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손절매가 필요하다_ 하완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 일확천금의 꿈을 꿨다. 주식으로 대박 나서 하던 일을 다 때려치우는 달콤한 꿈 말이다. 처음에는 주식으로 돈을 조금 벌었다. 곧 기대에 휩싸였고, 힘들게 모은 돈을 모조리 주식에 넣었다. 어떻게 됐냐고? 주식 투자에 성공했다면 내가 지금껏 그림을 그릴 리가 없지 않나.(웃음) 결국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후 정신을 차렸고, 지금은 주식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아, 다 잊었는데 막 슬퍼지려고 한다. 아무튼.
주식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바로 '손절매'다. 손절매란 주가의 하락으로 손해가 났을 때,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실패를 인정하고 보유한 주식을 팔아버리는 것을 말한다.
내가 산 가격보다 주가가 내려가고 앞으로도 계속 내려갈 것이 예상된다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팔아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 당연한 것을 못 해서 더 큰돈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 눈앞에서 주가가 계속 내려가는데도 팔지 못하고, '물타기'를 하거나 '버티기'를 한다. 주가는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고 언젠가는 다시 오르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나 그 전략은 대부분 실패한다. 다 잃고 나서야 절반이라도 건질걸 하고 후회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일반에 나도 포함된다. 슬프다. 말로만 들으면 참 쉬운 손절매를 사람들이 못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지금까지 투자한 게 얼만데, 아까워서라도 포기할 수 없어.'
본전 생각에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을 두고 '콩코드 오류'라 부른다. 1976년 처음 취항한 콩코드는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으로 만든 세계 최초 초음속 여객기다.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어 만든 이 여객기는 처음부터 두 정부의 기술력을 자랑할 요량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효율과는 거리가 멀었다. 적은 탑승 인원, 높은 탑승 비용, 낮은 연비, 잦은 고장. 콩코드는 최악의 여객기로 불리며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콩코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자존심상 실패를 인정할 수 없었고,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아까워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자, 여론에 밀려 2003년 콩코드 프로젝트는 막을 내렸다.
포기는 비굴한 실패라고 배웠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현명한 삶을 살기 위해선 포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인내'나 '노력' 같은 기술을 이미 수도 없이 익히며 살았지만, 포기하는 기술은 배우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포기하지 말라고 배웠다. 그래서 포기하지 못해 더 큰 걸 잃기도 한다.
내가 연이은 입시 실패에도 계속 도전을 했던 건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같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콩코드 오류에 빠져 있었다. 내가 투자한 시간이 얼만데 하는 마음이었다. 아깝고 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서 다시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도전하는 동안은 실패가 아니니까. 그렇게 나는 실패를 유보하고 있었다. 4수 끝에 붙어서 다행이지, 그때도 떨어졌다면 나는 또다시 입시를 준비했을 것이다. 늘 이번이 마지막이라 다짐했지만, 떨어진 후엔 본전 생각에 과감히 포기하지 못했고 실패를 인정할 수 없었다.
현명한 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노력과 시간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더라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용기. 실패했음에도 새로운 것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현명한 포기는 끝까지 버티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체념이나 힘들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의지박약과는 다르다. 적절한 시기에 아직 더 가볼 수 있음에도 용기를 내어 그만두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이 이익이니까. 인생에도 손절매가 필요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작은 손해에서 그칠 일이 큰 손해로 이어진다. 무작정 버티고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겐 노력보다 용기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무모하지만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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