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초등학교와 명문교_ 김순길, 정의창

미스터신 2016. 2. 9. 20:31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리는 이유

 

'회남의 귤을 회북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성어 귤화위지는 귤을 탱자로 변하게 할 만큼 환경이 중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코이라는 일본 잉어가 있다. 이 잉어는 작은 수족관에 넣어두면 5~8cm 밖에 자라지 않지만 더 큰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5cm 까지 자란다. 강물에 방류하면 무려 90~120cm까지 자란다. 이처럼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코이는 손가락 길이만큼 자리기도 하고, 예닐곱 살 아이만큼 자리기도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아이는 큰 인물이 될 수도 있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소시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 줄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애쓴다. 묘지와 시장 근처에 살다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서당 근처로 이사한 맹자의 어머니처럼, 한국의 부모들은 좋은 학교 혹은 학원 근처로 무리를 해서라도 이사를 간다. 요즘은 학원도 학군화되어 유명 학원이 많은 도곡동이나 대치동 인근 아파트는 늘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2001~2003년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 도곡동과 대치동 집값이 유독 크게 오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자와 자녀교육, 이 두 축은 오랜 시간 강남의 집값을 이끌어왔다. 강남 외에 서울 목동과 노원, 경기 일산의 집값과 전세가가 높은 이유도 좋은 교육환경 때문이다.

 

서울의 동작구 사당동과 서초구 방배동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이지만 부동산 가격은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서 저평가되어 있는 사당동 아파트를 사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방배동보다 사당동이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비록 지척 사이라 해도 동작구 사당동은 강남 8학군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당동에 살면서 서초구의 8학군 학교로 배정을 받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교육환경은 집값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 초등학교

 

오래되어 노후되고 학교, 공원, 편의 시설 등이 부족한 지역은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된다. 이렇게 주거환경이 변하는 곳의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학교다. 만약 아이가 초등학교를 가려면 마을버스를 타거나 큰길을 두 번 이상 건너며 15분 이상 걸어야 했는데 집앞에 초등학교가 신설된다면, 그 아파트의 가격은 어떻게 될까? 특히 초등학교 자녀를 둔 세대가 가장 많은 25평형대 아파트라면 가격은 통상 20~30% 상승하기 일쑤다.

 

중고등학교가 신설되는 것보다 초등학교가 더 큰 영향을 주는 이유는 중고등학교는 초등학교와 달리 거리가 아니라 면학 분위기와 입시성적에 따른 '명문'의 프리미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설 학교가 명문 학교가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주변 아파트에 투자하려면 신설 학교가 아니라 기존의 명문 학교 인근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 뉴타운 지역의 존치하는 아파트(개발 시 그대로 두는 아파트) 가운데 바로 앞에 학교가 들어설 단지는 투자처로 적격이다. 가재울뉴타운의 남가좌현대아파트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아파트 아이들은 15분 이상 걸어서 언덕 위의 연가초등학교로 통학하고 있다. 하지만 뉴타운 개발로 단지 앞에 초등학교가 생길 예정이다. 초등학교 신설로 이 아파트는 1년 사이에 5000만 원가량 집값이 올라 큰 수혜를 보는 아파트가 되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투룸 다세대주택도 마찬가지다. 투룸 다세대주택의 주요 수요자는 신혼부부나 초등학생까지의 자녀를 둔 젊은 부부다. 초등학교가 신설되는 즉시 가격이 오른다. 이때 1인 가구 거주지인 원룸이나 오피스텔 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투자를 결정할 때는 먼저 역세권인지를 살펴보는 동시에 주변에 가까운 초등학교나 유치원 혹은 어린이집 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강남권은 투룸이라도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까지 고려해야 한다. 학군이 좋은 곳의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의 공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중고등학교를 위한 투룸 다세대주택의 수요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역세권이면서 초등학교가 가까운 곳의 좋은 예가 서울 마포구의 공덕역과 대흥역 주변이다. 공덕역 인근 염리초등학교, 공덕초등학교와 대흥역 인근의 신석초등학교, 용강초등학교가 이에 해당한다. 교육열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답게 한국은 집값에 학교가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자녀교육 때문이고, 학교 주변은 유흥 시설 등 유해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주거환경도 좋다. 그런데 학교는 제일 마지막에 지어진다. 그래서 개발 계획이 발표되고 학교가 생긴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아도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니 학교 건물이 실제로 올라가기 전까지는 집값이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투자를 하고자 할 때는 학교가 건축되는 시점에 움직이지 말고 먼저 투자해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tip 익숙한 동네에서 시작하라

 

나는 평소 동네 부동산중개소에 놀러 가기를 좋아한다. 사장님과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농담도 주고받고 커피도 얻어 마신다. 처가에 갈 때도 마찬가지여서 그날도 처가 근처 부동산에 들러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사장님 말이 요즘 부쩍 거래가 늘었다는 것이다. 내놓기가 무섭게 물건들이 팔려나간다고 했다. 뉴타운 개발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장모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뉴타운? 에이, 그거 한다고 한 지가 언제인데."

 

그때부터 나는 뉴타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가가 있는 곳이라 평소에 잘 알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투자를 해서 짭짤한 수익을 남겼다.

 

재테크에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평소의 관심이다. 작은 관심이 모여 정보로 전환되면서 부동산 투자가 시작되는 것이다. 관심을 가져야 알게 되고, 아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모르는 곳에 투자하는 것보다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아는 곳,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는 의외로 잘 투자하지 않는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만 귀가 솔깃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아내가 남편의 건강을 걱정해 담배 끊고 술 줄이라고 하면 바가지 긁는 걸로 여긴다. 그런데 의사가 얘기하면 똑같은 내용이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같은 말인데 하나는 잔소리가 되고 다른 하나는 진지한 충고가 된다. 돈을 벌려면 무언가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둡다고 기회는 가까이 있다. 그러니 생활 속에서 투자처를 발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당장 당신이 사는 지역의 부동산부터 살펴보라.

 

나는 매일 부동산으로 출근한다_ 김순길, 정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