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묻지마 투자하면 큰 코 다쳐요_ 팽현숙
미국 속담에, '처남에게 100달러를 빌려주면 두 번 다시 그를 볼 일이 없어진다' 라는 말이 있다. 친한 사람 사이에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일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알려주는 말이다.
그러나 막상 절친했던 지인이 손을 내밀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나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나에게 극진히 잘했고 너무 친절한 사람이었기에 정말 그럴 줄 몰랐다. 돈 잃은 것도 화가 나지만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한테 배신을 당했다는 사실도 돈 잃은 것 못지않게 쓰라린다.
나는 내 돈을 빌려 주고 나서, 돈도 잃고 사람도 잃은 뼈아픈 경험을 한 뒤로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못 받아도 좋다면 그 돈을 줘라.
누가 내게 돈 부탁을 하면,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그 사람이 요구하는 돈이 없어도 괜찮은가를 생각해본다. 만일 내 마음이 그렇다고 수긍할 수 있으면 그때는 돈을 빌려 준다. 그런 원칙을 세워놓고 나니 아는 사람이 내게 돈 부탁을 해도 거절하는 마음이 가볍다.
나는 돈을 줘도 좋다고 할 정도로 신세를 진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내가 아는 지인들은 내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쉽게 와서 돈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렇게 하다 보니 오래된 지인이 내 곁에서 떠나는 일도 더이상은 생기지 않고 있다.
나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전에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철저히 실패했었기 때문이다.
원래 주식에 관심이 없던 나는, 어느날 친구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말을 듣고 객장에 나간 적이 있었다. 이때 친구가 펀드매니저에게 천 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건네주는 걸 보게 되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그 펀드매니저가 짚어주는 종목에 투자하였더니 대박이 나서 보너스 차원으로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 자랑을 늘어놓는 성격이 아닌데 주식 예찬론자이다 싶을 정도로 돈 번 이야기를 읊어댔다. 매사에 신중하면서도 정확한 친구가 주식으로 투자를 해서 몇 배의 수익을 보았다는 말을 들은 나는 귀가 솔깃해졌다. 그래서 재투자하는 친구를 따라 몇 천만 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그런데 내가 투자금을 예치한 날로부터 내 일상의 흐름이 깨졌다.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내가 산 주식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서 좀이 쑤셨다. 부동산은 특성상 투자한 후 시간대별, 하루별로 가격을 확인하는 일은 없다. 사 놓고 그날부터 없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는 게 미덕이다. 그러나 주식 투자는 시간대별로 상황이 바뀌고 국제 경기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투자처였다.
나는 후회막급이었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속이 탔다. 이렇게 속을 태워야 벌 수 있는 돈이라면 손을 떼야겠다 싶었다. 돈을 벌지 못 벌지는 몰라도 이러다간 내 건강이 남아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역시 일이 벌어졌다. 대박이 났다고 날 끌어들인 친구에게만 행운의 여신이 갔는지 내가 선택한 종목은 날마다 파란불이 들어왔고 드디어 나는 쪽박을 차고 말았다.
'어떻게 번 돈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통이 터져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주식 투자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보다 포기할라치면 다시 생각나고, 오기로 다시 사 볼까 하는 미련한 생각도 나를 꼬드겼다. 몇 달을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가게 일을 열심히 해서 벌충해야지 하며 그때의 일을 잊을만하고 있는데, 다시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확실한 투자라며 함께 들어가자는 것이었다. 나는 또 다시 마음이 흔들렸고 객장에 나가 전문가를 만나보았다. 전문가는 확신을 갖고 내게 투자하라고 권했고 나는 그에 따랐다. 그러나 재투자에서 나는 두 번째 쪽박을 차고 말았다.
쪽박을 차는 데에는 면역도 없었다. 나는 첫 번보다도 오히려 더 낙심하여 내가 파고 들어간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친구나 펀드매니저가 원망스러웠다. 투자의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 옳은데 전문가 말에 의지해 묻지마 투자를 해놓고 이제 와서 남을 원망하다니, 이러다 사람 버리겠다 싶어 나는 정신을 수습하였다.
그 뒤 나는 주식의 주자만 들어도 고개가 흔들린다. 부동산 투자에는 실패한 적이 없었는데 주식으로는 완전 쪽박을 차고 나니 난 역시 한방인생이 아니다 싶다. 돈만 벌어보고자 했던 욕심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투자에도 맞는 궁합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팽현숙의 내조재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