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열정이 넘치고 신념도 강해서 특정한 일을 하고 싶다고 해도, 그에 걸맞은 '조건'이 따라 주어야 할 때가 있다. 농구선수가 되려면 일단 키가 큰 것이 유리하고, 영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만나는 것을 즐기는 체질이어야 한다. 물론 '불굴의 정신'으로 그 악조건을 이겨나갈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그러한 불굴의 정신을 가진 주인공들이 아니다.

 

일단 조건이 맞는지부터 따져야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전업 트레이더가 되고 싶다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신이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만 한다.

 

잃을 것이 많은 나이라면

 

내가 주로 전업 트레이더를 권하는 연령대가 있다. 바로 20대이다. 내가 20살에 시작했기 때문에 그 나이에 주식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당시의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뭐 잃어봐야 시간밖에 더 잃겠어?"

 

정말 그랬다. 아주 많은 예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지켜야 할 가정도 없었고, 병간호를 해야 할 부모님이 계신 것도 아니었다. 설사 1~2년의 시간을 주식으로 탕진한다고 해도 20대의 나이라면 회복의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로 대학도 재수, 삼수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그렇게 해서 대학을 들어간다고 해도, 지난 재수와 삼수의 시절이 앞으로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결혼한 30대, 책임질 것이 많은 40대 이후의 분들에게는 전업 트레이더를 권하기가 쉽지 않다. 잃을 것이 많다면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고 그러다 보면 평정심을 유지하며 전업으로 투자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동안 주식에 올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20대가 가장 유리한 나이일 수 있다. 설사 전업 트레이더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주식을 보는 눈이 트였으니 나이가 들어서 장기간의 가치투자를 할 수 있는 실력 정도는 충분히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주식투자와 육체노동을 병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었을 때 그 돈을 만회하는 최선의 방법은 남는 시간에 육체노동을 통해서 다시 투자할 돈을 버는 것이다. 장이 끝난 이후에 그 어떤 알바를 해서든 한 달에 50만 원, 100만 원을 벌겠다고 각오하고 실제로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섣부른 결단으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총알을 든든하게 마련한 뒤에 사냥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때그때 총알을 수급하는 일을 병행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그래야 한발 한발 쏘는 총알의 소중함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은 투자로 인한 손해에 조금 무뎌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내 계좌의 돈이 계속해서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손실에 예민해져서 조급하게 군다. 그러나 육체노동을 통해서 조금씩이나마 돈을 충당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손실에 덜 민감해질 수 있다.

 

주식투자는 나처럼 처음 500만 원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액수가 아니다. 종잣돈 1000만 원을 마련한 후 그것이 다 떨어질 때까지 주식을 하는 것보다는, 이번 달에 번 100만 원으로 시작하고, 다시 다음 달에 100만 원을 더 넣어서 계좌를 운용하는 것이 훨씬 더 건강한 방법이다. 이러한 실천을 해야만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고 장기적 전업 트레이더로 갈 수 있는 매우 건전한 환경이 조성이 된다. 마음이 급하다고 부모님에게, 친구에게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것은 스스로를 최악의 환경에 방치하는 일이다.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급한 마음으로는 오판의 여지가 너무나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는 그 마음 자체가 자신감과 자존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전업 트레이더로서의 동력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성격이라는 또 하나의 조건

 

자신의 성격도 매우 중요한 조건의 하나이다. 나의 유튜브 계정에서 MBTI에 대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물론 '돈깡의 MBTI가 주식에 최적화된 성격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돈깡의 MBTI는 주식투자에 적합한 성향 중의 하나이다'라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MBTI를 통한 내 성격 유형은 '논리적인 사색가'였으며 '연구되지 않은 삶은 의미가 없다'는 문장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다. 내 삶의 가치관을 딱 잘라서 이처럼 잘 정리해주는 것도 없었다.

 

내 성격 유형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감정에 크게 동요되지 않는다. 되돌아보면 이것은 주식투자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인데, 호전적이거나 투기적이지 않은 나름의 차분한 성격이 논리적인 사색에 다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정에 동요되지 않는다는 점이 일상생활에서는 곧 게으름이 된다. 바꿔말해 나는 '미루기 끝판왕'이기도 하다.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해서 몇 년째 책 제목만 수십 권을 적어놓았지만, 단 몇 권밖에 읽지를 못했다.

 

대인 관계에 있어서는 자발적인 아웃사이더 기질이 강하다. 그것이 선천적인 것인지, 혹은 후천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집단에 어울려 휩쓸리는 모습을 무척 싫어한다. 한번은 현직 판사님이 쓰신 <개인주의자 선언> 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정말로 동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주요 내용이었다. 주식도 결국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좀 더 적합할 수 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이야기의 전개 과정보다 사건의 해결방안에 더 관심을 많이 둔다. 이런 성향은 '논리적인 사색'이 적용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성격에 대해 누군가는 너무 진지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은 오해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추론하는 것은 딱 주식에 한정되어 있을 뿐, 그 이외의 일상에까지 적용시키고 싶지는 않다.

 

사실 나 같은 성격은 단점도 많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진단도 있고, 이론 중심이라 실행력이 떨어진다고도 한다. 낯도 많이 가리고 대인관계도 부족한 성향이다. 지금 하고 있는 유튜브도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엄청나게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인 성향을 이렇게 상세하게 펼쳐놓은 것은 주식을 하기 전에 자신의 성격이 주식투자에 적합한지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보라는 의미에서이다.

 

많은 청년이 공무원을 하고 싶어 하지만, 또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공무원만큼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타고난 성격이 자유분방해서 예술이 아니면 다른 직업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다. 어쩌면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하더라도 하루 종일, 한 달 내내 모니터 주식창을 보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식과 성격에 관한 나만의 결론을 내려본다면, '감정에 많이 동요되지 않고 사실관계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합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주식투자에 알맞은 유형이라 판단된다. 성격이 인생을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때로 인생의 흐름에서 성격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전업 트레이더를 꿈꾼다면, 자신의 성격을 되돌아보는 일도 필요하다.

 

Tip 전업 트레이더가 벌어야 하는 한 달 수익

 

전업 트레이더의 한 달 수익은 얼마 정도면 될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하겠지만, 그건 그저 희망 사항일 뿐, 최하의 수준은 정해놓아야 나름의 기준과 비전도 생긴다. 그동안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었다면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할 가능성이 크다.

 

"전업 트레이더로 한 달에 월급만큼만 벌어도 좋은 것 아닌가요? 출퇴근할 필요도 없고, 상사 눈치도 보지 않는데 월급 정도 버는 거면 훨씬 이익인 것 같아요."

 

한 달에 300만~400만 원 정도의 수익이면 충분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전업 트레이더는 소속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받던 혜택을 누릴 수 없다. 4대 보험도 없고, 이용할 수 있는 복지 시설이나 복지 비용도 없고, 커리어도 쌓이지 않는다. 법인 카드는 물론 퇴직금도 없다. 한 달에 300만~400만 원 월급 정도만 벌면 전업 트레이더는 적자가 난다.

 

이러한 부분까지 모두 고려하면 꾸준하게 한 달에 1000만 원은 수익을 올려야 한다. 전업 트레이더는 직장인보다 여유시간이 많기 때문에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떠올려야 한다. 조금만 기준을 높여 한 달에 2000만 원 정도를 번다면 '전업 트레이더'라는 자부심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수준이 된다.

 

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_ 강민우(돈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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