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언제 사고 언제 팔 것인가_ 강방천
공포에 다가서고 흥분할 때 냉정하라
"주식을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돼요?" 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대답은 명확하다. "공포에 다가서고 흥분할 때 냉정하세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전투자로 다지고 또 다져진 내 경험이 해주는 말이다. 나만큼 주식투자로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1992년 자본시장 자유화, 1997년 IMF 외환위기,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위기까지 현장의 한가운데 있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천당과 지옥을 수도 없이 오갔다. 공간적으로도 미국, 중국, 유럽, 동아시아 등 투자를 안 해본 나라가 없다.
그 오랜 경험 끝에 얻어진 값진 깨달음이 있다. 바로 '위대한 기업이라면 끝까지 함께하라'라는 신념이다. 이 신념은 깨지지 않는 차돌처럼 강하다. 그리고 이제는 언제 과감해야 하고 언제 신중해야 할지 알 것 같다. 흥분과 공포를 이길 수 있는 겸손과 용기가 중요하다. 오랜 경험이 나에게 선사해준 고마운 선물이다. 이 선물을 독자들도 나누어 가졌으면 한다.
사실, 주식 매매 시점과 관련해서 피터 린치의 '칵테일파티 이론'만큼 와 닿는 얘기도 없는 것 같다. 칵테일파티 이론은 주식시장에 진정으로 다가설 때와 떠날 때에 대한 얘기다.
피터 린치의 칵테일파티 이론은 다음과 같다. 극심한 시장침체기는 1단계로, 칵테일파티에서 내가 펀드매니저라고 소개해도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화제를 스포츠, 선거, 날씨 등으로 바꾼다. 이러한 1단계에서는 주식을 꼭 사야 한다.
2단계는 주식시장이 좀 올랐을 때로, 사람들은 내가 펀드매니저라는 걸 알고 머뭇거리다가 "주식은 위험해요" 라면서 치과 의사에게로 간다. 여전히 주식을 사도 좋은 때다.
3단계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둘 만큼 주식시장이 올랐을 때다. 이때는 다들 펀드매니저 주위에 둘러서서 주식 이야기를 경청한다. 당연히 치과 의사도 와서 같이 듣는다. 이때부터는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
4단계는 시장이 흥분했을 때로, 사람들이 펀드매니저인 나에게 자기 종목을 얘기하면서 사라고 추천까지 한다. 이렇게 흥분했을 때가 적절한 매도 시점일 것이다. 그런데 흥분의 국면 말고도 주식을 팔아야 할 때가 있다. 다음의 네 가지 경우다.
첫째, 대체재가 등장할 때다. 달리 말하면 새로운 혁신의 등장인데 기존 산업을 송두리째 사라지게 할 만큼 위협적이다. 과거 이동통신이 출현했을 때 투자자는 이를 목격하자마자 유선통신회사를 팔았어야 했다. 넷플릭스는 비디오방을 없앴고 이제 극장의 존재마저 위협하고 있다. 테슬라 같은 전기차의 등장 또한 대단히 위협적이다. 대체재의 등장은 기존 산업의 주주들을 벌벌 떨게 할 것이다. 그 산업을 송두리째 없앨 혁신의 싹이 돋아날 때 과감히 팔아야 한다.
둘째, 경쟁자가 등장할 때다. 수요가 는다 해도 경쟁자가 더 많아진다면 팔아라. 조선업이 호황이던 2007~2008년에는 눈만 뜨면 서남해안에 조선소가 만들어졌다. 준공된 지 2년이 채 못 돼 문을 닫는 조선소들도 나왔다. 경쟁구도가 심화된다는 건 그만큼 무서운 일이다. 과도한 경쟁의 끝은 처참하다.
셋째, 잠재적 수요의 끝단이 보일 때다. 살 만큼 샀으면 더 살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시장 침투력이 고갈된 때가 바로 주식을 팔 시점이다. 1989년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살 때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정했다. '그 비싼 휴대전화를 내가 살 수 있다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살 것이다. 그러니 그때를 잠재수요의 임계점으로 보겠다.' 이 판단으로 나는 1995년 휴대전화는 사고 한국이동통신 주식은 팔았다.
넷째, 투자한 기업의 키값이 변할 때다. 투자할 때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키값)에 변화가 생기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을 살 때 지역적 확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는데 확장이 불가능해졌다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값이 변했기 때문에 주식을 팔 수 있다.
다섯째, 다른 투자 대안이 생길 때다. 내가 갖고 있는 주식보다 더 좋은 기업을 만나면 팔 수 있을 것이다.
주식을 팔아야 하는 여러 사례를 들었다. 그러나 위대한 기업은 쉽게 일등 자리를 내놓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기업과 좋은 펀드에 투자했다면 흔들리지 말고 오래 투자하길 바란다. 오랫동안 투자자들을 지켜본 결과, 매매를 잘 못해서 실패한 경우보다는 좋은 기업과 빨리 헤어지고 나쁜 기업과는 오래 함께해서 실패한 경우가 많다. 위대한 기업과 좋은 펀드에 오래 투자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강방천의 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