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가게를 시작했다.

워낙 아껴서 생활했기에 사실 생활비는 크게 들지 않았다. 노후를 위해 투자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그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했다.

 

강남에서의 도자기 가게를 시작으로 의상실, 레스토랑, 양수리에서 카페, 오리고기집, 호프집 등 다양한 음식점을 거쳐 현재 순댓국집까지, 결혼 후 계속 다양한 장사를 했다.

 

직접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린 양수리 카페가 가장 큰 성공을 했지만, 나머지도 다행히 크게 실패한 사업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게 비법을 많이 묻는다. 누구나 그대로만 한다면 실패하지 않을 방법이 내게는 있다.

 

'나는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쉴 때도 일했다.'

 

이것이 나의 필승 비법이다. 일요일에 쉬면 장사의 이문이 남을 수 없다는 철칙을 세웠다. 그래서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돈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순댓국집을 차리고나서 한때는 가게 근처에 강이 보이는 곳에 아파트를 사서 인테리어까지 예쁘게 꾸며 살았다. 그러나 덕소에서 여의도의 방송국으로 가야 하는 남편이 여간 불편해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새 단장한 덕소의 아파트는 임대를 주고 여의도 방송국 코앞에 아파트를 얻어 들어갔다. 지금도 나는 날마다 여의도에서 덕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운전을 해서 온다.

 

구리에 차렸던 레스토랑이나 양수리에 차렸던 카페도 항상 집과는 멀어 나는 매일 장거리 운전을 해야 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항상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집안일을 마치고 일하러 간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잠이 부족했다. 운전 중에 졸릴 때도 많았다. 내가 부지런하긴 하지만 몸이 약하도 보니, 피로를 쉽게 타고 특히 운전 중에 졸음이 밀려왔다. 그럴 때 나는 나중에 우리 가족이 꿈을 이뤄 편안한 생활을 하는 상상을 하며 허벅지를 꼬집고 뺨을 후려치면서 운전을 한다.

 

나는 바지런하신 외할머니 손에서 크면서 선천적으로 부지런함을 배웠다. 나는 잠시도 손을 쉬지 않는 편이다. 집에서도 쉬지 않고 집안일을 하고, 가게에서도 손님이 없으면 직접 기른 채소를 다듬고 김치를 담글 정도이다. 손으로 뭘 만드는 것도 좋아해 손뜨개로 이것저것 짜서 지인들에게 선물을 주곤 한다. 가만히 있으면 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살다 보니 몸은 좀 고되었지만, 남편만 바라보지 않게 되니 마음이 편했다.

 

가게를 잠시 쉬면서 집에서 남편에게만 기대고 있을 때는 일찍 들어오지 않는 것도, 술 먹고 들어오는 것도, 남편의 말 한마디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어 힘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하루 24시간 바쁘게 집안일과 가게 일에 몸과 마음이 바쁘다 보니 오히려 남편에게 측은지심이 생겼다.

 

어깨가 쳐진 남편들이 참 불쌍했다. 사회생활이 뜻대로 되지 않는데 가장으로서 아이들하고 아내가 자기만 쳐다보고 있다면 그것도 갑갑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일을 해보니 돈을 벌고 일한다는 것,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남자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창업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다. 장사를 시작할 때 귀가 얇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장사 경험은 없는 데 돈은 벌고 싶은 마음에 가진 돈을 올인하는 것도 큰 위험이 따른다. 다년간 가게를 운영하고 계약에 이르기까지 발품을  판 경험으로는, 절대 가게 넘기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가게를 소개하는 부동산의 말도 마찬가지다. 특히 매상이나 권리금은 무조건 반토막을 내서 흥정을 시작하라고 귀뜸해주고 싶다.

 

"이만한 자리에 그 정도 권리금은 기본입니다."

 

"여기 있는 테이블에 손님이 차면 하루 매상이 기가 막히죠"

 

이 말은 권리금을 받으려는 지극히 상투적인 말이다. 그러나 초보자들은 이 말에 혹하여 비싼 권리금을 주고 가게를 덜컥 계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부동산에서 자주 쓰는 상투적인 말이 있다.

 

"권리금이 왜 많겠습니까? 장사가 잘 된다는 이야기죠."

 

그럴 땐 다음과 같이 응수해야 한다.

 

"장사가 잘 되면, 그럼 왜 내놓아요?"

 

가게를 넘길 때 매상을 많이 부풀려서 말하기 마련인데, 마음에 드는 가게가 있다면 나는 매상 장부를 보여 달라고 했다. 가게 안에서 직접 음식을 먹으며 오는 손님도 파악하거나 가게 밖에서도 드나드는 손님을 세보면 장부를 보기 전에 이미 매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권리금이 큰 가게일수록 매상이나 권리금에 거품이 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가게를 열 때 권리금이 거의 없는 곳을 택했다. 권리금은 가게를 비워줄 때 돌려받을 수 있는 보장이 없고, 제대로 산정되어 있지 않는 게 기본이므로 가능한 안 내고 들어가야 한다. 최대한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해서 권리금을 깎아야 한다.

 

권리금 다음으로 신경써야 하는 게 인건비다.

나는 연예인으로서 내 얼굴을 간판으로 장사하지 않겠다고 작정했다. 따라서 나는 직접 주방에서 홀, 카운터까지 내 손을 거칠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내가 한 시간만 부지런을 떨어 가게에 나오면 종업원 한 사람 몫이 줄어든다.

 

처음 가게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꼭 지키는 철칙이 있다. 가게에서 나오는 수입은 공금이기에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 한 달 치 수입을 정산해 직원들 월급날에 나도 월급 사장이라는 생각으로 월급을 챙겨간다. 단 한 번도 나는 월급날 전에 공금을 가져간 적이 없다. 장사가 잘 된 달은 직원들에게 보너스도 주고 나 스스로에게도 보너스를 지급한다.

 

작은 가게지만 현재 우리 순댓국집에서 열 사람이 벌어간다고 생각하면 뿌듯해진다. 직원들이 모두 열심히 일하는 만큼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팽현숙의 내조재테크

: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38)
주식 (40)
부동산 (46)
전망 (6)
투자 (15)
법률 (3)
경매 (2)
연금 (1)
상속 (3)
좋은글 (22)

최근에 올라온 글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