 150만 원에 팔면 누가 사겠는가. 땅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서 주인이 신경 써서 꾸미면, 그만큼의 노력을 쳐 준다. 그러다보면 전체적으로 땅값도 오르고, 평균 땅값 오른 것에 더해 가치를 더 올릴 수 있다. 그렇게 10~20년 땅을 가지고 있는 것은 투자이지, 투기는 아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복리 저축이다. 나는 장기 적금도 상당히 많이 하는 편이다.

저축과 투자는 되도록 빨리 시작해야 한다. 물론 단기간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이 이 특수한 사람들을 쫓아 단시일에 부자가 되려다 보면 오히려 가랑이가 찢어질 수 있다.

 

나는 장사를 시작할 때도 '내 인건비만 나오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하루도 빠짐없이 일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로 과한 욕심을 버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묵히고 시간과의 싸움으로 여유롭게 장기간 묵힌다.

 

부자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법이 없으니 지혜롭게 묵힌 투자가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게 나의 소신이다.

 

팽현숙의 내조재테크

:

미국 속담에, '처남에게 100달러를 빌려주면 두 번 다시 그를 볼 일이 없어진다' 라는 말이 있다. 친한 사람 사이에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일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알려주는 말이다.

 

그러나 막상 절친했던 지인이 손을 내밀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나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나에게 극진히 잘했고 너무 친절한 사람이었기에 정말 그럴 줄 몰랐다. 돈 잃은 것도 화가 나지만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한테 배신을 당했다는 사실도 돈 잃은 것 못지않게 쓰라린다.

 

나는 내 돈을 빌려 주고 나서, 돈도 잃고 사람도 잃은 뼈아픈 경험을 한 뒤로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못 받아도 좋다면 그 돈을 줘라.

누가 내게 돈 부탁을 하면,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그 사람이 요구하는 돈이 없어도 괜찮은가를 생각해본다. 만일 내 마음이 그렇다고 수긍할 수 있으면 그때는 돈을 빌려 준다. 그런 원칙을 세워놓고 나니 아는 사람이 내게 돈 부탁을 해도 거절하는 마음이 가볍다.

 

나는 돈을 줘도 좋다고 할 정도로 신세를 진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내가 아는 지인들은 내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쉽게 와서 돈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렇게 하다 보니 오래된 지인이 내 곁에서 떠나는 일도 더이상은 생기지 않고 있다.

 

나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전에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철저히 실패했었기 때문이다.

 

원래 주식에 관심이 없던 나는, 어느날 친구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말을 듣고 객장에 나간 적이 있었다. 이때 친구가 펀드매니저에게 천 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건네주는 걸 보게 되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그 펀드매니저가 짚어주는 종목에 투자하였더니 대박이 나서 보너스 차원으로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 자랑을 늘어놓는 성격이 아닌데 주식 예찬론자이다 싶을 정도로 돈 번 이야기를 읊어댔다. 매사에 신중하면서도 정확한 친구가 주식으로 투자를 해서 몇 배의 수익을 보았다는 말을 들은 나는 귀가 솔깃해졌다. 그래서 재투자하는 친구를 따라 몇 천만 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그런데 내가 투자금을 예치한 날로부터 내 일상의 흐름이 깨졌다.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내가 산 주식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서 좀이 쑤셨다. 부동산은 특성상 투자한 후 시간대별, 하루별로 가격을 확인하는 일은 없다. 사 놓고 그날부터 없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는 게 미덕이다. 그러나 주식 투자는 시간대별로 상황이 바뀌고 국제 경기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투자처였다.

 

나는 후회막급이었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속이 탔다. 이렇게 속을 태워야 벌 수 있는 돈이라면 손을 떼야겠다 싶었다. 돈을 벌지 못 벌지는 몰라도 이러다간 내 건강이 남아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역시 일이 벌어졌다. 대박이 났다고 날 끌어들인 친구에게만 행운의 여신이 갔는지 내가 선택한 종목은 날마다 파란불이 들어왔고 드디어 나는 쪽박을 차고 말았다.

 

'어떻게 번 돈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통이 터져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주식 투자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보다 포기할라치면 다시 생각나고, 오기로 다시 사 볼까 하는 미련한 생각도 나를 꼬드겼다. 몇 달을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가게 일을 열심히 해서 벌충해야지 하며 그때의 일을 잊을만하고 있는데, 다시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확실한 투자라며 함께 들어가자는 것이었다. 나는 또 다시 마음이 흔들렸고 객장에 나가 전문가를 만나보았다. 전문가는 확신을 갖고 내게 투자하라고 권했고 나는 그에 따랐다. 그러나 재투자에서 나는 두 번째 쪽박을 차고 말았다.

 

쪽박을 차는 데에는 면역도 없었다. 나는 첫 번보다도 오히려 더 낙심하여 내가 파고 들어간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친구나 펀드매니저가 원망스러웠다. 투자의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 옳은데 전문가 말에 의지해 묻지마 투자를 해놓고 이제 와서 남을 원망하다니, 이러다 사람 버리겠다 싶어 나는 정신을 수습하였다.

 

그 뒤 나는 주식의 주자만 들어도 고개가 흔들린다. 부동산 투자에는 실패한 적이 없었는데 주식으로는 완전 쪽박을 차고 나니 난 역시 한방인생이 아니다 싶다. 돈만 벌어보고자 했던 욕심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투자에도 맞는 궁합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팽현숙의 내조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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