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보다 현장에 뛰어들어라_ 짐 로저스
투자자로 성공하고 싶다면 MBA보다 현장에 뛰어들어라
단언컨대 지금의 나, 투자자 짐 로저스를 있게 한 것 중 8할은 교육이었다. 나는 앨라배마의 한 작은 마을에서 성장했으며, 우연인 듯 운명처럼 예일대에 진학하게 됐고 옥스퍼드에서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아이비리그에서 역사와 철학, 정치,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됐다. 그리고 지금껏 내가 경험한 세계보다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야 한다는 갈증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교육과 공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지만, 학벌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인터넷을 활용해 얼마든지 교육의 문턱을 낮추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과거를 공부하고 지식을 쌓으면 매 순간 바뀌는 모든변화에 대해 두려워하기보다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나는 역사를 통해 세상의 원리를 익혔고 철학을 통해 생각하고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언제나 질문하는 습관을 살려 시기적절한 투자 판단을 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질문을 멈추지 않고 있다.
1987년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했을 때도 이러한 원칙을 고수했다. 이론을 가르쳐주기보다는 학생들이 실제 현장과 같은 시뮬레이션을 경험하도록 이끌었다. 특히 시장 주기를 피악하고 시장의 가격이 오르내리는 데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을 파악하도록 했다. '왜 면화 제품이 1860~1865년에 붐이 일었는가?', '왜 1856년에 철도가 주식시장에서 이슈였는가?', '왜 1970년대에 콩이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는가?'부터 '투자 분석가로서 어떤 회사를 매매할 것이며, 공매도할 것인가 풋옵션 전략을 취할 것인가?'까지 모든 사례를 활용해 과거를 공부하고 현상에 대해 질문하도록 했다.
심지어 MBA 강의 중 하나를 맡아 가르치면서 "MBA를 선택한다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세계를 여행하고 다른 나라를 알아가며 현장에서 일해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런 조언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1964년 월 스트리트의 초보투자자로 막 진출했을 당시만 해도 나는 주식과 채권도 구분하지 못했다. 그 무렵 투자회사인 도미닉 앤드 도미닉 조사부에서 근무했는데 시장 분석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실제 시장에서 거래가 일어나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공부한 지식들이 실제 현장에서 가치를 발휘하는 순간을 경험했다. 이처럼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르게 시장의 흐름을 간파하는 방법이자 남다른 투자 감각을 키우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진흙 속에 파묻힌 진주를 발견하는 눈
내가 만약 월스트리트의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고급 가죽의자에 앉아 자료만 들여다봤다면 전 세계에 걸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투자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1991년에 나는 첫 번째 세계여행 중에 아프리카를 다녀온 후 보츠와나에 투자를 시작했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한 투자 중 하나였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제학자나 시장전략가라면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투자처였다.
세계여행을 할 당시 나는 보츠와나의 국경을 통과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다. 한 나라의 국경을 가보면 그 나라의 행정과 경제생활의 민낯을 분명하게 마주할 수 있다. 그런데 보츠와나 국경에서는 아프리카의 다른 여느 국가들과는 달리 뇌물을 요구하는 식의 어떠한 분란도 없이 통관 절차가 매우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환전 암시장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대체로 암시장의 거래 환율과 공식 환율에 차이가 있는 국가는 통화 문제를 겪고 있기 마련이지만 보츠와나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본격적으로 보츠와나라는 국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국토가 매우 넓고(한반도의 2.6배 크기) 인구는 적으며(200만 명) 다른 국가들보다 무역흑자 규모가 크고, 재정 상태가 건전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선거제도가 잘 정착되어 있을만큼 민주주의와 함께 법치가 잘 이뤄지고 있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였다. 다양한 펀더멘탈이 매우 긍정적인 지표를 보여주고 있어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가장 두드러진 증시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나는 보츠와나 증권거래소에 등록된 투자 종목 7개를 모두 사들인 후 2007~2008년에 걸쳐 투자분을 계속해서 재투자했다. 이후 전 세계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과열될 것이라 판단해 모든 주식을 팔았다. 당시 2만 명에 이르는 MBA 출신의 펀드 투자자들이 유망 신흥시장을 찾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나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보츠와나에 투자를 했던 18년 동안 막대한 이익을 남겼고, 투자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남들보다 먼저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시장을 발견하는 내게 특별한(혹은 내밀한) 투자 정보가 있을 거라고 여긴다. 몇 번을 거듭해 강조하지만 나에게 그런 특별한 정보는 없다. 내게 주어진 정보나 통념에 기대어 판단하기보다 내가 직접 몸으로 부딪혀 경험하고 공부해서 얻은 나름의 통찰을 믿고 투자할 뿐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지극히 평범하지만 매우 특별한 투자 비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5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_ 짐 로저스