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를 사면 안 되는 이유_ 김민규(구피생이)
빌라 분양 광고가 부쩍 늘었습니다. 역세권에 위치한 신축 빌라를, 불과 몇천만 원의 실입주금으로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식의 광고입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혹할 수도 있지만, 빌라 매매는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빌라는 영세 건축업자가 짓는 경우가 많고, 시공, 감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소음, 단열, 결로 등의 문제에 취약합니다. 입주한 지 2년도 채 안 됐는데 물이 샌다거나 하는 문제가 생기면 분양 업자를 찾아가 하자 보수를 요구해야 하는데,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빌라라면 정기 점검이나 유지 보수에 대한 책임 주체가 모호한 경우가 많고, 건물의 관리 면에서도 그렇습니다. 입주민이 몇 명 없다 보니 별도의 관리소장을 두기가 어려운데, 공용 관리비라는 개념이 따로 없으니 비용이 드는 수리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주차도 문제입니다. 그럴듯하게 필로티 구조로 지어져 주차 구역은 그려져 있지만, 앞차가 빠지지 않으면 안쪽에 주차한 차량은 나올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이는 이웃 간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억지로 차를 주차하고 빼다 보면 접촉사고의 위험도 큽니다. 이런 생활을 몇 달만 하면 자연스럽게 마음 편히 주차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빌라는 팔고 싶을 때 제대로 팔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광고에 나온 빌라가 지금은 신축이니 매수할 생각이라도 하지만 5년, 10년이 지난 후라면 어떨까요? 아마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빌라는 시세라는 개념도 희박합니다. 똑같은 구조의 집들이 수시로 거래되는 아파트와는 달리 거래 하나하나의 특수성이 강해 가격을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세대 주택은 시간이 지나면서 건물의 가치가 떨어질 일밖에 남지 않았고, 어쩌다 주변 지역의 땅값이 오르면 그 가격이 반영되는 정도입니다. 대규모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지 않는 이상 단독으로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그저 하루하루 건물만 낡아갈 뿐입니다.
설령 사줄 사람이 나타난다고 해도, 매매가 활발하고 가치 평가의 기준이 즉각적으로 생기는 아파트와는 환금성에 있어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은 빌라에 만족하고 살더라도, 직장을 옮기거나 아이가 생기는 등의 이유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집을 팔기 위해 내놓았는데, 보러오는 사람도 없고 원하는 시기에 집이 팔리지 않으면 몇 달씩 마음고생을 해야 할 수도 있고요.
이 점은 전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리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어도, 전세금을 내고 들어올 사람이 있어야 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세금을 턱턱 세입자에게 내줄 수 있는 집주인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서울의 집값이 너무 비싸서 도저히 내가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지만, 시야를 조금만 돌려보면 방법이 있습니다. 회사까지 1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1기 신도시의 소형 아파트를 고려해보는 것입니다. 신도시 아파트들은 기본적으로 도시계획 하에 조성되어 인프라 수준이 양호하고, 대단지로 이루어져 꾸준한 거래량을 보이고 있으며, 환금성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출퇴근길이 다소 힘들게 느껴지겠지만, 최대한 빨리 돈을 모아 그다음 집으로 이사하겠다는 목표를 가진다면 견딜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집을 고를 때에는 많은 사람이 선택할 만한 선택지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자 안전한 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돈이 없을수록 서울의 아파트를 사라_ 김민규(구피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